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 주제로 열려

▲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외 신학자들이 개혁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나갈 것을 다짐하며 함께 예배 드리고 있다.

한국 대표 신학자 한자리, 종교개혁자 유산 창조적 계승 다짐
존 그루취 박사 “개혁운동 일으킨 예언적 말씀 다시 경청해야”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이 그릇된 신학과 전통에 맞서 오직 성경 말씀의 권위에 의존하여, 변질된 교리와 잡다한 종교적 허상들을 벗겨내어 기독교의 복음을 제시하려 했던 개혁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할 것을 선언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한국 대표 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개혁정신 계승을 선언했다.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공동준비위원장:노영상 심상법 김재성 이종윤)가 10월 20일과 21일 경기도 곤지암 소망수양관에서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Reformation and Korean Church Today)’를 주제로 개최했다. 한국기독교학회,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한국개혁신학회, 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루터학회, 한국칼빈학회, 한국웨슬리학회, 한국장로교신학회가 협력한 이 대회는 한국을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모여 종교개혁자들의 개혁정신 계승을 다짐하는 배움과 소통의 장이었다.

20일 열린 학술대회는 학술대회답게 총 13개 분과로 나뉘어 총 52개 논문 발표로 문을 열었다. 공동학술대회 주최 및 협력 학회의 학자들은 각자 전문분야에 따라 종교개혁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고, 논평과 토론이 진행됐다. 논문 발표가 끝난 후, 오후 5시 30분 여는 예배는 노영상 목사(한국기독교학회장) 인도로 김재성 목사(한국개혁신학회장) 기도, 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 ‘일한 것이 없어도’ 제목 설교, 이종윤 목사(종교개혁500주년 기념사업회 대표회장) 축도로 진행됐다.

예배의 하이라이트는 참석자 전원이 함께 ‘종교개혁500주년기념 신학선언문’을 낭독하는 장면이었다. 공동준비위원장 김재성 박사의 선창에 따라 신학자들은 “종교개혁자들이 교회의 회복과 신학적 갱신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개혁코자 하였던 것을 기억하며, 이에 우리도 근본으로 돌아가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라며 10가지 선언을 소리 높여 다짐했다. 선언서 낭독 후에는 소망학술상 시상식과 서울바하합창단 기념연주회가 진행됐다.

주제강연에는 존 그루취 박사와 말테 리노 박사가 강사로 나섰다.

먼저 남아공에서 태어나 반 인종차별주의에 맞서 싸운 실천적 신학자이자 국제적인 본회퍼 학자인 존 그루취 박사(John W. de Gruchy, 케이프타운대 명예교수)가 ‘세상의 생명을 위한 말씀과 영성의 변혁운동으로서 종교개혁’을 발제했다. 그루취 박사는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후계자들인 우리는 개혁에서 탄생한 교회들이 그 모든 업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500년 동안 파벌주의와 교파간의 신앙고백 논쟁뿐만 아니라, 개혁가들이 확신을 갖고 결사적으로 저항했던 중세 로마가톨릭교회의 교권주의, 성직 계급주의, 권위주의, 가부장주의, 그리고 호사스런 풍조를 개신교식으로 탈바꿈하여 다시 만들어 냄으로써 위태롭게 한 비통한 실상을 직시해야만 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루취 박사는 16세기 프로테스탄트 개혁을 ‘세상을 위해 성령의 능력 가운데서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고백하는 변혁 운동’이라고 정의하며 하나님 말씀과 성령 간의 관계성 회복이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신교회가 성령을 통한 변혁 운동이었던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중심에 있었던 자유와 갱신과 예언적 증언을 고무하는 대신, 로마가톨릭교회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교파적 신앙고백의 권위와 제도상의 연속성을 확언하면서 생명을 주는 성령은 제쳐놓고 성경의 문자를 강조한 것은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정말 진지하게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 개혁 운동을 일으킨 예언적 말씀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하되, 특히 우리가 각각 직면하고 있는 역사적 정황을 염두에 두고 경청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적 불확실성, 문화적 절망, 급증하는 폭력, 경제 불의 등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을 더 잘 이해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분별하고, 용감히 실천하기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로지 오늘날 그리스도를 충실히 고백하고자 성령을 통해 말씀을 들으려는 목적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루터와 칼빈, 츠빙글리 등이 우리에게 남겨준 신앙고백을 되새겨 보자”로 권면했다.

루터대 실천신학 교수인 말테 리노 박사(Malte Rhinow)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 개혁을 위해 2가지 제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 제안은 신학 교육에 관한 것이며, 두 번째는 그리스도교 윤리에 관한 것이다. 먼저 한국 목회의 지적 위기와 관련한 신학 교육 개혁의 필요에 대해서는 “한국 개신교는 미래 목사들을 위해 학사와 석사 모든 과정에서 신학을 공부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동시에 안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연장된 학업 기간을 위한 자금 조달과 교단 간의 협력, 교회들과 그들이 운영하는 신학교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교적 체제에서 그리스도 윤리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먼저 그리스도교 윤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가르쳐야 한다”고 밝혔다. 리노 박사는 그리스도교 윤리의 대표적인 성경구절로 마태복음 7장 12절의 ‘황금률’과 마태복은 22장 37~40절의 ‘대계명’을 제시했다.

“한국 개신교가 직면한 교회론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유럽의 16세기 프로테스탄트 개혁에서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교 윤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오직 믿음으로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한편, 21일에는 아침예배과 분과별 26개 논문 발표가 진행됐다. 이어 ‘종교개혁 전통에서 본 한국교회의 개혁과 연합’이라는 주제로 60분 동안의 대토론회로 대회는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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