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정신 접목 다양한 시도 잇따랐다

종교개혁 정신 접목 다양한 시도 잇따랐다

영화 … 상업 기독영화의 모범 <예수는 역사다> 주목
음반 … 디지털 음원 강세, 질 높은 음반 제작 어려워
도서 … 소규모 출판사 약진, 시대정신 담는 노력 부족
공연 … 기독 공연 1%도 안돼, 공연 플랫폼 많아져야

2017년 기독 문화계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작은 시장의 한계와 불황을 타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교계문화기자모임인 CC+가 영화, 음반, 도서, 공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2017년 한해 기독 문화계를 정리했다.<편집자 주>


 

▲ 2017년 문화 연말결산에 도움을 준 전문가들. 왼쪽부터 아트리 김관영 대표, 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 미디어스코프 송재호 차장, 필름포럼 조현기 프로그래머.

 영화  

2017년 한해(12월 18일 현재) 개봉한 기독영화는 총 9편으로, 매년 10편 안팎의 기독영화가 개봉했던 것과 비교하면 평균적인 수준이었다. 극장개봉작으로 최소 1~2주 걸려있는 영화가 1000여 편인 것을 생각해볼 때 기독영화는 전체의 0.01%로 여전히 극소수다. 그러나 올해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기독영화가 다수 등장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2017년 기독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 수를 동원한 작품은 <예수는 역사다>로, 17만1506명(출처:영화진흥위원회)이 관람했다. 매출액도 12억이 넘는다. <예수는 역사다>는 미국 <시카고 트리뷴> 기자 리 스트로벨의 실제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동명의 책을 영화화했다.

▲ 영화 <예수는 역사다>는 상업성을 갖춘 기독영화의 모범을 보였고,

필름포럼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예수는 역사다>가 흥행할 수 있는 기독영화의 정수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관객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 이 영화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에다가 스토리텔링이 흥미롭게 잘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서울국제사랑영화제 개막작 <서서평, 천천히 평온하게>가 12만3206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할리우드 명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는 9만4750명이 관람했다. <사일런스>는 작품의 완성도나 깊이가 올 한해 개봉한 기독영화 중 가장 뛰어났지만,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과 무거운 주제로 많은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다큐멘터리나 실화 중심의 기독영화계에 극영화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로마서 8:37>은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화법으로 한국교회에 따끔한 충고를 하는 영화다. 조현기 프로그래머는 “최근의 기독영화는 대부분 선교 사역의 보고이거나 훌륭한 목회자를 다룬 다큐멘터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2017년은 <로마서 8:37>이라는 훌륭한 극영화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기독영화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고 설명했다.

 

 음반  

▲ CCM 신예 U&I와 베테랑 최인혁은 각각 패기와 연륜으로 음반계의 사랑을 받았다.

올 한해 CCM계는 불황을 더욱 체감했다. 기독교백화점의 음반 매장은 아예 철거했거나 규모를 축소했으며, 그나마 있는 판매대에는 컴필레이션 앨범 위주로 진열되어 있다. 일부 예배음악팀의 앨범이 반짝하지만 의미 있는 수치라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이런 불황을 방증하듯 갓피플은 대부분의 음반 배송을 판매자에게 떠넘겼다.

미디어스코프 콘텐츠 사업팀 송재호 차장은 “오래 전부터 CD보다 디지털 음원 판매 매출이 월등히 앞서고 있는 상황이며, 사역자들 역시 CD는 현장 판매 목적으로만 제작하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제작하다보니 질이 떨어지는 음원이 많아 대중들의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발매된 국내 CCM 음원은 1120여 개인데, 연주 앨범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연주 음원은 스테디셀러라는 인식이 퍼져 있고, 상업적으로도 제작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힙합 R&B 장르의 PlanZ, 가수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최요한 프로듀서의 프로젝트 그룹 U&I,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빨간약과 김상진 등이 앨범을 발표하며 뛰어난 음악적 역량으로 주목받았다.

CCM 침체 속에서 베테랑들의 앨범은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했다. 한웅재 목사의 찬송가 리메이크, 좋은 씨앗과 최인혁 씨가 각각 15년, 12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은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반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들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CCM계 1세대 사역자라 할 수 있는 이성균 목사가 지병으로 사망했으며, <하나님의 은혜> <기름부으심> 등으로 유명한 신상우 씨도 암투병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힐송, 빈야드 등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해외 CCM 앨범은 국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다. 송재호 차장은 “영미권 혹은 유럽권 CCM이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많이 따라가면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교회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도서  

▲ 출판계가 불황을 겪는 와중에서도 기독 출판사들은 서울국제도서전 기독교 문화거리에 참여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생명의말씀사, 두란노, 규장 등 소위 빅3 기독출판사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 세 곳의 출판사가 전체 기독 출판의 50%를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출판 부수 대비 판매량까지 합산해보면 눈에 띄는 출판사들이 있다. 새물결플러스, 복있는사람, IVP, 비아토르, 비아 등이 소량이지만 질 좋은 도서들로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올해도 여전히 유명 목회자의 설교집이나 몇 년째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가 주류를 이뤘다. 특별히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루터, 얀 후스, 칼빈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일반 출판계처럼 불황을 타개하고 시대 트렌드에 맞춰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촛불항쟁, 페미니즘,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현실을 담아내려는 시도가 일반 출판계에서는 많이 일어난 반면, 기독 출판계에서는 시도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서출판 샘솟는기쁨 강영란 대표는 “일반 출판은 정치비평이나 한국사회비평 관련 도서 판매지수 신장률이 68.6%(예스24 기준)이었고, <82년생 김지영> 등 페미니즘과 저출산 등의 이슈를 다룬 책들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기독 출판계는 이런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는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기독교 문화거리를 조성해 크리스천들은 한 자리에서 기독 출판사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보다 줄어든 20여 개 출판사만 참여했다.

 

 공연  

▲ 뮤지컬 <더 북>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1년 간 장기공연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올해 무대에 올라간 2400여 편의 공연 중 20편이 기독 공연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3대 공연 시장으로 꼽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기독뮤지컬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 크리스천이 20% 이상이라고 하면서 기독 공연이 1%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크리스천조차 기독 공연을 찾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트리 김관영 대표는 “크리스천도 만족하지 못하는데 일반인과 복음 사이 가교역할을 하는 작품이 나올 수 없다”며 “크리스천 먼저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연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한해 기독 공연의 큰 수확을 꼽자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뮤지컬 <더 북>이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대에 올랐다는 점이다. 대학로 유명 작품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작품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교성이 짙은 뮤지컬을 1년간 공연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우려했다. 그러나 11월 말까지 객석 점유율이 84%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관영 대표는 “기독 공연계가 탄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열심 있는 사람들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현실을 좌시하면 안 되고, 꾸준히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극장을 가진 교회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기독공연축제 같이 공간과 콘텐츠를 잘 연관시켜주는 플랫폼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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