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12월 학생 가정 대상 ‘밥상머리예배’ 행사
부모자녀 한자리, 감사 나누며 회복의 역사 체험

▲ 조성민 목사가 밥상머리예배에 함께 한 가족들에게 교훈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트리에는 전구가 반짝이고, 촛불은 은은히 빛난다.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접시에 오르기를 기다리는 저녁. 보통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탄절의 풍경일까.

12월 16일 전주창대교회(조성민 목사)에서 연출된 장면이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인 12월이 되면 전주창대교회 부설 교육기관인 비전공동체협동조합 비전학교에서는 초중등 학생들과 그 가족들을 예배당에 모이게 해 ‘밥상머리예배’라는 독특한 이름의 행사를 연다.

이날만큼은 평소 엄숙했던 예배의 장소가 거대한 잔치 장소로 변신하고, 가족끼리 어우러질 때만 우러날 수 있는 정답고 훈훈한 모습이 고스란히 공동체의 현장에서 풍성하게 재연된다. 이날을 위해 김밥 떡볶이 잡채 피자 불고기 등 온갖 맛난 먹거리들도 준비된다.

▲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가족들이 촛불을 켜며 예배와 식사를 준비 중이다.

학생들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온 가족들이 성탄송 <오 거룩한 밤>을 합창하며 1부 순서를 마친 후, 가족별로 둘러앉아 조성민 목사의 교훈과 당부의 메시지를 듣는 시간이 이어졌다.

“하나님과 부모님께 효도하는 자녀가 됩시다. 자녀들을 믿음으로 사랑으로 돌보는 부모가 됩시다. 요셉처럼 꿈을 이루는 우리의 아이들로 함께 키워갑시다. 이 시대를 살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됩시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진짜 예배는 시작된 게 아니다. 밥상머리예배는 말 그대로 식탁을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족별로 이루어진다.

▲ 밥상머리예배가 시작되기 전 자녀들이 가족들 앞에서 크리스마스콘서트를 열고 있다.

다함께 찬송가를 부르고, 부모가 자녀를 기도와 말씀으로 축복하고, 아들딸들이 엄마 아빠에게 미리 준비한 감사의 편지를 낭독한다. 포도주스를 나누며 서로 축복하는가 하면 서로 잘못을 고백하면서 용서하고 화해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으로 절정에 이른다.

오가는 대화들 모두가 은혜이다. “어머니는 입을 열면 지혜가 나오고 어머니의 혀에는 따뜻한 훈계가 있습니다. 덕을 끼치는 여자들이 많지만 어머니는 그들 모두보다 뛰어납니다.” “주님 우리 아들이 항상 여호와와 그 능력을 구하게 하시고, 그 얼굴을 항상 구하게 하옵소서.”

▲ 포도주스를 나누며 서로를 축복하는 가족들.

이날의 예배는 각 가정별로 일 년 동안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저축한 저금통을 하나님께 바치는 시간, 가족들이 엄마를 도와 식탁을 함께 차리고 성구를 암송하면서 영육간의 갈급함을 채우는 시간으로 이어지다 온 가족이 즐겨 부르는 찬송과 함께 설거지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이처럼 독특한 형식의 밥상머리예배를 기획한 의도는 분명하다. 과거 밥상머리에 모여앉아 온 가족이 함께 음식을 나누고, 어른들로부터 교훈을 들으며 가족공동체를 강화시켜온 우리 사회의 전통을 오늘날 교회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는 믿음의 가정에서 이어가자는 것이다.

전주창대교회에서는 가정별로 밥상머리예배를 매주 2회 이상 가지도록 권한다. 이 예배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초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3대가 함께 하는 만남이 이루어진다. 영적인 세대계승, 세대통합이 이렇게 이루어질 수 있다.

▲ 밥상머리예배에서 부모에게 자녀들이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

“현대인들은 가족이어도 전체가 한 자리에 모여 예배하고 식사하는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밥상머리예배를 통해 믿음의 교훈과 가족들의 사랑 담긴 스킨십을 자주 경험하다보면 탈선이나 갈등, 사춘기의 방황 같은 문제들은 쉽게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조성민 목사는 이 같은 문화가 한국교회에 널리 확산되기를 소망한다며, 밥상머리예배 뿐 아니라 침상머리예배 등 다른 방식의 가정사역도 기획 중이라 밝힌다. 영적으로 탄탄한 아이들 그리고 가정은 더욱 건강한 교회와 세대로 이어진다. 전주창대교회는 그 비결을 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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