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라는 시를 아는가?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 낮은 곳으로 / 자꾸 내려앉습니다 /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 그대여 / 가을 저녁 한때 /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 사랑은 왜 / 낮은 곳에 있는지를”

성경에도 마치 낙엽처럼 낮은 사랑을 보여준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리아다. 그녀는 예수님의 발아래 앉아서 말씀을 듣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겼다. 오라버니 나사로가 죽었을 때도, 길바닥에서 주님의 발 앞에 엎드려 통곡하며 애원하였다. 십자가 죽음을 앞둔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려 옥합을 깨트려 향유를 부은 후 머리털로 씻겨 드렸다. 그래서 온 천하에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반드시 말하여 그녀를 기억하라고 말씀하셨다(마26:13).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의 비극은 주님의 발아래 엎드려 눈물로 섬기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오히려 주님의 교회와 복음을 짓밟고 자신의 욕망의 바벨탑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깊어가는 가을, 낮은 사랑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 주님의 발아래 옥합을 깨트리며 눈물짓던 마리아처럼, 모든 것을 다 내어주고 소리 없이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저 가을 낙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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