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왕 목사의 아름다운 자연사진 이야기] (4)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다–비상(飛翔)

몇 년 전 안식월을 얻어 선교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다가 귀국하는 길에 에티오피아에 들렀다. 필자가 에티오피아에 관심을 가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과거 한국전쟁 중에 유엔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해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라는 기억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시 에티오피아 셀라지 황제는 가장 강한 부대인 왕의 근위대를 파견해 혁혁한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성경 속에서 솔로몬 왕의 지혜를 사모했던 시바 여왕이 이스라엘을 찾아왔다가 고국으로 돌아간 기록과, 사도행전 8장의 에티오피아 여왕 간다게의 국고를 맡은 내시가 빌립에게 세례를 받았던 기록을 찾을 수 있는데 과연 그 영향력이 후손들에게 얼마나 미쳤는지를 확인해보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감사하게도 오랫동안 에티오피아에서 사역하고 있는 박종국 선교사님의 안내를 받아 ‘6·25 참전 용사의 집’을 방문하고, 솔로몬을 만난 시바 여왕이 에티오피아로 돌아와서 낳은 아들의 후예가 바로 자신들이라는 자부심을 표현한 성화가 비치된 박물관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심지어 에티오피아에는 예루살렘에서 솔로몬으로부터 받아 가지고 온 법궤를 안치한 교회가 있다고 전해지는데, 외부에 개방이 되지는 않아서 진위를 알 수는 없다.

에티오피아정교회가 국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는 곳마다 예배당이 세워져 있고, 정해진 시간마다 빠짐없이 모여 예배하는 신도들의 모습에 종교적인 열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 청나일폭포가 시작되는 타나(Tana)호수의 섬에 금남금녀(禁男禁女) 수도원이 있다기에 찾아가고자 안내를 받으며 배에 올랐다.

여러 곳을 둘러보던 중 마침 호수 주변에 있는 고사목에 필자가 좋아하는 독수리 한 쌍이 앉아 있는 광경을 발견했다. 거기에 근접하여 독수리의 위용과 비상하는 역동적인 자태를 사진에 담으려는 욕심에서 될 수 있는 대로 배의 속도를 늦추게 하였다. 언제 독수리가 멀리 날아갈지 몰라서 사진기를 연속촬영 모드로, 망원렌즈의 배율은 최대로 조정하고 새들을 정조준 한 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점점 다가갔다. 먼저 독수리가 앉아있는 정적(靜的)인 모습을 여러 번 찍고, 그 중 한 마리가 비상하는 순간 마치 다발총을 쏘는 것처럼 셔터를 계속 눌러댔다.

사진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조류사진은 멀리서라도 사람이 접근하는 눈치가 보이면 새들은 보통 무조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근접 사진 촬영이 여간해선 쉽지 않다. 그래서 조류사진 전문작가들 대부분은 대포를 연상케 하는 고배율 망원렌즈를 사용하는데, 아주 고가이기 때문에 구입이 힘들다. 또한 조류사진은 의도적 연출이 안 되기 때문에 주변에 위장막을 쳐놓고 심지어 그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기회가 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오래 전 젊은 시절에 알에서 부화하여 탄생할 때까지의 백로(白鷺) 생태 과정을 산란기를 이용하여 삼년 동안 찍은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백로가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를 떠나지 않고 지키는 모성애를 사진 속에 표현하고픈 마음이었다.

지상의 상위 포식자가 사자라면, 하늘의 상위 포식자는 단연 큰 날개로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이다. 상승 기류를 이용하여 높이 오른 채, 밝은 눈으로 지상에서 먹잇감을 찾으면 쏜살같이 내리꽂아 먹이를 낚아채고는 다시 하늘로 오르는 위용이 여간 새들과 격이 다르다.

독수리를 지으신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사랑을 “내가 애굽 사람에게 어떻게 행하였음과 내가 어떻게 독수리 날개로 너희를 업어 내게로 인도하였음을 너희가 보았느니라”(출 19:4)고 비유하여 말씀하기도 하셨다. 그 말씀은 또한 오늘의 우리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오늘 소개하는 사진은 바로 독수리의 정적인 모습과 동적인 모습을 동시에 포착한 것으로 사진 기술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자연(피조물)을 통치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둔 작품이다. 이런 장면을 마주치고 촬영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앞으로도 더 아름다운 자연을 사진에 담아 많은 이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를 기도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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