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회 양질의 문화 콘텐츠로 지역주민 맞아
교인 재능과 교회 시설 효율적 활용으로 큰 호응

“사랑~ 사랑~ 사랑~” 푸치니가 써내려간 사랑의 아리아는 한겨울 추위마저 잠시 녹였다.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등 거장의 명곡을 마칠 때마다 객석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과 함께 호흡했던 소규모 공연이어서 그랬을까. 한낮에 열린 이날의 음악회는 오붓함마저 넘쳤다.

▲ 산정현교회는 올해 1월부터 매달 정오 음악회를 열어 지역주민과 직장인에게 일상의 단비 같은 휴식과 기쁨을 전하고 있다. 음악회는 김관선 목사가 해설가로 나서고 재능을 가진 성도들이 공연 무대를 준비하며, 지역과 동행하는 의미있는 사역으로 인정받았다.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가 주최하는 ‘정오 음악회’ 12월 공연 오페라 <라보엠>이 15일 교회 소양홀에서 열렸다. 이름 그대로 낮 12시에 열린 공연이었지만 교인은 물론이고 지역주민 직장인 출연자의 친구들까지, 70여 명의 관객들이 입장했다.

교회가 이웃들에게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정오 음악회’는 올해 1월부터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관객들을 맞이했다. 신년 갈라 콘서트로 첫 선을 보였고, 봄 향기가 날린 4월에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한창 더웠던 8월에는 청량감을 주는 음악회로, 10월 종교개혁일을 기념한 갈라 콘서트 등 절기마다 시의적절한 공연을 올렸다.

지금이 12월, 앞서 열 한 차례나 막을 올리다보니 주위에 입소문도 나 열성 팬들이 생길 정도다. 인근 우리은행에 근무하며 무려 열 번이나 정오 음악회를 찾았다는 김희정 씨는 “점심을 겸하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어 자주 왔다. 공연 수준도 높고 해설까지 곁들여서 이해를 돕는다”면서, “바쁜 일상 속에 단비 같이 쉼과 여유를 안겨주는 음악회”라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 12월 15일 올해 마지막 공연을 마친 김관선 목사와 성도들이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정오 음악회답게 또 하나의 특징은 점심 제공이다. 산정현교회는 입장료 1만원을 받고, 김밥과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를 제공한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고 식사까지 하며 달콤한 휴식에 빠져들곤 한다.

점심을 겸한 공연이라 격식마저 내려놓았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보통 클래식 공연과 달리 식사 소리가 들리고,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는 관객도 있다. 그러나 문제 될 게 없다. 브런치 콘서트 혹은 하우스 콘서트를 표방한 까닭에 관객들이나 출연진 모두 열린 무대를 즐길 뿐이다.

산정현교회가 여러 문화 콘텐츠 중 음악회를 선택한 까닭은 교인들의 재능 덕분이다. 교인 중 유독 성악가나 연주자 등 음악인들이 많고, 담임 김관선 목사도 클래식에 조예가 깊다. 교인들은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이웃들에게 전하자는 취지에서 솔선수범했다.

소프라노 윤나리 테너 김선용 바리톤 김민형 등 산정현교회를 섬기는 이들이 1년 내내 정오 음악회를 이끌었다. 여기에 이미원 사모가 피아노를 연주했고, 김관선 목사가 해설가로 나섰다. 공연과 더불어 해설이 있는 정오 음악회는 일반인의 이해를 도우면서도 상당히 수준 높은 공연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부터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요청으로 그곳에서도 매달 정오 음악회를 재연하고 있다.

정오 음악회와 국립중앙도서관 공연까지, 본업이 있는 교인들의 수고가 컸다. 이날 라보엠에서 주인공 로돌포를 맡아 뛰어난 가창력을 뽐낸 테너 김선용 씨는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매달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를 지역주민들과 나눠야 한다는 담임목사님의 말에 공감해 열심히 했다”며, “지난 1년의 여정 속에 힘을 실어줬던 관객들, 그들과 소통했던 것이 보람차고 오랜 시간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정오 음악회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교회에서 계속 진행할 수도 있고, 혹은 국립중앙도서관 공연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산정현교회의 문화 나눔은 계속될 예정이다.

김관선 목사는 “교회 문턱을 낮추고 교회 재능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측면에서 정오 음악회를 마련했다. 또한 교회도 이와 같은 음악회를 할 수 있다는 신선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오셔서 공감해 준 것에 큰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정오 음악회가 될 수도 있고, 다른 형태의 공연이나 행사로 지역사회와 동행하며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객석을 나서며 여운이 감돌았다. 작지만 오붓했던 공연에서 접한 배우들의 열연, 관객들의 호응, 맛난 김밥까지 모든 게 기억에 남았고 이 겨울마저 반가웠다. 정오 음악회를 사랑했던 관객 중 누군가는 미미의 노랫말처럼 “이 겨울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속삭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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