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프로테스탄티즘과 동아시아’ 국제학술대회

임성빈 총장 “한국교회, 공공신학을 통한 ‘창조적 소통’에 나서야”
류대영 교수 “힘을 잃은 ‘성경 기독교’의 전통과 정체성 회복해야”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만인제사장이라는 정신으로 교회와 일터, 교회와 배움터가 분리되지 않도록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하나님나라를 구현하자.”

한동대학교(총장:장순흥)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11월 16일과 17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프로테스탄티즘과 동아시아’라는 주제로 신학, 정치, 역사, 사회문화, 과학, 심리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기조강연을 한 임성빈 총장(장신대)는 종교개혁 50주년이 21세기 한국교회에 주는 개혁 과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임 총장은 먼저 종교개혁이 지향하는 ‘성속 이원론에 대한 배격’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칼빈은 루터의 만인제사장론과 소명의식을 이어받아 정치, 사회, 문화적인 영역들이 결코 영적인 문제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연결된 문제임을 말한다”며 “칼빈은 종교개혁을 정치, 사회, 경제 상황과의 연속성 속에서 이끌어 갔으며 하나님 앞에서의 근면한 책임성을 강조했는데, 그 책임성은 곧 인간의 공동체적 연대의식과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한동대학교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루터의 칭의론은 사회적 성화의 길로 연결되며 율법과 복음의 관계는 그리스도인들의 공적 도덕성의 근거를 제공하고, 소명론은 그리스도인과 이 세상을 역동적으로 연결시켜 준다며 ‘공공신학을 통한 창조적 소통’을 할 것을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종교개혁이 교회 안의 개혁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개혁으로 이어진 까닭은 평신도들이 개혁의 주체로서 역할을 감당했기 때문”이라며 만인제사장으로서 평신도 지도자의 역할 회복을 강조했다.

“우리가 있는 일터와 공동체, 사회가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바로 그곳이 소명의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신앙과 전문성, 윤리성을 확보해야 한다.”

류대영 교수(한동대)는 초기 한국 개신교에서 ‘성경’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를 역사적 자료를 근거로 설명했다.
류 교수는 개신교가 한국에서 성공한 이유 가운데 학문을 숭상하고 학자를 존경하는 성리학적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초기부터 한국 개신교는 성경을 번역하고 반포하고 공부하면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우선 한글성경이 번역되는 과정에 한국인들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스코틀랜드연합장로회 선교사 존 로스는 1877년경 이응찬, 서상륜 등 그의 한국어 선생 및 몇몇 한국인들과 함께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대표자역본 한문성경 <신약전서 문리(新約全書 文理)>를 저본으로 신약성경을 한글로 번역했다.

이 한글성경은 1882년 봄 만주의 심양, 영구 우장 등에서 출간됐고, 영국성서공회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반포했다. 비슷한 시점에 일본에서는 이수정이 번역한 한글성경 <현토성경>과 국한문 마가복음이 미국성서공회에 의해 한국에 입국한 개신교 선교사들에 반입되어 전도와 한글공부 및 이후 한글성경 번역에 영향을 미쳤다. 또 해방 이전까지 각 성서공회들은 성경을 배부하거나 팔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권서’를 고용했는데, 이들은 개종자를 만들고 그들을 조직해 가르치다가 선교사나 교회 지도자에게 연결시켜 주었다.

이렇듯 한국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을 읽어 기독교 신자가 되었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외우는 것이 신앙생활의 중심이었다. 성경을 탐구하는 ‘사경회’를 통해 집중적으로 성경을 읽고 공부했다. 류 교수는 “그러나 1920~30년대 신비주의적 종말론적 부흥운동은 ‘성경 기독교’의 전통을 약화시키고, 해방 이후 이념갈등, 남북분단, 한국전쟁, 자본주의 소비문화 등을 겪으며 ‘성경 기독교’의 전통은 더욱 힘을 잃었다”며 “오늘날 교인들은 성경을 읽지 않아 만인제사장으로서 신앙의 주체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이말테 교수(루터대)가 ‘독일 선교사 입장에서 본 종교개혁의 유산과 한국개신교회를 위한 의미’, 토시 사사오 교수(국제기독교대학)가 ‘일본 개신교와 피스메이커’, 장수동 교수(중국 정법대)가 ‘중국 프로테스탄티즘과 법’을 주제로 발제했다. 또 ‘동아시아 프로테스탄트에게 거는 기대’라는 주제로 토크쇼가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한동대는 포항 지진의 여파로 당초 11월 18일 포항 한동대 캠퍼스에서 예정돼 있던 대학원생 학술심포지엄을 취소했다. 집행위원장 이국운 교수는 “한동 캠퍼스의 지진 피해로 인하여 학교당국에서는 부득이 휴교를 실시했고, 이와 관련해 18일 포항 한동캠퍼스에서 진행하기로 예정된 대학원생들의 학술대회를 일단 취소하고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다른 기회를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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