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이은주 선교사 “장기적 비전 돕는 일이 중요”

▲ 이은주 선교사는 행복한선교사회 소속으로 필리핀에서 자비량 평신도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신도 전문인선교사가 더 많이 세워져야 한다는 요청은 많지만, 실제 선교지로 나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선교사가 감내해야 할 부담이 만만찮아 주저하기 때문이다. 필리핀 이은주 선교사의 경우가 꼭 그랬다.

“초등학생 때 선교사 서원을 했었어요. 헤어숍을 하면서 8년여 동안 단기선교를 다녔는데, 그것으로 내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하나님의 계획은 그것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이 선교사는 서울 강남에서 여러 개의 헤어숍을 운영하는, 한 마디로 잘나가는 헤어디자이너였다. 그러다 우연히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고, 병 낫기를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가게를 정리하고, 2015년 필리핀 다스마리나스로 떠났다. 자신이 단기선교 때 여러 차례 방문해 섬기던 지역이었다.

“가자마자 피딩 사역을 하고, 아이들에게 미용기술을 가르쳤어요. 필리핀에서는 미용사 자격증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기술만 배우면 바로 가게를 열 수 있거든요. 멀리 팔라완에서도 요청이 와서 직접 비행기를 타고 건너가 2박3일 동안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10명을 가르쳤는데, 그중에 6명이 헤어숍을 열어 자기네 교회에 십일조를 내고 있어요.”

이 선교사의 탁월한 미용 기술은 현지 학교에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다스마리나스에 있는 국립기술고등학교는 학생만 3만5000명에 달하는 종합학교로, 이 선교사는 이 학교 교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한국어학과와 미용학과를 개설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보수 없이 자비량으로 하는 사역이지만, 외국인이 이 학교에 학과를 개설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먹을 것을 주고, 옷을 주는 것도 좋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일이예요. 가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죠. 아이들에게는 기술이 필요해요. 저에게 2년 동안 미용을 배우면 바로 직업을 가질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이 생기는 거죠.”

이 선교사는 필리핀 학교에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말 그대로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며 현지 선교사들과 사모들이 사역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선교사는 “한국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미용 기술, 도색 기술 등을 배우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이제는 선교사들도 자격증을 가지고 현지에 가서 기술을 가르쳐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특별히 공부에 욕심이 많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것을 시작으로, 미용학, 아동미술학, 아동국악, 한글교사 자격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혔다. 최근에는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침술 교육을 받아 12월 중순 GMS제중원 침술선교사로 인준 받을 예정이다. 제중원과의 인연으로 11월 초에는 같은 학교에 침술학과를 개설하기도 했다. 거기에 총신대에서 신학 공부도 시작해 내년에 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이 선교사는 “제중원에서 침술을 배우다보니 보수신학을 공부하고 싶었고, 그를 통해 나를 점검하고 싶었다”며 “보수신학을 바탕으로 필리핀 현지인들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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