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복음의 공공성(김근주 지음, 비아토르)

신앙의 공적 실천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 때문에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 주변에는 “나의 신앙이 개인의 경건에만 몰입하고 공적 영역에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하고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공적인 삶에서 종교를 몰아내려는 정치 풍조, 무신론의 대중적 발흥, 사람들이 양극화된 관점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진 것 등을 목격한다.

이 책은 “복음의 내면화, 복음의 개인화는 복음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제제기를 한다. 저자에 의하면 오늘 우리의 문제는 사회에 대한 관심의 결여가 아니다. 구제의 부족도 아니다.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활동의 부족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복음의 결여라는 것이다. 그는 복음을 개인적, 사적 차원에 국한한 데서 문제가 비롯되었다고 본다(39쪽).

저자는 “고립된 공동체는 성경과 연관해 원칙적으로 온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모든 관계를 고려한다면, 우리 신앙은 수많은 관계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추구한다는 짐에서 근본적으로 ‘공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49쪽). 구약성경을 보면 정의와 공의가 고아, 과부, 나그네와 같은 약자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선지자들의 가르침을 고려해본다면, 가장 약한 이들을 생각하며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할 때 그 결정과 선택은 공적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에스겔 18장 5~9절은 정의와 공의를 행하는 사람을 소개한다. 그 사람은 우상을 섬기지 않으면서, 가난한 이웃의 형편을 돌아보고, 올바르게 재판하고, 하나님의 규례를 진실하게 지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정의와 공의를 행한다는 것은 하나님에게 진실하게 순종하고, 이웃들 사이에 올바르게 행하는 것이다. 결국 의인들의 세상은 개인이나 집단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 하나님 앞에서 서로 동의하고 공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세상이다(143쪽).

저자에 따르면 예수님의 말씀과 바울의 말씀에 대표될 수 있는 신약의 구약 해석 결론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유일한 이유는 그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웃에는 아무런 조건이 붙지 않는다.

“이웃 사랑을 말할 때, 이웃의 조건이나 상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이웃의 사회 경제적 여건은 물론이고 이웃의 종교를 포함하여 아무것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전도는 자칫 상대방의 문화를 흔히 말하는 기독교 문화로 동화시키거나 조정하는 것일 수 있고, 그러한 사례는 무수하다. 그러나 우리가 증거하고 전하는 것은 기독교 문화가 아니다. 구약으로 대표되는 성경의 본질적 가르침은 사랑,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여기는 사랑,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대접하는 사랑이다.” 우리가 전할 복음의 핵심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고, 그 사랑 안에서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신앙의 공적 영역에 관해 고민한다. 그래서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돌아보는 정책은 단지 약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전체를 안전하고 균형이 잡히고 풍성하게 하는 정책이다”라고 말한다. 이웃 사랑, 남을 대접하는 사랑은 우리 곁에 있는 연약한 이웃을 돌아보는 삶으로 구체화되며 이것이야말로 공적 신앙의 본질적 요소라는 것이다(432쪽).
이 책은 “신앙이 사회의 선을 이루는 동력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더 읽을 책

좋은 신앙(데이비드 키네먼, 게이브 리이언스 지음, CUP)

칼뱅과 공동선(송용원 지음, I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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