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목사의 사진에세이/순례자의 길] (8)마음을 열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사진1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시설에서 따로 마련된 건물에 홀로 갇힌 남자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그의 눈빛은 세상을 향한 원망의 마음이 가득해 보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장애인시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날 주일예배에 참석한 자들이 40여 명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들과 함께 드린 예배는 내 가슴 속에 큰 감동의 물결로 남아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로 어울려 모두가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춤을 추며 찬양하고, 전해지는 말씀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하나같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이방인을 맞아주던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몸이 온전치 못하여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정신은 한 없이 자유롭고 평안해 보였다. 그들이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예배 후에 마당으로 나왔는데 마당 한 쪽에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건물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안에 한 사람이 있었고 그는 창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마당 건너편 예배실 앞에 나온 사람들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몸은 멀쩡했다. 그는 지체장애가 아니라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세상을 향한 원망이 가득 담긴 듯했다. 그는 자유가 없는 자였다.

사지가 멀쩡한 자는 철창 속에 갇혀서 자유가 없었고, 걷지도 못하고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장애인들은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묘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왜 철창 속에 갇혀 있어야만 했을까? 그는 스스로 마음의 철창 속에 갇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마음의 철창을 열어젖히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무엇이 그로 하여금 세상과 단절하고 스스로 철창 속에 갇혀 지내게 했을까? 그는 자신을 해방시킬 능력이 없어 보인다. 누군가 그를 해방시켜주어야 한다. 그를 철창 밖으로 나오게 하고 세상과 소통하게 해야 한다.

 

사진2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 한 지체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 휘파람을 불며 열심히 TV수상기를 수리하고 있다.

캄보디아 어느 시골마을 작은 점포 안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들여다보았더니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집이었다. 휠체어에 올라앉은 한 남자가 휘파람을 불며 솜씨를 발휘하고 있었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브라운관TV 수상기를 뜯어놓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납땜하며 기판의 회로를 고치고 있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었는지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아니 그날 특별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 듯 했다. 그런 모습이 그의 일상인 것처럼 보였다. 장애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서 이동할 수밖에 없는 몸이었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 보였다. 자기가 연마한 기술로 열심히 일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마음을 열면 세상이 아름답다. 마음을 열면 인생이 즐겁다. 마음을 열면 이웃이 좋다. 마음을 열면 누구나 친구가 된다. 마음을 열면 천국이 보인다.

하나님은 자기 세계에 갇힌 우리를 해방시켜 주신다. 스스로 걸어 잠근 마음의 철창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게 하신다. 자가발전하여 날이 갈수록 증폭시키는 원망과 불평, 비판과 비난, 미움과 분노의 마음으로 걸어 잠근 철창을 열어젖히고 감사와 찬양으로 소통하게 하신다.

우리를 해방시키시는 하나님을 만날 때 인생의 행복은 시작된다. 하나님과 소통은 곧 세상과의 소통으로 이어진다. 그 소통이 철창을 열고 뛰쳐나와 행복을 노래하게 한다.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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