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단체, 조국 민정수석의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 입장 지적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 아닌 태아의 생명 존엄 문제” 반박


청와대 홈페이지를 달궜던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조 수석은 11월 26일 낙태죄 폐지는 헌법의 판단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폐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제한된 경우만 낙태를 허용하는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사회·경제적 요건을 고려할 때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부터 반대 입장을 밝힌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와 낙태반대운동연합 등은 조 수석의 답변이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로 인식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낙태 허용 범주에 사회·경제적 문제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에 반대했다.

이번 청와대의 공식답변은 지난 10월 30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요청한 국민청원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들이 홈페이지에 청원 또는 제안한 내용이 30일 이내에 20만 명 서명을 넘으면 청와대 수석이나 관련 부서 장관이 공식 답변을 하고 있다.

조국 수석은 ‘낙태’ 대신 ‘임신중절’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심판이 4대4로 나온 사례를 설명했다. 당시 재판관들은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지만,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보다 앞선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2월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또 접수돼 헌법재판소에서 논의 중이다.

조국 수석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변하며 5년마다 진행하다가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시작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 이후 정부도 사회적 논의 속에서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청원자가 낙태죄 폐지와 함께 요청한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의 합법화 및 도입 청원도 낙태죄 폐지 논의와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답변 중 주목할 내용은 현행법의 한계를 지목한 부분이다. 조국 수석은 불법 임신중절에 따른 책임을 여성에게만 지우는 형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강간에 의한 임신이나 유전적 장애 등 제한된 경우만 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는 것도 현실에 맞게 재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혼 소송 상태에서 임신한 것을 발견한 경우, 실직이나 투병 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임신한 경우 등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반대 입장을 밝혔던 시민단체와 교계 생명윤리기관들은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문제가 아님을 다시 강조했다. 기관들은 조국 수석이 제시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적극 동의하면서도, 여전히 낙태를 여성의 자기권리 문제로 인식하는 한계를 지적했다. 낙태는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 것인가 중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태아의 생명을 끊을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사회·경제적 요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에 강하게 반대했다. 낙태반대운동연합 최정윤 사무처장은 “낙태를 허용하는 범위에 사회·경제적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낙태를 하려는 이유의 90%가 사회 경제적 사유이다. 특별한 사례를 들었지만 그 영향은 크게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월 24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윤종필 국회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낙태반대운동연합 김현철 회장은 보건복지부의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를 지적했다. 김 회장이 제시한 2005년 보건복지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및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낙태하려는 이유의 96%가 사회경제적인 사유였다. 이 때문에 김현철 회장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은 모든 경우에 낙태를 합법화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수석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잘못 전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 가톨릭은 주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에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청원을 올리고, 낙태반대 100만 서명운동도 펼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등 교계 기관들과 시민단체들도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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