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은 교회도, 흔히 부르듯 성전도 아니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시골로 갈수록, 규모가 열악할수록 예배당은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이다. 섬마을 교회들의 경우에는 예배당의 상징성이 더욱 크다. 예배당이 어엿해야 전도도 되고, 목회자도 존재감을 갖는다. 낙도교회들이 곤궁한 중에도 반듯한 예배처소를 마련하는 일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완도 소안동부교회(김진훈 목사)에게 가장 큰 짐은 지은 지 50년이 지난 예배당이다. 천정은 온통 부식된 데다, 단열과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지붕 그리고 벽체로 인해 혹서기나 혹한기에는 예배하기조차 여간 고역이 아니다. 어지럽게 얽힌 전선들은 화재의 위험도 안고 있다.

교회의 어려운 소식이 한 방송을 통해 전파된 후 어느 정도 성금이 모였지만 예배당을 고칠 수 있는 수준까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긴급한대로 예배당을 개축하고 화장실 등 필수 부대시설들을 수리하려면 1300~1400만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현 목사는 “섬은 항상 물이 부족한 상태여서 단비를 간절히 기다리는 게 당연하지만, 비만 내렸다하면 천정을 울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예배를 방해할 지경이기에 오히려 멈추기를 기도하는 실정”이라면서 막막하고 애타는 심정을 전한다.

같은 소안면에 소재한 소진교회(김을지 목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교회당 부지 밑에 설치된 배수로의 이상으로 바닥이 푹 꺼지는 싱크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예배당 수리와 사택 수리가 시급해졌다. 예배당 창문공사에도 손을 대야하지만 더 급한 공사 때문에 당장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 동안 소안도의 목회자들로 구성된 건축봉사팀의 리더로서 여러 교회를 도와온 김을지 목사이지만, 정작 자신이 섬기는 교회의 문제 앞에서는 무력감을 느낀다. 두 가지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불과 1500만원. 뭍에 있는 교회들에게는 크게 부담가지 않을 비용이 낙도의 교회에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후원으로만 생활하는 처지라 건물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마련한 길이 없다”는 김 목사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재료를 구할 자금만이라도 구비되기를 바라고 있다.

소안도에서 지척인 보길교회(이명기 목사)는 고산 윤선도의 유적들로 유명한 관광지 보길도의 중심에 있다. 45년 가까운 역사를 가졌지만 한 때는 공동체가 파괴되며 폐허가 되었던 적도 있다. 바로 그 무렵인 2003년 부임한 이명기 목사는 사실상 교회를 새로 개척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목사가 온 몸을 던져 간신히 건축해낸 새 예배당과 사택은 무슨 문제인지 여름철이 되거나 비만 내렸다하면 습기가 차고, 금세 물바다가 되어버렸다. 해마다 이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이 목사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그 사이 각종 잠금장치마저 해풍으로 부식돼 작동이 안 되는 등 다른 문제들도 생겨났다. 오랜 수고와 분투에도 불구하고 보길교회는 결국 또다시 폐허로 변하게 될까.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온 교우들은 간절히 기도 중이다.

후원계좌:우체국 013540-01-001250(예금주:낙도선교회) 문의 010-6311-0878.

정재영 기자 jyjung@kidok.com

사진설명>>지난여름 무너져버린 소안동부교회의 부대시설들. 작은 보수공사 하나 하는 일에도 섬 교회가 느끼는 부담은 천근만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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