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택 대표(사단법인 피난처)

▲ 이호택 대표(사단법인 피난처)

주의 임하심과 세상 끝에 재난의 징조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과연 중동 이슬람세계를 흔드는 분쟁과 전 지구적 환경 재난으로 말미암아 난민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새천년을 시작하는 2001년 9월 11일 상상할 수 없는 테러와 함께 뉴스에 등장한 이슬람세계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1월 14일 튀니지를 시작으로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예멘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혁명과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쓸렸고, 무슬림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과 전 세계로 탈출하면서 3000만 수준이던 세계난민은 이제 6560만을 기록하고 있다.

취업이나 결혼, 유학 등 자신의 의사에 따른 자발적 이주가 아니라, 전쟁이나 박해 등으로 말미암은 위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국에 강제 이주한 외국인들을 난민이라 한다. 국제사회는 1951년 난민협약(Convention Relating to the Status of Refugees)과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하여 난민들을 보호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13년 7월 1일에 발효된 난민법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 이유에 의한 망명뿐 아니라 개종 등 종교적 사유, 인종, 민족,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전쟁이나 내전 등으로 본국에 돌아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외국인들의 난민신청이 있는 경우 그 사유를 심사하여 국민과 같은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난민인정여부에 관한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일시 체류자격을 부여하고, 주거, 생계, 취업 등 일정한 보호를 제공한다.
공중의 새도 들에 핀 백합화도 돌보시고 머리카락도 헤아리시는 하나님의 눈은 지금의 난민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우연이나 혼란처럼 보이는 재난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면 난민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일까?

레바논 요르단 등 선교지 보고에 의하면 움마공동체의 강력한 결속과 감시로 평상시 자국에서는 반응하지 않던 무슬림들이 타국에 난민이 되어서 주께 돌아오고 있으며, 이러한 부흥은 실로 1400년 이슬람역사에서 처음 보는 추수현상이라고 한다. 재난은 무의미한 혼란이 아니라 천국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는 끝을 향한 산통(Birth Pain)이라 하셨는데(마 24:8,14) 과연 재난이 있는 곳마다 무슬림 난민들이 복음으로 거듭나는 놀라운 간증들이 들려오고 있다.

필자는 변호사가 되고자 197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러나 사법시험을 준비할 즈음에 오른손에 글씨를 쓰기 어려운 마비증상이 나타나면서, 결국 10년 이상의 시간을 버리고 늙은 나이에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난민체험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가 무너지고 망했다고 생각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 변호사가 되지 못했기 때문에 변호사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외국인노동자, 중국조선족, 탈북자, 그리고 난민사역을 개척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오늘 난민의 시대를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난민사역을 시작하자마자 이라크 쿠르드지역 출신 무슬림 회심자를 얻게 되었고, 그의 전도로 이란 출신 회심자를 얻으면서 피난처 난민선교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난민사역에서 체험한 간증들을 통하여 나는 하나님께서 토대가 무너진 난민의 자리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 일을 시작하심을 알게 되었다. 난민의 시간은 재난이라는 고통스러운 진통으로 오지만 새 생명이 탄생하는 거룩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아직 대다수의 국민들은 우리 곁에 난민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난민에 대한 교회의 관심과 참여도 미흡하다. 특별히 목숨을 걸고 개종한 무슬림 배경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교회의 보호와 지원이 전혀 없어 안타깝다.

한국 난민신청자들의 주요 출신국인 파키스탄, 이집트,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이슬람 국가들은 우리의 선교지가 아니던가. 난민의 때는 복음에 대한 수용성이 가장 큰 선교의 골든타임이다. 난민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 더욱 많은 난민들이 주께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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