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목사(경북여상 교목)

▲ 송병준 목사(경북여상 교목)

초유의 일이다. 포항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하루 뒤 예정되었던 수학능력시험이 전격적으로 일주일 연기가 되었다. 수험생들과 함께 수고했던 가족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지만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경주마처럼 오직 수능만을 위해 질주해왔던 수험생들은 수능시험 이후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당황한다. 수능 한 번의 시험으로 청소년기 전체가 판정되는 잔혹한 경쟁구도에서 선전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지도 못한 압박에 노출된다. 절실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지만 내 기도는 철저하게 외면당했다며 하나님에 대한 원망, 부모에 대한 죄책감, 낮아진 자존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수험생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위기상황을 겪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전작업으로 수단과 목표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수능은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는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수능이 목표가 되고 신앙이 수단화되는 것을 엄중히 경계해야 한다. 수능이나 대학진학, 직업이 하나님을 높이고 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목적전치가 되어 급박할 때 하나님의 능력만 얻어가려는 모습을 많이 본다. 청소년들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경험에서 하나님께서 주인이 아닌 조력자로만 위치한다면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하나님은 그의 인생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이 되지나 않을까?

믿음의 부모들은 자녀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기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맡겨주셨으니 맡겨주신 분이 본래 의도한대로 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 부모의 길이다. 그래서 수능시험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또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과정임을 꼭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결과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 시기는 급변의 시기이자 위기의 시기임을 알아야 한다. 외적으로는 고등부에서 청년대학부로 부서가 전환되는 시기다. 내적으로는 부모 의존적인 신앙생활에서 자기 자신의 신앙생활로 전환되는 때다. 이런 위기는 이중적인 시간이다. 관건은 대비다.

교회 차원에서 청년대학부에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등부와 청년대학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고등부 예배를 홈커밍데이로 기획해서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선배들과의 일대일 매칭을 통해 청년대학부로 자연스럽게 안내하고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또한 개인경건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신앙적인 근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청년대학부로 올라가기 전에 다양한 또래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다.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30% 정도의 청소년들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수능에 재도전을 준비하는 경우도, 취업을 통해 이른 나이에 사회로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수련회나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타지역으로 가는 사람들을 위해 해당지역의 건강한 교회를 안내하고 연결해주는 책임 있는 지도와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

수험생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자꾸만 마음이 약해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어떤 삶인가를 체험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급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저급한 신앙인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이 위기상황이 위험으로 마치지 않고 기회로 움켜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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