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성석 목사(충정교회)

▲ 옥성석 목사(충정교회)

벌써 2년쯤 되었나요? 63빌딩 최상층의 레스토랑은 ‘금빛파사드’의 명물임에 분명했습니다. 점심, 간단한 메뉴였지만 전망과 분위기만으로도 흡족했습니다. 그날, 주고받았던 대화는 오직 총신 걱정이 전부였던 것,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총장님은 저에 대한 앙금이 있으실 겁니다. 수년 전 ‘제주총신’ 프로젝트가 야심차게 추진될 때, 실사팀 일원으로 몇 차례 제주캠퍼스를 방문하여 대학 측 및 시청 직원들과 면담을 갖고 저는 중·고등학생 감소에 따른 정부의 감축 로드맵과 매주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비용 등을 종합하여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제97회 총회에서 강하게 ‘아니오’라고 피력했고 결국은 백지화 됐습니다. 이 시대 대학의 생존전략이 ‘덩치’가 아닌 ‘내실’쪽으로 가야한다는 신념,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작금 총신의 상황 또한 매우 엄중합니다. 그런데 지금 곁에는 한(漢)의 유방(劉邦)을 보필했던 장량(張良)이나 아람장군에게 고언(苦言)을 전했던 책사들이 보이지 않습니다(왕하6:13). 그래서 결례인 줄 알면서 글월을 드립니다. 총장님, 이쯤에서 내려놓는게 어떠신지요?

총신 제69회 학우회장일 때부터 총장님은 걸출한 인물이셨습니다. 박형룡, 정규오, 이영수의 뒤를 이어 김현중 한명수 김인득의 정화파가 교권을 쥐었을 때, 사실 그 수장은 기독신문 주필 한명수 목사였습니다. 신문을 장악한 그는 논지, 논설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필 자리가 한 순간 50대 초반의 총장님께로 넘어왔습니다. 그 이후 무려 20여 년간 총장님은 본류이든, 아니든 관심사에서 빗겨난 적이 없습니다.

특히 긴 세월 재단이사, 재단이사장, 총장을 거치면서 총신은 총장님의 분신, 아니 아내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특히 총장취임 이후, 학생 교수 모두 채플에 의무적으로 참석하고, 새벽기도에 집중하며, 원어능력을 배양하고, 졸업생 전원은 식장에 앉으며, 군목합격자 절반을 내는 등의 가시적 성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 2학기 총신신대원 개강수련회 집회를 인도하면서 직접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들 중 일부는 여전히 강의, 연구, 학생지도란 ‘본업’보다는 개교회 부흥집회인도, 주일설교 등의 ‘부업’에 더 분망합니다. 그것도 학기 중에 말입니다. 강의시간 외에는 얼굴조차 볼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있습니다. 이런 학풍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강한 리더십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당위론을 펼칠 수 있습니다. 특히 총신이 교권주의자들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론(智論), 동감하는 자들 없지 않습니다.

이런 ‘명분’ 때문인지 재단이사 15:0을 계기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계십니다. ‘사학법’에 근거한 정관변경, 적법입니다. 재단이사회를 통한 새 재단이사장 선임, 물론 적법입니다. 운영이사회 장소 불허, 이것 또한 책임자의 재량 즉 적법입니다. 설령 총신문제가 세상법정에 나갈지라도 4~5년은 너끈할 겁니다(갈5:15). 하지만 이런 류의 적법이 진리와 맞부딪히는 순간 그 ‘적법’은 ‘적폐’로 낙인찍힙니다.

‘총신이 무주공산(無主空山)되면 정치꾼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어렵사리 정착되고 있는 학풍, 다시 와해될 수 있다.’ 네, 분명 염려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 ‘개혁신학’의 후예들이 아닙니까? 하나님께서 분명 ‘포스트 김영우’를 예비해 놓으셨을 겁니다(삼상 16:15).

전임(前任) 총장의 잔여임기로 계산해도 한 달 여 남았습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이쯤에서 지난 9월 15일 방어권 차원에서 손댈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정관을 본래대로, 아니 ‘고신’ ‘한신’의 것을 벤치마킹하면서 더 전향적으로 재개정한 후, 구성원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학업, 교수, 사역, 목회에 진력할 수 있도록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없으신지요? 기계체조선수들이 공중에서 각양 기량을 뽐낸 후 피날레로 남기는 ‘착지’의 진한 여운을 볼 수는 없을까요?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정복에 성공했던 등반가 오은선 씨는 “정상에 5분 이상 머무는 것은 자살행위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매년 8월이면 초빙하는 주일 강단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총장님을 한 번 모셔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갱협이 김총장을?’ 하는 따가운 눈총도 있더군요. 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날 밤, 묵은 저희 교회 게스트룸 방명록에 〈祈, 忠心萬役爲主, 健康敎會爲世, 金永雨〉라고 남긴 수려한 필체는 총장님의 좌우명을 압축한 12자가 아닌지요?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1918~2013)와 이웃나라 짐바브웨의 무가베(93세)를 보면서 인생이면 누구나 피어리어드(period)을 어떻게 찍느냐가 중요한 과제임을 새삼 절감합니다. 아침마다 아령으로 체력단련을 하신다구요? 이젠 연세도 있으신데 추운 날씨에 건강, 두루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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