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목사(주필)

1935년 동아일보는 창간 15주년을 기념하여 연재소설을 모집했다. 이때 1등으로 당선된 작품이 심훈의 <상록수>다. 1935년은 동아일보가 주최한 브나로드 운동이 끝난 해였다. 브나로드는 19세기 러시아의 지식층이 ‘민중 속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민중 계몽운동을 전개한 데서 비롯되었다. 이후 이 말은 계몽운동의 고유명사처럼 쓰였고 1931년 동아일보는 이 운동을 전개하며, 대학생과 지식인들이 여름방학 중 농촌으로 내려가 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이들은 야학을 만들어 한글과 산수를 가르쳤는가 하면 시국강연, 위생강연 활동도 병행하였고 수기를 연재하기도 하였다. 이 운동은 전국 1320처에서 5751명이 참여하여 9만 7598명에게 강습을 진행했고 배부된 교재만도 210만 권에 달했다.

1935년 동아일보에 1등으로 당선된 심훈의 <상록수>는 바로 브나로드 운동을 장려하기 위하여 쓴 소설이었다. 당시 동아일보는 소설응모 조건을 다음과 같이 내걸었다. 첫째, 조선의 농어촌을 배경으로 조선의 독자적 정서를 가미하며, 둘째, 인물 중 한 사람은 조선 청년으로 명랑하고 진취적인 성격을 설정할 것과 셋째, 신문 소설이니만큼 사건을 흥미있게 전개할 것을 공모 조건으로 내걸었다.

심훈의 <상록수>는 주인공 박동혁이 채영신에게 호감을 갖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설에서 채영신은 농촌운동가로 설정 되어져 있다. 그녀는 강연회보다 민중을 계몽하는 일에 열심을 내지 않으면 민족이 거듭나지 못한다는 신념을 계속 강조해 나간다. 박동혁도 농촌운동에 뜻을 둔 사람이었기에 농촌계몽에 불타는 채영신에게 호감을 갖는다. 야학선생이었던 채영신은 마을의 학교 건축에 매진하다 건강을 상실한다. 그러던 중 일본에 유학해 기독교 학교에서 공부하다 귀국, 교회 교우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한다. 지인들의 오열 속에 진행된 장례식에서 동혁은 영신의 정신을 계승하라고 주장하면서 마무리 되는 것이 <상록수>의 내용이다.

1935년 9월 19일부터 1936년 2월 15일까지 연재된 <상록수>는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지금껏 우리들 가슴에 남아 있는 계몽운동의 모델이다. 소설가로 시인으로 영화인으로 독립운동가로 활동한 심훈은 3.1운동에도 참가한 인물로 중국에서 3년간 망명 생활을 하기도 했다. 1923년 귀국 후 심훈은 동아일보, 조선일보의 기자 생활을 했고 말년에는 장한몽에서 이수일 역으로 배우 생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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