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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과세 기준’부터 확실히 정리하라[기획] 종교인 과세, 목회 관점으로 접근하자 ①납세 2년 유예에 목매지 말라

‘2년 더 유예’ 목소리 높지만 분명한 납세 원칙 없으면 ‘시행시기’ 협의는 무의미
복합적 해석 가능한 정부의 과세 입장 정확히 지적하며 교회 입장 정리해가야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이 예정대로 2018년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시행령 원안의 과세 항목을 대폭 축소해 종교계에 제시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2년 유예했던 종교인 과세를 내년에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년 시행을 70% 이상 찬성하는 여론도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부에서 종교인 과세를 위한 준비가 미흡해 2년 더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해 정부와 협상을 하고 있는 특별위원회도 내심 2년 유예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교회와 목회자들이 분명한 원칙과 기준으로 납세를 준비하지 않으면, 2년 유예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본지는 ‘종교인 과세, 목회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종교인 과세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실제로 준비해야 할 내용을 다룬다.   <편집자 주>

정부도 교회도 갈팡질팡

종교인 과세 시행을 2년 유예한 2015년 이후, 정부와 종교계는 이를 위한 실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하고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개신교를 비롯해 각 종단들과 협의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과세를 해야 할 종교인의 범위’도 모호하고 ‘어떤 소득에 과세하고 어느 소득은 비과세로 할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지적받았다. 기획재정부 감사에서 이혜훈 국회의원 등은 과세대상과 과세기준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2018년 종교인 과세를 추진할 수 있는지 물었다.

▲ 박근혜 전 정부에서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 시행령 결정 이후, 정부와 종교계는 관련 논의와 준비를 전혀 안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서야 기획재정부과 국세청 등이 각 종단과 과세를 협의하고 있다. 지난 8월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장들과 이낙연 총리가 목회자 납세 문제를 논의한 후 웃고 있다.

정부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처럼, 한국교회도 목회를 위한 최선의 납세 방법을 도출하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교회가 갈팡질팡한 가장 큰 이유는 공동으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국교회는 목회자 납세에 3가지 목소리를 따로 내고 있다.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 한국천주교(가톨릭)처럼 자발적으로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입장, 그리고 정부의 소득세법 시행령 내용을 교회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해서 납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3가지 입장이 각기 터져 나오면서 한국교회는 납세를 반대하는 종교로 비난을 받고, 실제적인 준비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명분과 실익 모두 놓친 교회

위 3가지 입장은 목회자 납세의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갈라진 것이다.
종교인 과세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은 교계 개혁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다. 목회자가 세금을 납부하면, 교회재정이 투명해지고 교회의 신뢰성도 높아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목회의 특수성을 간과한 측면이 약점이다.

한국천주교회처럼 자발적으로 납세를 하자는 주장은 여러 면에서 한국교회와 목회에 가장 유익한 방안이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994년 성직자의 소득세 납부를 결정했다. 이후 종교인 과세 문제가 나올 때마다 언론과 시민들은 천주교를 투명한 종교로 이해했다. 천주교의 납세는 생활비와 사례비 등 소득의 범위를 자기들이 결정해서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지금처럼 과세 비과세 항목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교단은 2016년 총회에서 종교인 과세를 ‘자발적인 납세’로 방향을 잡고, 소속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납세를 위한 지침서까지 발행하며 독려했다. 예장합신 종교인과세 대책을 맡고 있는 박종언 목사는 종교인 과세 논의가 나오던 2014년부터 자발적 납세를 각 총회에서 결의해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언 목사는 “세법의 특성상 과세대상에 ‘종교인’만 따로 구분해서 시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에 저촉되는 일이다.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성실하게 신고하고 납부하면, 교회 세무조사의 위험도 사라진다. 지금이라도 각 교단이 자발적 납세를 결정하고, 정부에 종교인 과세 방침의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자발적 납세를 시행했으면, 한국교회가 비판에서 벗어나 명분도 얻고 실익도 얻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자발적 납세’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발성이다. 예장합신도 목회자들의 자발적 납세 실적이 너무 저조하다. 또한 일부이지만 자발적 납세를 악용하는 목회자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각 총회가 강력하게 ‘자발적 납세’를 강제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행 앞뒀지만 아직 오리무중

현재 한국교회의 목회자 납세 방향은 “세금 내겠다. 철저히 준비해서 2년 후에 시행하자”로 모아지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해서 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종교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납세특별위원회)는 정부와 협의를 하면서도, 과세기준과 과세범위의 문제를 제기하며 다시 2년 유예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에 시행하든, 2020년으로 다시 연기하든, 목회자들은 납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목회자들이 납세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세 기준이다. 2015년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목회자의 생활비 상여금 격려금 사례비 등을 비롯해 목회활동을 위해 교회에서 제공하는 도서비 차량유지비 사택지원비 등 30개 항목을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목회자들은 과도한 과세기준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한국교회 납세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10월 27일 30여 개의 과세항목을 대폭 축소해 ‘사례비, 생활비, 상여금, 격려금 등’만 과세하기로 정리했다. 또한 교회 재정과 목회자의 회계를 분명히 구분하기로 했다. 일부 언론들은 ‘정부가 종교인의 순수한 소득에만 과세하기로 했다’며 종교인에게 큰 양보를 한 것처럼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목회자들에게 사례비와 격려금의 범위는 매우 넓다. 기존 30개 항목 중에서 부흥회와 같은 집회출장비, 여비, 교통비 등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같은 의미로 ‘등’ 역시 다양하게 해석해서 과세할 근거가 된다.

납세특별위원회의 한 인사는 “정부와 이렇게 협의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협의를 한 후 기재부가 말을 바꾸고 있다. 당장 8일 개최하려던 공개토론회도 비공개로 바꾸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과세기준에 대해 개신교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천주교와 불교도 현재 시행령은 문제가 생긴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여전히 종교인의 ‘과세기준’은 모호한 상황이다.


 목회자 납세를 위해 실제로 준비해야 할 것  

‘고유번호증’부터 발급받아야 한다


현재 종교인 과세는 시행할 시기와 방법만 변할 뿐, 결국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목회자는 물론 교회도 준비할 것들이 많다. 본지는 아래 준비 상황을 ‘절세’가 아닌 ‘목회와 교회의 유익’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다룰 예정이다. 

▲고유번호증 발급을 위한 준비

교회와 같은 비영리단체들이 세무 관련 업무를 진행하려면 관할 세무서에서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고유번호증을 발급받을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정관과 예산 관련 자료이다. 총회 및 목회자납세대책위원회와 협력해 교회에서 사용할 표준 <정관> 및 표준화된 예산 지침서를 제공할 예정이다.

▲근로소득? 기타소득?

소득세법 시행령은 목회자들이 납세를 근로소득과 기타소득 중 선택해서 납부하도록 했다. 절세 차원에서 보면, 기타소득으로 납부하는 것이 세금을 적게 낸다. 일례로, 생활비와 사례비 등 교회에서 받는 소득이 매월 400만원인 목회자(4인가족 기준)는 근로소득으로 납부할 경우 세금을 200만원 정도 낸다. 기타소득으로 내면 1/3 수준인 73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면 4대보험을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매월 모든 사례비를 합해서 200만원도 못받는 목회자들이 더욱 많다. 이 목회자들은 근로소득이든 기타소득이든 면세점 이하이다. 하지만 근로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 세무사와 함께 세밀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교회재정과 목회자 회계 분리

종교인 과세에 대한 기준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각 교단들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납세설명회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과세 기준과 함께 중요한 것은 교회 재정과 목회자 회계의 구분이다. 목회자 통장을 교회 대표 통장처럼 사용하던 관례를 비롯해 현재 교회의 회계 체계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 목회자가 납세하는 것만큼, 교회 회계처리가 중요하다. 목회자 납세와 연관된 교회재정 운영 방법을 전문가와 함께 제시할 것이다. 

박민균 기자  min@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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