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평강교회, 노인요양사역 22년 한 길 걸어
“노인선교 마지막 보루, 책임지고 정성 다할 터”

무슨 일이든 개척자는 외롭고 고된 법이다. 속초시 금호동 속초평강교회(김충렬 목사)가 그랬다. 속초평강교회는 한국교회에 노인요양이란 개념이 피부에 와 닿지 않던 1995년 노인요양 사역을 시작해, 지금까지 22년 동안 묵묵히 한 길을 걷고 있다.

▲ 김충렬 목사

전도사 시절부터 강원도 여러 산골 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던 김충렬 목사는 1990년 속초평강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김 목사는 1994년 교회당 건축을 시작해 이듬해 완공을 했는데, 1층에 당시로서는 생소한 공간을 배치했다. 바로 양로원이었다. 관청 허가를 받아 교회당 내에 양로원을 낸 것은 우리 교단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속초에서도 정식 허가를 받은 양로원은 한 군데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989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는데, 제 부모님은 물론 장인과 장모가 이미 다 돌아가신 거예요. 너무 안타까웠죠. 양로원을 만들면 나와 아내가 도맡아서 하겠다고 교인들을 설득했죠.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모시고 싶었어요.”

김 목사 부부는 밤낮으로 양로원 어르신들을 수발했다. 노인들은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로, 대부분이 생활보호대상자들이었고, 또 알콜중독자들이었다. 생활보호대상자 앞으로 나오는 정부보조금은 모두 생활비로 들어가, 수입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꼬박 10년 동안 밤잠 못 자 가며, 아무 보수도 없이 김 목사 부부는 어르신들을 섬겼다.

“급하면 밤에도 병원에 가야하고,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죠. 전도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양로원에 들어오신 분들은 거의 다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다 돌아가셨어요. 몸은 고됐지만 감사한 일이죠.”

▲ 노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렇게 10년 넘게 사역을 하는 가운데 2007년부터 장기요양 제도가 법제화됐다. 앞서 속초평강교회는 정부 지원금에 교회 재정 1억5000만원 가량을 보태 교회 옆에 별도 요양원 건물을 지어, 평강노인요양원으로 개원했다. 평강노인요양원은 현재 20여 명의 어르신들이 사회복지사, 노인요양사, 간호사들의 돌봄을 받으며 안락하게 지내고 있다.

“이제는 속초에서 요양원이 많이 생기고, 교회에서 하는 곳도 세 군데나 돼요. 아무래도 교회가 선교 목적으로 하는 곳과 일반인이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곳은 다르죠. 교회에서 하는 요양원은 수발하는 데 정성이 남달라요.”

특별히 평강노인요양원은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요양원이기도 하지만, 종사자들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을 잘 돌본다는 입소문이 나 입소자들이 꾸준히 연결되고 있다.

김 목사 부부의 어르신 섬김은 교인들에게도 자연스레 흘러갔다. 2005년 평강노인요양원을 짓는 데 교회 재정을 보태고,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에도 마음을 쏟았다. 현재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노인요양사 절반 이상이 속초평강교회 교인들이다.

▲ 속초평강교회 김충렬 목사가 평강노인요양원 노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도 사회복지에 많이 힘쓰고 있지만, 앞으로는 노인복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교회 내에서 노인 비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초 시내 한 교회는 노인이 70%를 넘는다고 해요. 요양원이든 노인대학이든, 어떤 식으로든 교회가 노인들을 책임지고 가야 해요. 특별히 요양원은 그들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노인선교의 마지막 보루예요.”

▲ 속초평강교회는 교인 여러 명이 노인요양사로 활동하는 등 노인 섬김에 앞장서고 있다.

속초평강교회는 노인요양 사역 뿐 아니라 구제와 선교 등에도 다양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매년 22사단 신병교육대 합동세례식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 연말이면 금호동 관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의 성금을 전하고 있다.

2002년에는 교회 임직식을 하고 남은 돈 800만원 전액을 노회 내 미자립교회 돕기에 사용했다. 선교에도 힘써 지난 해 우간다에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협력선교도 여러 곳 감당하고 있다. 이렇게 선교와 구제로만 사용하는 돈이 교회 전체 재정의 30% 가량이나 된다. 장년 교인 70∼80명 정도인 작은 교회로서는 힘에 지나도록 베풀고 섬긴 셈이다.

김 목사는 앞으로도 이 같은 섬김 사역을 계속해 가고 싶다며, 특별히 선교사 한 가정을 더 파송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은퇴가 몇 년 안 남았어요. 교회에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내 은퇴비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어요. 마침 금년 6월에 교회 부채를 다 갚아서, 재정을 아껴 쓰면 선교사 한 가정은 더 파송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교회는 어떻게든 선교하고 구제하는 일에 힘을 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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