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길 서장(김해서부소방서.한국기독소방선교회 회장)

▲ 한정길 서장(김해서부소방서.한국기독소방선교회 회장)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경,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역에서 진도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작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발생한 진도 5.8에 이은 우리나라 지진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강진에 속한다.

지진 발생 나흘째인 18일 현재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는 80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재민은 1361명으로 포항 흥해 실내체육관 등 12곳에 대피 중이다. 주택 1161동이 지붕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차량 38대도 파손되었다. 학교 218곳과 면사무소와 공원시설 등 46곳도 균열이 갔다. 포항항 항만시설 23개소의 부두 콘크리트가 파손되고 국방시설 82곳도 지진피해를 입었다. 또한 대구~포항선 고속국도의 교량 5개소 등 11개소와 상·하수도 6곳이 파손되었고, 문화재인 경주 양동마을의 고택 24건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어 우리나라 지진 역사상 최고의 피해를 남겼다. 현재 지진 피해 응급복구가 한창인데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의 신속한 복구가 진행 중이며, 응급복구에 1만2990명의 인력과 장비 112대가 동원되어 복구 작업 중이다.

앞선 경주의 지진과 꼬리를 물고 발생한 이번 포항의 지진으로 볼 때,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지진 발생에 따른 안전성 확보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과 국민들 모두가 지진으로부터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나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지진 발생에 대비하여 성도들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지진 피해 현장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이웃 사랑을 몸소 실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이재민들은 넓고 썰렁한 실내체육관 등에서 수백 명이 집단으로 거주함에 따라 추위와 사생활 침해 및 지진 발생 당시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편히 쉬지도 못한 채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진 등 재해 지역의 교회들이 성전이나 기도실 등을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로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응급구호단체와의 협력에 따라 이재민들이 지역 교회로 분산 배치되면 교회 성도들이 자신의 가족같이 섬기면서 응급구호단체와 연계한 구호 물품 수급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인들로 구성된 의사, 약사, 간호사 등의 의료봉사와 이·미용 봉사, 심리상담 등으로 필요를 채워주며 불안감 해소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것이야말로 실제적인 위로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집수리, 지진 피해 현장 청소 등의 노력으로 불안과 실의에 빠진 이재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힘과 용기를 북돋워 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과 함께 이재민들을 돕는 가운데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의 벽을 허물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상을 정립하게 된다면 초대교회처럼 나누고 섬기는 교회, 지역사회의 피난처 같은 교회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앞으로의 한국 교회가 이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 내부적으로 시행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먼저, 교역자들과 교인들의 안전의식을 제고시키고,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활성화하여 교인들 각자가 재난현장 안전지킴이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 각종 재난에 대비하여야 한다. 또한 교회 건축물의 안전도를 정밀 진단하여야 한다. 모든 교회 건축물들이 건축법과 소방안전법에 저촉되는 위법 또는 위험요소가 없는지를 정밀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은 즉시 보완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지진의 위험성에 대비한 교회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 여부는 반드시 확인하고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건축물이라면 시급히 내진 건축물로 보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의 피난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개교 회가 아닌 교단이나 초교파적인 연합을 통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구호업무에 힘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인력과 장비가 중복되는 등의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지역을 돕고 섬기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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