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특별기획/ 다시 세우는 2017 한국교회 신앙고백 3- ③ 개혁신앙인으로 살고 있는가?

“종교개혁이란 성경대로 믿고, 성경대로 예배하고, 성경적인 교회제도를 만들고, 성경대로 살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철저히 이룬다면 우리도 종교개혁의 후예가 될 수 있다.” 이승구 교수(합신대)는 오늘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오늘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의 기본인 ‘오직 성경’을 따르고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여전히 예배를 제사로 여기는 문제를 지적하며, 평신도라는 용어에서 드러나듯 ‘만인제사장’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이승구 교수만이 아니다. 요즘에 떠오른 문제도 아니다. 오랫동안 한국교회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이원론적 신앙’을 지적했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신학인가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원론적 신앙’의 원인을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할 역량이 부족하거나 교회론에 충실하지 못한 목회자의 문제로 인식했다.

목회자가 신앙생활을 ‘교회생활’로 축소시키고, 섬김과 봉사와 헌신을 ‘교회봉사와 헌금(십일조)’으로 여기게 했다는 지적이다. ‘성수주일’을 강조하면서 일주일 중 주일만을 신앙의 중심으로 인식시켜, 그 외 6일 동안 교회 밖의 삶은 상대적으로 덜 거룩하다고 의식화했다는 주장이다.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권연경 교수(숭실대)는 이원론적 신앙의 문제와 폐해를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이런 이원론적 상황에서, 삶에서 생겨나는 많은 어려움들과 물음들은 교회에서 거론해서는 안 되는 일 또는 거론해도 시원한 답변이 주어지지 않는 사안으로 남는다. 또한 정확하게 십일조를 하고 나머지는 내 욕심대로 쓰거나, 주일 봉사를 열심히 하고 나머지는 현실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처럼, 종교적 몸짓은 일상의 세속성을 가리려는 위선으로 쉽게 변질된다. 이원론 신앙은 비신앙적 일상생활을 합리화하는 종교적 수단으로 전락한다.”

목회자의 문제라면, 의문이 생긴다. “왜 신학을 공부한 목회자들이 이런 기본적인 목회 실수를 저지를까?” 해답은 이 물음에 있었다.

현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비롯해 한국 신학대학들의 주요 기능은 ‘목회자 양’이다. 교육의 핵심은 ‘목회자로서 교회에서 목회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다. 교육의 중심이 ‘목회(자)’이고 목회와 관련된 내용뿐이다. 신학생들이 올바른 교회론을 배우고 종교개혁사를 이해했다고 해도, 주일에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와 활동 외에 ‘교회 밖 일상생활의 신앙’에 대한 이해를 갖기 어렵다.

종교개혁자 칼빈은 철저하게 자신의 <기독교강요>와 신학이 교회를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교회가 성도들의 공동체라면, 목회는 성도들의 삶에 대한 내용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의 신학과 목회는 일상의 삶 속에서 성경대로 살도록 돕고 있지 못하다.

▲ 역사적으로 개혁신학과 개혁교회는 시대의 질문에 답하고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하며 생명력을 유지했다. 그 시대 및 삶과 괴리한 개혁신학은 힘을 잃었고 교회는 존립마저 흔들렸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 근원적이고 도전적인 질문과 마주할 것이다. 이제 성경으로 이 시대 속에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로잡아 나갈 것인지 한국교회는 준비를 해야 한다.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개혁교회

16세기 종교개혁 이래 개혁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지키며 그에 따라 예배드리고 살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세계 개혁교회 역시 오늘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겪었다. 종교개혁을 시작한 유럽 교회는 불과 100년 만에 개혁교회로서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18세기 유럽에서 개혁교회의 전통은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

유럽 개혁교회의 부활은 유명한 아브라함 카이퍼에서 비롯됐다. 신칼빈주의자로 불리는 카이퍼는 1880년 종교개혁기념일을 앞둔 10월 20일 암스테르담 새교회에서 자유대학교를 개교하며 이렇게 선언했다.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만유의 주재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의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습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주권을 이 세상 삶의 모든 영역-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예술 교육-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카이퍼의 주장은 칼빈주의와 개혁교회의 부활을 알렸다.

종교개혁 이후 왜 개혁교회는 침체했고, 왜 영역주권이 부활의 초석이 됐을까. 바로 개혁신학 개혁교회는 ‘일상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개혁신학의 부흥을 연구해 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서기 권순웅 목사는 16세기 종교개혁과 19세기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부흥의 공통점을 “시대정신 속에서 삶의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6세기 칼빈을 중심으로 한 종교개혁자들은 중세와 로마가톨릭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당시 개혁신학은 변화하는 세계와 시민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기틀을 제공했다. 하지만 이후 세계는 급속히 근대로 이행했고, 기본적으로 중세시대의 틀 안에 있었던 종교개혁자들의 신학은 시대와 삶을 담아내지 못했다. 카이퍼는 근대의 시대정신 속에서 영역주권이란 개혁신학을 정립했다. 오늘 한국교회에서 개혁신학의 부흥은 이 시대와 우리의 삶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시대의 개혁신학과 교회

오늘 한국교회 내 개혁신학의 부흥과 개혁신앙인으로서 삶은 결국 이 시대와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대와 삶의 양식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은 여전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세계에 미칠 가장 영향력을 ‘4차 산업시대’라고 지적한다. 우리의 삶 역시 이미 ‘4차 산업시대’에 진입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 알파고로 유명한 AI(인공지능)는 이미 익숙하다. 심지어 의사를 대신해서 진단을 하는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인정받고 있으며, 설교를 하고 축복을 해주는 인공지능 로봇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 내에 인체에 삽입하는 핸드폰이 등장할 것이고, 가전제품을 비롯한 일상기기들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돼 핸드폰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현재 센서스를 통한 인구조사 대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나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4차 산업시대의 모습을 10~15년 후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와 사회를 앞두고 개혁신학과 개혁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변하는 세상, 불변의 성경

이어령 박사는 ‘한국교회 미래전략 수립 포럼’을 위한 논문에서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교회의 존립을 위협할 것”이라며, “인간의 결정보다 더 탁월한 선택을 하는 인공지능이 미래에 대한 예측을 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 상황에서도, 현재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아직 구체적인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앞으로 교회가 당면할 문제들은 수없이 많다.

▲AI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0년까지 무려 5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노동시장에 큰 변화와 혼란을 가져온다.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경제적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개혁신학과 교회는 AI로봇을 통한 노동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소할 것인가.

▲인체와 기계의 결합, 유전자 조작 등이 본격화할 것이다. 교회는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창조질서의 문제와 맞닥뜨릴 것이다. 개혁신학과 교회는 창조질서와 생명윤리의 한계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

▲현실 세계와 별개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을 대체할 아바타(온라인 정체성)를 만든다. 그 아바타를 통해 온라인에서 관계를 쌓고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할 것이다. 온라인에서 아바타를 통해 교제를 하고 교회를 설립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개혁신학으로 타당한가.
이런 질문들은 그나마 낫다. 극단적인 과학기술의 시대가 도래 하면 현세와 내세의 개념조차 모호해 질 것이다.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개혁신학이 어떤 길을 모색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에게 분명한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변하지 않는 성경이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 역시 “한국교회의 미래는 진리수호, 즉 말씀과 다음세대에 달려 있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회는 성경을 바탕으로 해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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