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목사의 사진에세이/순례자의 길] (10)세월이 만들어낸 아름다움

 사진1  물에 녹아 있는 석회질 성분이 오랜 세월동안 흘러내리면서 아름다운 조형물을 만들었다.

 사진2  늘 그 자리에 서서 오랜 세월을 지켜온 나무인지라 더욱 위엄 있는 아름다움이 서려있다.

 사진3  지금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담아 온 세월만큼이나 정겨운 모습을 가진 시골집이다.

 사진4  정글의 계곡에 놓인 다리 하나도 세월이 덧입혀지니 이토록 멋스럽다.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또 흐른다. 세상의 부귀영화와 모든 권세를 가진 자라도 흐르는 시간을 붙들 수는 없다. 시간은 공정하다. 잘난 자와 못난 자의 구별이 없다. 부한 자와 가난한 자를 구별하지도 않는다. 힘 있는 자에게나 힘없는 자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시간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지고 차별하지 않고 흘러간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을 우리는 세월이라 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다. 세월이 흘러가면 누구나 늙고 쇠하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여기 저기 고장이 나고 허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때마다 수리하고 고쳐보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진정 옳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흐르는 세월을 안타까워하며 애태우고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자기 인생의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본다. 너무나 허송세월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후회를 한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라는 말을 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는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10년 후에도 똑 같은 말을 할 가능성이 많다. 30대에 했던 말을 40대에도 똑같이 한다. 50대가 되어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라고 하고 60대가 되어도 같은 말을 하고 70대가 되고 80대가 되어도 같은 말을 한다.

흐르는 세월을 안타까워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은 어차피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붙들 수 없는 것이 세월이라면 그것이 흘러가는 것을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애태우기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깨닫고 그 길을 가야 한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흐르는 세월을 안타까워 할 것이 아니라 내일이 나의 시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이 내게 주어졌음을 감사하며 오늘이 복된 날이 되고 아름다운 날이 되도록 살아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허락된 날들이 모이고 쌓여서 세월의 흔적이 생긴다. 세월의 흔적은 얼굴의 주름살이나 고장 난 몸과 같이 안타깝고 처량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흐르는 세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일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수없이 반복되고 습관이 되어서 오랜 세월이 흐르면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 되어 나타난다.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서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며 살아낼 때 어린 자들이 범접치 못할 위엄과 아름다움이 서리게 된다. 허락하신 사람들과 함께 오랜 세월동안 여러 가지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만들어지는 정감은 단시간에 얻어질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살았어도 오랜 세월 풍상을 겪어온 자는 그 모습 그대로 멋스럽다.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세월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세월은 하나님 나라를 바라며 걸어가는 순례자를 아름답게 빚어가고 더욱 멋스럽게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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