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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쉼이 있는 삶을 누릴 권리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무려 10일에 이르는 추석 연휴가 끝났다. 사상 최장의 황금연휴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부는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인천 공항은 역대 최대 이용객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휴가 남의 이야기인 사람들도 있다. 비상근무 중인 공직자와 집배원과 도로교통 관련 종사자들이다. 또한 가동을 중단할 수 없는 공장 노동자들과 택배기사들에게도 ‘황금같은 최장의 연휴’는 남의 이야기였다. 사회를 위해 연휴에도 일을 하는 고마운 분들이다.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지 않으면서도 연휴에 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형 마트와 복합 쇼핑몰 종사자들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대부분의 대형 마트는 정상 영업을 하거나 단축 영업을 할 뿐 휴업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두 번 의무 휴업을 하기 때문에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일부 백화점과 최근 개장한 복합 쇼핑몰들도 정상 영업을 했다.

최근 설날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 차례를 대행업체에 맡기거나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고 여행 같은 다양한 활동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문을 닫지 않는 영업점들이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나 커피숍들은 명절 연휴에 오히려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이다.

이들 업체가 서비스업이므로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명절 성수기에 이윤을 얻기 위해 문을 여는 업주들과 달리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거나 재충전 시간을 가질 자유를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은 OECD 가입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야근도 잦고 주말 근무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여가 시간을 챙기기 어렵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저녁 있는 삶’, ‘주말 있는 삶’이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여가 시간은 ‘개인의 재충전’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여가를 통해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을 갖고, 정보를 얻으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론 형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는 야근과 출퇴근 시간에 달려있다고 말할 정도이다.

기독교인들에게 쉼은 더욱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후에 안식을 하셨듯이 사람도 하나님의 안식에 참여함으로써 진정한 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안식을 통해서만 영적인 평안과 육체적 휴식 그리고 원기를 회복할 수 있다. 쉬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나님에 대해 묵상을 하고 예배하며 신앙 활동도 할 수 있다. 중세기의 수도사들은 수도를 하다가 안식년을 맞이하면 더 깊은 광야, 더 메마른 사막으로 나갔다고 한다. 그곳에서 예배와 기도에 전념하면서 영성을 회복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단순히 휴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안식은 모든 사람들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쉴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매우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쉼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주일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그리스도인을 위해 교회가 제도개선에 앞장 서길 바란다.

기독신문  ekd@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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