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발족 … 박준서 교수 “히브리어 능통했지만 선교사 그룹서 소외 … 재평가 필요”

▲ 피터스 목사 기념사업회 회장 박준서 교수가 피터스 목사의 묘소가 있는 마운틴 뷰 묘지를 방문해 그를 기리고 있다.

한국 개신교는 한글성경 변역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과 책 읽는 사람에 대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각별한 태도는 초기 한국 개신교인들이 성경 번역에 동참하고, 성경을 반포하고, 함께 성경을 읽고 공부하기로 이어졌다.

더불어 성경을 전하고 가르치는 선교사를 선생님으로 여기며 존중했다. 특히 스코틀랜드 연합장로회에서 파송한 존 로스 선교사와 존 맥킨타이어 선교사는 최초로 신약성경을 한글로 변역한 주역으로 기억되며 지금까지도 존경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초로 구약성경을 번역했던 알렉센더 피터스 목사(Alexander A. Pieters, 1981~1958)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는 물론 기념행사 하나 열리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그가 묻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묘소는 잡초와 잔디로 뒤덮인 채, 그의 공적을 알리는 작은 묘석조차 없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회가 성경 없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구약성경을 처음으로 번역해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선물한 피터스 목사에 대한 은공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입니다.”

최근 구약을 전공하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피터스 목사 기념사업회를 발족하고 피터스 목사의 업적을 알리고 연구하기 위한 활동에 시동을 건 회장 박준서 교수(연세대 구약학 명예교수). 박 교수는 피터스 목사가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선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선교사 그룹에서 소외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알렉산더 피터스 목사가 1871년 제정 러시아 시대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정통파 유대인 가정에서 히브리어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피터스 목사는 히브리어에 능통했고 그 밖에 어학에도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유대인인 피터스 목사가 어떻게 개신교로 개종한 것일까?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지독히 빈곤한 상황에 유대인 박해까지 더해지자 피터스 목사는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1895년 24세 나이로 집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오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나가사키에서 우연히 미국 선교사가 목회하고 있던 교회에 나갔다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영접하고 세례를 받으면서 개신교로 개종을 하게 된다. 세례 전까지도 유대인 가족의 성을 쓰던 그는, 세례를 준 선교사 이름을 따 피터스로 개명했다.

“세례를 받은 후 당시 미국성서공회의 루비스 총무가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한국 땅에는 1887년 신약이 번역되어 있었던 상황인데, 1890년대에 들어서도 히브리어 번역 문제로 구약이 한글로 번역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루비스 총무가 일본에서 피터스 목사를 만나게 된 것이죠.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유대인 청년이 정통파 유대인인데 히브리어도 잘한다고 하자, 루비스 총무는 그를 미국성서공회 소속 권서 자격으로 1895년 한국으로 보냅니다. 한국에서 3년간 미국 선교사들을 따라다니며 한국어를 배우고 이름도 한국명으로 ‘피득’으로 개명한 피터스 목사는 1898년 시편 일부를 한글로 번역하게 됩니다.”

많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애독하는 시편 1편과 23편, 112편 등 62편의 시편을 모은 <시편촬요>(1898년)가 최초의 한글본 구약성경이 된 것이다. 1900년 미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한 후 목사안수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당시 구성된 구약성경 번역위원회의 위원으로 1911년 발행되는 최초의 한글번역 구약성경전서인 <구약젼셔> 번역에도 동참했다. 이후 구약성경 개역위원회의 평생위원으로 <개역구약성경>(1938년) 출간에도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박 교수는 “46년간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1941년 70세 은퇴한 후, 미국 패서디나 은퇴 선교사 사는 시설에서 외롭게 보내다 돌아가신 피터스 목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연구하고 기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으로 피터스 목사 기념사업회는 △피터스 목사 공적기념비 건립 △피터스 목사 기념강좌 개최 △피터스 성경 연구원 개소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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