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기획 이웃] ① 이웃? 잘 몰라요

급증한 1인 가구로 목회현장도 고민 … 소속감 높이며 맞춤 프로그램 늘여가야

40대 지호 씨(가명)는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돌싱’이다. 얼마 전 전쟁 같았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교회까지 멀리 떨어지고 훨씬 큰 곳으로 옮겼다.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고 싶어 조용히 교회를 다녔지만, 차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오는 외로움과 공허함 때문에 어딘가에 소속하고 사람들과 교제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나를 따뜻이 받아줄까, 행여 내 처지를 알게 되면 경계하고 뒷이야기나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에 망설여진다.

민영 씨(가명)는 이제 오십세를 바라본다. 또래들은 교회에서 이미 장로나 권사가 되고, 빠르게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경우도 있는데 그의 소속은 청년부이다. 연령만으로 봐서는 진작 장년부로 들어가야 했지만, 아직 홀몸인 그는 부부 단위 혹은 가족 단위로 자주 어울리고, 대화 주제도 잘 맞지 않는 그 모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직장생활을 하는 30대 미연 씨(가명)는 지난 추석에 부모님 댁으로 가기를 포기했다. 처음 일이다. 귀향할 때마다 겪어야 하는 교통체증도 지긋지긋하지만, 그보다 더 고역은 대체 언제 결혼할 거냐고 채근하는 가족 친지들의 질문공세다. 마침 올해는 교회에서 연휴기간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차라리 그 쪽에 참가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싶어, 이를 핑계 삼고 자취하는 원룸에서 명절을 보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사회동향 추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8.5%에 이른다.(표) 10가구당 약 3가구는 독신 가구라는 뜻이다. 이는 2005년 조사당시 1인 가구가 10가구당 2가구였던 것과 비교해, 지난 10년여 사이 혼자 사는 인구가 엄청나게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자료에서는 1인 가구 비율이 2025년에는 30%를 훌쩍 넘어서고, 2045년에 이르면 10가구당 거의 4가구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결혼적령기가 갈수록 늦춰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혼자 사는 인구가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에게는 꽤나 낯선 풍속들이 교회 안팎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타인과의 교감이나 소통보다는 혼자만의 즐거움을 좇는 혼자 밥먹기(혼밥) 혼자 영화보기(혼영) 같은 문화들이 생겨나고, 부부 간에 결혼 졸업을 선언하거나(졸혼) 잠시 떨어지기(휴혼)를 선택하기도 하며, 심지어 가족 전체가 각기 따로 사는(각거) 가정형태까지 등장했다.

이러다보니 사람들은 서로 뭉치고 어울리는 대신, 마치 섬처럼 분절되어 떠돌며 서로에게 닿는 걸 피한다. ‘프라이버시’라는 이름으로 본인 신상 공개를 꺼리고, 이웃 주민이나 직장 동료처럼 예전 같으면 밀접한 관계를 가졌을 법한 이들에 대해서도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개인주의화가 극대화되며 익명의 시대를 넘어 은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교회 안에서도 새로운 흐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앞의 사례들에서 보는 것처럼 세대를 막론하고 독신으로 지내는 교우들이 늘어나는데, 전통적인 교회 체제나 목회방식으로는 이들을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현장의 목회자들은 호소한다. 30년차가 넘는 경력을 가진 고참 목회자에게도 이는 머리를 싸매야 할 과제이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한 교우들의 경우 기존에 몸담고 열심히 활동하던 남전도회나 여전도회에서 활동하기 어려워하는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특히 송년회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들이 열릴 때면 눈치가 보인다며 참석을 기피하게 되죠. 설교자 입장에서도 이런 분들을 의식하다보면 가정이나 결혼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입니다.”

▲ 1인 가구 증가는 사람들 사이의 교류와 공감이 갈수록 단절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는 그 상실된 끈을 다시 이어주는 자리에 서야 한다.

일부 교회에서는 독신자들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부 연령 제한을 사실상 없앤다거나, 결혼 경험이 있는 ‘돌싱’들의 경우라도 현재 홀몸이 되었다면 소속을 다시 옮길 수 있도록 허용하는 변화를 취한다. 이런 대책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예상치 않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어느 청년사역자의 이야기이다.

“‘돌싱’들이 젊은이부서로 진입하면서 이들이 새로운 배우자들을 찾고자하는 욕구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런 태도에 거부감을 가지는 기존 회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빈발합니다. 때문에 이에 대한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감을 느끼는 중입니다.”

이 같은 현상들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는 최근 45세 이상 홀로 사는 성도들을 대상으로 ‘사랑플러스’라는 이름의 조직을 신설했다. 전문사역자를 배치하고, 예배와 성경공부 외에 정서코칭과 노후설계 등 1인 세대의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도 가동할 계획이다.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의 경우는 청년1부의 연령 상한선을 없애는 대신, 비슷한 또래들끼리 소그룹을 형성해 서로를 지지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고 있다. 새로남교회 젊은이팀장을 담당하는 진재민 목사는 “독신 성도들이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사역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방으로 가면 1인 가구의 증가가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사실 1인 가구의 비율은 강원도나 영호남처럼 수도권이나 대도시로부터 떨어진 지역일수록 더 높은 편이다. 2016년 통계로는 전남과 경북의 1인 가구 비율이 각각 33.5%로 최고를 기록했다. 23.8%를 기록한 경기도와 비교할 때 10%가량 차이가 나는 수치다. 홀로 사는 노인가구수가 많다는 게 큰 요인이다. 이는 곧바로 고독사 문제와 연결된다.

정읍성광교회 김기철 목사는 “고독사는 주변 교회들에게서 심심찮게 보고되고, 예전에 우리 교회에서도 같은 일을 겪으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구역과 권사회 등을 통해 홀로 사는 노인 성도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과 무료식당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교회 안팎의 독거노인 세대를 돌보는 데 힘쓰는 중”이라고 밝힌다.

김 목사는 고독사의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작은 교회들이라 할지라도 홀로 지내는 노인 성도들을 돌보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같은 처지의 성도들끼리 공동생활을 하고 교회에서 이를 지원하는 그룹홈 운영 등이 유용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이에 따른 개인 간의 단절은 이미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오히려 교회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사람들의 인격에 본능처럼 내재하는 소속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갈망들을 교회의 공동체성으로 풀어주며 신실한 이웃으로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화 목사는 “현대 교회는 사람들의 영적 굶주림과 사회적 굶주림에 두루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면서 “다양한 사연과 생활방식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친밀한 관계망을 형성하도록 이끌고, 한 끼라도 따뜻한 밥상을 누리도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 박상돈 목사
(아가페상담연구소장)

최근 연고 없는 사람의 죽음을 가리키는 무연사(無緣死) 혹은 고독사(孤獨死) 문제가 아픈 이슈가 되고 있다. 고독사는 외부와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겪는 죽음인데, 1인가구로 지내다 갑작스런 질병 등으로 사망하면서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들이 흔하다. 우리 사회의 안타깝고도 암울한 현실이라고 하겠다.

특히 고독사 문제는 혼술 혼밥 등의 문화처럼 도시화로 인한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개인 성격이나 스타일 차이 등으로 인한 소통 부재, 핵가족화의 급속한 진행 등을 통해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나타나게 되었다. 게다가 통계 수치에 따르면 앞으로도 고독사 문제가 계속 증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이전에는 고독사 문제가 주로 혼자 지내는 노인들의 문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인해 중장년층들의 독거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의 고독사도 급증하고 있다. 무연고자 사망자 숫자 통계치를 보면 2012년 1021명에서 작년 1833명으로 5년간 무려 80% 가까이 늘었고, 특히 이 중에서 50대의 비중이 23%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또한 얼마 전 서울시복지재단 통계에선 50대의 고독사 사망치가 22.4%로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령과 상관없는 고독사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는데, 일례로 20∼30대 청년층이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실정이다. 그러기에 사회복지 차원에서 제공하는 고독사 방지 서비스를 노인들에게만이 아니라 청년·중년층에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독과 외로움 속에 죽어가는 이웃 영혼들을 향해 돌봄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고 하겠다. 혼자 사는 이들 중에는 인간관계 중에 입은 큰 상처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회피하면서 담(stone-wall)을 쌓은 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는 사랑과 존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이런 필요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잘 채워질 때 사람은 외롭지 않은 삶,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적 필요들이 인간관계 속에서 좌절되거나 억압받거나 큰 타격을 입으면 사람들은 회피성 인격을 갖게 되며, 결국 우울과 절망 속에서 쓰러진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들은 서로를 사랑으로 보듬는 돌봄과, 타인을 존중하며 지지하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돌봄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만이 고독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불행한 회피성향과 담들이 허물어지게 되는 것이다.

종교철학자 마르틴 부버는 그의 저서 <나와 너>에서 인간 본질의 핵심은 ‘관계’에 있다고 언표 하였다. 그는 개인주의적 문화 속에서 상실되어 가는 현대인들의 관계성에 대해 깊이 우려하면서 ‘만남을 통한 대화’를 강조했다. 사랑의 만남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며, 그 관계적 어우러짐을 통해서 사람은 의미 있게 존재한다고 했던 것이다.

부버는 인간 사회 안에는 ‘나와 너’ ‘나와 그것’의 두 가지 근원어가 있다고 설파하면서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소중한 목적으로 대하는 ‘나와 너’의 관계로 만나야지, 서로를 자기 욕망의 수단으로 대하는 ‘나와 그것’의 만나게 되면 불행 가운데 외롭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행복한 만남의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가족과 이웃을 적극적인 사랑으로 감싸며 돌보아야 한다. 소중한 ‘나와 너’의 관계로 고독 속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작금에 우리 사회에 고독사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고 서로를 사랑으로 돌보는 문화가 크게 결핍되어 있다는 현실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 돌봄의 사명과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빈약한 자를 권고하는 자가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저를 건지시리로다“(시 41:1),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히 10:24)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뜻을 따라 우리는 주변에 한 영혼 영혼을 깊이 돌아보는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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