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8년 만에 개척교회 파송, 분립 소명 실천
“건강한 나눔의 약속, 더 큰 비전으로 채워갈 터”

“내 몸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성도가 교회를 떠날 때, 목회자들은 살을 에는 듯 아프다고 했다. 내면의 고통을 토로하는 목회자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불가능했다. 목회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아픔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교회에 이 아픔을 자처하는 목회자들이 나타났다. 교회를 분립하는 목회자들이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한 영혼에 집중하고 싶은 목양을 위해서,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건강한 교회를 원해서, 고통 속에서도 분립을 했다. 하지만 교회를 분립하는 목회자들은 “분립해야 건강한 교회냐”라는 질시와 경계를 받으며, 동료 목회자들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한때 교회회복운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교회분립이 확산하지 못한 이유다.

▲ 생수교회는 철저한 교회론과 공동체 의식으로, 개척할 때부터 교회 분립을 사명으로 여겼다. 그 열매를 개척 8년만에 거두었다. 지난 10월 29일 생수교회 성도들은 더드림교회 파송예배를 드렸다.

“자랑하려는 사역이 아닙니다. 우리 생수교회는 설립할 때부터 분립을 사명으로 여겼고, 저도 2대 담임목사로 그 비전을 공유하고 계승했기에 분립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을 볼 때, 교회 분립은 미래 목회의 관점에서 올바른 사역이라고 확신합니다.” 생수교회 김성현 목사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생수교회는 지난 10월 29일 더드림교회 파송예배를 드렸다. 2009년 10월 25일 개척한 생수교회가 꼭 8년 만에 분립해서 또 다른 개척교회를 설립한 것이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안동혁 목사와 31명의 성도가 더드림교회 개척에 나섰다. 김성현 목사는 교회를 개척한 이성헌 목사 후임으로 2015년 부임했다. 부임한 지 2년 만에 성도들을 보내는 김 목사도, 8년 동안 함께 지냈던 식구들과 이별하는 성도들도 파송예배를 드리면서 서로를 축복하며 울었다.

▲ 김성현 목사(왼쪽)는 안동혁 목사(오른쪽)와 성도들을 분립시키며, “너무 아프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생수교회가 설립 8년 만에 분립할 수 있던 이유는 3가지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첫째, 지역에서 좋은 교회로 인정받으며 분립할 정도로 부흥했다. 둘째, 개척할 때부터 이성헌 목사와 성도들은 교회 분립개척을 사명으로 여겼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었다. 셋째, 후임 김성현 목사와 성도들은 교회 분립의 소명을 잊지 않았고 때가 됐을 때에 실천했다.

생수교회는 거주 인구보다 유동 인구가 더 많은 서울 구로역 앞에 위치하고 있다. 지역을 섬길 방안을 찾다가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매일 줍는 ‘꽁초전도대’로 유명한 그 교회다. 섬김 사역으로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고, 개척 후 몇 년 만에 출석성도 300명에 이르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수교회는 개척할 때부터 교회분립을 소명으로 내걸었다. 설립 당시부터 개척설립위원회를 조직했고, 성도 300명이 넘으면 분립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분립 방법도 체계적이다. 담임 목사가 부교역자 중에서 분립 개척할 목회자를 검증해서 당회에 상정하면, 당회원과 성도들이 설교 영성 목양(사랑) 리더십 인품 성실성 비전 등 7가지 항목으로 평가한다. 더드림교회 개척 목사로 선발한 안동혁 목사도 이 검증절차를 거쳐 올해 1월 최종 확정을 받았다. 이후 김성현 목사는 분립의 목적과 의미를 성도들에게 설교하며 동기부여를 했다. 안 목사에게 주일예배 설교를 하도록 하면서, 성도들이 개척에 나서는 결단을 하도록 배려했다.

“교회 설립 때부터 계셨던 권철순 장로님 가정을 비롯해 각 위원회 일꾼들과 교사 등 31명이 개척에 자원했습니다. 모두 교회에서 중추 역할을 감당하는 분들이었습니다. 사실 많이 놀랐고 힘들었지요.” 김 목사는 지난 9월 24일 더드림교회 개척 구성원들을 확정한 이후, 2주일 동안 잠을 못잘 정도로 힘들었고 금식기도를 하며 불안한 마음을 극복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힘들면서 왜 분립을 하는가? 분립하면 교회도 힘들어지고 사역도 줄어들지 않느냐? 교회도 많은데 굳이 분립해서 개척해야 하느냐?

생수교회 성도들과 김성현 목사는 이런 질문들에 대답한다. 매년 3000교회가 사라지는 현실에서 새로운 교회들이 나와야 복음을 모르는 3000만 명에게 계속 복음을 전할 수 있다고. 예수 안에서 한 지체인 생수교회와 더드림교회는 더욱 역동적으로 사역할 것이라고.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교회에 소속된 하나님의 성도입니다. 분립은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한 사역이기에, 하나님께서 채워주시고 사용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분립한 이후 생수교회는 10교회 분립, 해외 10개국 선교사 파송, 90개의 건강한 가정교회 설립이란 더 큰 비전을 세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생수교회를 통해 이 역사를 이루지 않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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