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추방사태 겪으며 필요성 절감, 국내 교단선교부·선교단체들 중 첫 설립
팀장 김정한 선교사 중심, 체계적 시행 지침 마련하여 위기관리 교육·대응 강화

얼마 전 총회세계선교회(GMS) 홈페이지에 안타까운 부고가 하나 떴다. 파송받은지 채 2년이 안 된 40대 사모 선교사가 암으로 소천했다는 사연이었다. 선교사는 치료를 위해 한국 병원을 찾았지만, 종양이 많이 번져 수술을 할 수도 없었다. 사연을 전해준 한 선교사는 “파송교회들이 선교사 귀국을 반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제대로 된 검진과 치료를 못 받고, 병을 키워서 돌아오는 실정이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총회세계선교회(이사장:김찬곤 목사)가 최근 상설 위기관리팀(팀장:김정한 선교사)을 만들었다. 국내 교단선교부와 선교단체들 중에서 상설 위기관리팀이 세워진 것은 GMS가 처음이다. 2007년 아프간 피랍사태 후 한국 선교계에서 선교사 위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긴 했지만, 대부분 개별 사안에 대해 임시 위기관리팀을 운영하는 정도였다. GMS 역시 위기상황 발생시 본부 선교국을 중심으로 임시 위기관리팀을 가동하다가 상황이 종료되면 팀을 해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올해 초 동아시아에서 대규모 선교사 추방 사태를 겪으면서 상설 위기관리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최근 임원회 결의로 위기관리팀을 신설했다.

위기관리팀장으로 세워진 김정한 선교사는 GMS 사역국장 출신으로 2007년 아프간 사태 이후 국내외에서 체계적인 위관리 교육을 이수했으며, GMS 국장 재직 시 수십 건의 위기상황을 처리했거나 관여하는 등 실무경험까지 갖춘 위기관리 전문가다. 김 선교사는 위기관리팀이 조직된 후 그간의 GMS 위기관리 사례를 전수조사해 정리했다.

김 선교사의 조사에 따르면 1979년 이후 GMS(총회선교국 포함) 선교사들의 위기사례는 총 325건에 달했다. 이중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 동안은 무려 278건의 위기상황이 발생했다. 김 선교사는 “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위기상황만 그 정도고, 보고가 안됐거나, 지부에서 가지고 있는 자료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325건의 위기를 내적 위기와 외적 위기로 구분해보면, 내적 위기에는 ‘질병’이 112건으로 가장 많았고, ‘관계’ 6건, ‘재정’ 3건, ‘도덕적’ 1건, ‘기타’ 26건이었다. 외적 위기로는 ‘추방·철수’가 1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안전사고’(19건), ‘정국 불안’(17건), ‘자연재해’(8건), ‘전염병’(3건) 순이었다. ‘질병’ 사례 가운데는 질병과 사고로 소천한 경우도 43건(39%)에 달했으며, 특히 최근 5년 동안에 암으로 소천한 선교사만 14명에 달했다. 위기가 발생한 선교지는 중국이 102건으로 위기발생 건수가 가장 많았으며, 이어 인도(18건), 러시아(14건), 인도네시아(14건) 순이었다. <도표>

김 선교사는 “GMS 내에 280여 가정이 파송교회가 없다. 이 중에 한인교회를 시무하거나, 개인적으로 후원을 받는 경우를 빼고 최소한 100가정은 재정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것도 엄연히 위기사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GMS 위기관리팀은 앞으로 위기관리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GMTI 훈련생들과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던 것을, GMS 임원 및 파송교회 담임목사와 선교담당자, 본부 직원, LMTC 훈련생 등으로 점차 확대키로 했다.

실제 위기상황을 처리해 가는 데에 있어서는 ‘위기예측’ ‘위기예방’ ‘초동조처’ ‘후속조처’ 등 4단계로 구분해 진행한다. 특별히 위기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선교사 후보생들과 연차별 선교사들에게 적게는 50가지, 많게는 200가지 항목 설문조사를 통해 위기 예측 리스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GMS 위기관리에 있어 중요한 계획 가운데 하나는 지역별, 지부별로도 위기관리팀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본부에 위기관리팀을 세운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선교부와 지부에도 위기관리팀을 세워, 자료수집, 위기예측·위기예방·초동대처·후속조처, 교육·훈련 등을 시행토록 할 계획이다. 김 선교사는 “기본적으로 위기관리팀장은 시니어급 선교사들 중에서 세워져야 하며, 무엇보다 헌신하는 마음과 자기희생까지 각오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위기관리팀은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기를 기준으로, 위기별 시행 지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GMS의 경우 질병, 추방, 지진, 테러, 폭동, 내전, 태풍, 전염병, 교통사고, 강도 등이 빈도수가 많거나 영향력이 큰 위기들로 각각의 위기에 대한 시행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GMS 위기관리팀이 효과적으로 사역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지원도 요청된다. 현재 위기관리팀은 김정한 선교사 혼자 사역과 조사활동을 하는 상황으로, 사역을 뒷받침할 팀원 충원이 필요하다. 또 위기를 당한 선교사들이 와서 편안한 분위기 가운데 상담하고, 위기관리팀이 조사와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별도 공간도 필요해 보인다.

김정한 선교사는 “선교사들이 사역을 아무리 잘했어도 위기관리 한번 잘못하면 모든 사역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선교사들이 주어진 임기 동안 멋지게 사역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건강, 사역, 재정적인 돌봄을 비롯해 총체적인 케어 사역을 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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