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목사(주필)

마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면서 진심으로 우려했던 것은 면죄부 구입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믿는 가짜 기독교의 등장이었다. 아무런 희생도 봉사도 헌신도 없이 구원을 받는다는 이 허무맹랑한 요설 앞에서 그는 95개조 반박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하였다.

제32조 ‘사면장으로 구원을 판매한 이들은 그 가르친 이들과 함께 저주를 받을 것이다’. 제86조 ‘교황은 오늘날 어떤 대부호보다도 더 부유하다. 그런데 성베드로 대성당을 지을 때 왜 자신의 돈을 쓰지 않고 가난한 신자들의 돈을 쓰려하는가’. 제95조 ‘면죄부라는 거짓된 확신이 아니라 많은 고난을 통해서 천국에 가는 것이다’. 마틴 루터가 10월 31일 반박문을 내건 것은 11월 1일이 만성절 즉 많은 성자들의 축일이었기 때문이다.

1513년 교황이 된 레오 10세는 면죄부를 발행한다. 자신이 그리스도로부터 인간의 모든 죄와 형벌에 대한 사면권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면서였다. 레오 10세는 과거, 현재, 미래의 죄를 모두 용서해주는 최상급 면죄부(plenary indulgence)와 사망한 가족들의 연옥 형벌을 감해주는 특별 면죄부까지 팔았다. 귀족들은 교황에게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면죄부 판매권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그 이익금은 교황과 판매업자가 나누어 가졌다.

독일 북부 면죄부 총판권은 알브레히트(Albrecht) 대주교가 갖고 있었다. 그는 당시 은행업으로 돈을 모은 푸거 가문에서 돈을 벌려 주교직을 샀고 이를 메꾸기 위하여 면죄부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최대의 웅변가로 화술의 달인인 도미니칸 수도사 요한 테첼(Tetzel)을 판매 책임자로 고용하였다. 이러한 미신적 행위에 분노한 루터는 펜을 들어 면죄부를 공격하는 ‘95개조 반박문’을 써서 비텐베르크 성교회 정문에 게시한 것이었다. 중세의 1년 365일은 매일 성자들의 축일로 지켜졌다. 당시 중세의 성자는 2000명이 넘었기에 배정받지 못한 성자들을 위한 날이 만성절(All Hallows day)이었다.

현대의 할로윈(Halloween)은 모든 성자들을 뜻하는 All Hallows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날은 중세의 큰 날이었고 그 전야에는 성자들의 유물과 면죄부가 판매되었기에 루터는 만성절 전날인 10월 31일 반박문을 게시한 것이었다. 30대 중반의 사제인 마틴 루터는 이 일이 종교개혁의 대격변이 될 줄을 까맣게 모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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