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 목사(중흥교회)

공동체 넓은 품으로 적극 품어라
인간소외의 시대, 사람을 세워가고 영혼 치유하는 목회 준비해야

▲ 김성원 목사 (중흥교회)

하버드대학의 신학과 교수였던 하비 콕스(Harvey Cox)는 일찍이 그의 저서 <세속도시(the secular city(1935년)>에서 현대사회의 특징을 ‘세속화’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속화를 “인간의 관심을 저 세상에서부터 지금의 이 세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런 세속화의 사회 속에서는 종교, 혹은 신앙이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신앙이 무엇인가? 사람들의 관심을 이 세상으로부터 저 세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 세상에 매어 사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이 다가 아닙니다. 다가 올 또 다른 세상이 있습니다. 우리는 관심을 이 세상에만 두어서는 안 되고, 다가올 하나님나라를 추구하며 살아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신앙에 대한 선포이다. 예수님께서 현실에 매어 살던 유대인들에게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라고 선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의 선포였다.

그런데 세속화 된 세상은 그와 정 반대다. 위를 향하고, 장래를 향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자꾸 이 세상으로 끌고 내려온다. 오직 세상을 위해 살게 하고, 세상 것에만 집착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세속화는 그 자체가 사탄이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사람을 공동체 가운데서 살게 하셨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천국, 가정, 교회가 모두 다 공동체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교회가 갖는 공동체성은 성공적인 신앙생활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지체에게 귀중함을 더하시고, 그렇게 하심으로 몸 가운데 분쟁이 없고 모든 지체가 서로 돌아보게 하셨다. 또한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다른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게 하셨다. 그것이 교회의 교회됨이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공동체’라는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이전 시대보다 훨씬 더한 세속화가 진행될 것이다. 내세나 영원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사라지고, 오직 이 땅에 매이고 집착하는 형태의 삶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화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교회의 큰 위기일 수 있다.

그러면 오늘 교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어떤 목회를 지향해야 하는가?

첫째, 대형교회 속의 군중보다 인간 자체에 집중하는 목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속도시의 가장 큰 병폐와 약점은 인간소외의 현상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는 이전 시대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인간소외의 현상들이 발생할 것이다. 목회자는 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점들에 주목하면서, 보다 사람에 집중하는 사람을 세워가고 사람을 치료하는 목회를 준비해야 한다. 목회 자체가 사람을 세우는 일이 아니던가? 어떤 교인도 군중 혹은 회중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아있게 해서는 안 된다. 목회자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을 만나고 그 영혼을 인격적으로 다루어나가는 목회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교회 건물이나 시스템보다 공동체에 집중하는 목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속도시 속의 사람들은 공동체의 해체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1인 가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의 가장 기초적 공동체인 가정까지 무너져 가고 이다. 어떻게 1인 가정이 가정일 수 있는가? 가정은 기본적으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지는 공동체여야 한다. 그런데도 그 가정조차 이룰 수 없게 하는 상황과 환경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사람은 사람이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자연 공동체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그 공동체를 교회가 경험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단순한 조직과 시스템의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동체성이 회복되고 강화되면서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어 안고, 보살피고, 양육하고, 세워주는 목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이 땅에 속한 축복이나 번영에 대한 강조가 아니라, 하나님나라에 집중하게 하는 목회가 이루어져야 한다. 세속화의 특징이 하나님나라에 대한 관심을 이 땅에 대한 관심으로 끌고 내려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주어져 있는 과제는 이 땅까지 끌려 내려와 있는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저 세상, 즉 하나님나라로 끌고 올라가 그 나라를 추구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목회와 말씀의 선포는 이 땅에 속한 축복과 번영보다는 하나님나라에 대해 보다 더 많이 강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만이 세속화를 저지하고, 성도들을 거룩하고 영원한 본질적 신앙의 삶을 살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통해 인공지능의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이미 확인했다. 어떻게 인간이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능력을 능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교회는 영적인 측면에서 그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히려 교회에게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진실된 생명과 부요만이 소외된 인간을 치유하며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절대 세상의 세속화를 쫓아가서도, 타협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진리에 더욱 견고히 서서 그것을 지킬 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순수한 믿음과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그럴 때 복음으로 말미암아 소외되고 도태된 모든 사람들이 영적으로 살게 될 것이고, 교회는 다시 한 번 새로운 부흥의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