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의와 교회 통일교육

▲ 조만준 목사(통일바람네트워크 대표)

신칼빈주의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삶의 모든 분야에서 칼빈주의적 세계관의 원리를 강조한다. 신칼빈주의 대표적인 인물로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헤르만 바빙크(Herman Bavinck), 클라스 스킬더(Klass Schilder)를 들 수 있다. 비록 서로의 신학적 차이는 조금씩 나타나지만 그들은 칼빈주의 원리를 교리와 신학에 국한하지 않고 생활의 전 영역으로 확대하길 원했다. 이들은 모두 하나님의 주권과 성경 중심의 세계관을 삶의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했다.

특별히 아브라함 카이퍼는 피조 세계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주권을 믿고 교회와 사회의 변혁을 꿈꿨다. 그는 정치가로 사역하면서 네덜란드 사회의 변혁을 추구했다. 그는 복음의 능력으로 사회 전반을 개혁하길 원했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20세기 초 네덜란드가 처한 사회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고 삶의 전 영역에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는 총신대에서 ‘종교개혁과 문화’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칼빈주의 신앙의 체계가 16세기뿐만 아니라 유럽 사회와 지금 이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피조 세계의 영역 가운데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시편 기자의 고백을 떠올리며 녹록치 않은 오늘의 현실을 바라본다. 남과 북의 문제는 더 이상 남과 북 당사자들 간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연일 계속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막말 공격은 곧 불어 닥칠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조성시킨다.

반면 우리는 피조 세계의 모든 영역이 하나님의 손길 아래 있기에 교회는 잠잠히 하나님의 뜻을 간구하며 기다리고 기대해야 한다. 이념과 기호, 정치와 세대로 인해 나누어진 분열과 갈등, 서로를 향한 반목을 잠재우고 한반도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묻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다가올 통일을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쩌면 통일은 한국사회의 유일하고도 확실한 활로가 될지도 모른다.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선택과 노력이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밝은 눈으로 만 리를 내다보는 명견만리의 혜안이 절실히 요청된다. 교회의 통일교육은 섣부른 예측과 허황된 청사진보다 남과 북의 문제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고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에서 이미 싹을 틔우고 있는 통일을 향한 작은 물꼬들(통일비전학교, 기도회, 남북한 예배 공동체 등)을 발판으로 위기 극복의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절실함과 절박함을 가지고 통일의 담론과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모아서 함께 준비하는 교육이 요청된다.

지금은 비록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감이 있지만 교육을 통해 다가올 통일의 그림을 그리는 명견만리의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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