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목사(새에덴교회)

▲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총회 총대로 20여 번을 넘게 참석했다. 보통 수요일까지만 참석을 했는데 이번에는 금요일까지 개근을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총회에서 발언을 했다. 왜냐면 목회자납세대책위원장을 맡아서 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보고는 화요일에 하도록 계획됐지만, 다른 여러 안건과 문제들이 격론에 휩싸이며 수요일 오후 늦게야 보고를 할 수 있었다. 통상 위원회 서기가 보고를 하지만 이 문제는 워낙 심각한 사안이라 위원장으로서 부연 설명을 했다. 요지는 이런 것이었다.

“여러분, 지난 정부에서 종교소득과세로 입법을 하려고 했는데, 이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아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종교인소득과세로 입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재부 시행령을 보면 종교 과세적 성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종교 과세적인 면을 없애고 순전히 종교인 과세로 시행령을 고치려고 하는 중에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시행 매뉴얼을 보면 교회 재정 장부를 세무 당국에서 열람 할 소지가 있으므로 만약의 경우를 위해서 장부를 2개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절대 이중장부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라 교회의 모든 수입 지출을 총괄하는 원장은 지금처럼 성실히 하고, 목회자와 모든 직원들의 사례비 지출 항목을 잘 기장해 놓은 장부를 별도로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기재부의 제안입니다.”

그랬더니 총대들로부터 열광적인 박수가 나왔다. 그러자 이 내용이 바로 인터넷 언론에 기사화 되었다. 그런데 현장에도 없었던 한 일간지 기자는 이 인터넷 언론을 보고 필자가 마치 이중장부를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왜곡된 보도를 했다. 나의 보고와 발언의 실체적 진실을 쓰려고 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정말 내가 이중장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강조했는데도 말이다.

물론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내가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했어야 했는데 좀 성급하게 보고를 한 면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총회 상황은 보고를 짧게 하도록 하거나 유인물로 대체 하자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 역시 마음이 쫓길 수밖에 없었다. 보고자로서 아쉬운 마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번 총회를 시종일관 참석해 볼 때 우리 총회는 대사회적이고 대정부적이면서 교회 생태계를 보호하려고 하는 면은 정말 미약한 것을 느꼈다. 교단 내부에 국한된 소모적인 논쟁에 주력하는 면이 너무 많았다. 정말 본질적인 문제, 교단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 모르지만, 교권을 위한 입장 차이나 내부 정치적인 조율에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교단 공익과 교회 생태계적 상황 보고에 시간을 좀 더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목회자 납세 문제는 워낙 심도 있는 사안이라 하마터면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뻔했다.

물론 교단이라는 큰 공동체가 굴러가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말 소모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으로 격론을 하는 면이 있었다. 어떤 사안은 1시간 반, 2시간 동안 열띤 격론을 하면서 혈기를 부리고 고성을 지르다가 현장이 완전 난투극처럼 어지러워지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짧게 보고할 것을 요청하니까 나 역시 숨넘어가도록 이야기한 것이다. 조금만 시간적 여유를 줬다면 좀 더 명확하게 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오해의 기사가 나가자 몇몇 총대들이 이 사안은 재발언해야 한다고 나에게 충고를 했다. 그 왜곡된 기사가 또 다른 일간지 기사로 번지고 종편이나 지상파 방송에서도 사실과는 다르게 보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정치부 보고를 하고 있었다. 정치부 보고 때 다른 보고를 한다는 것은 거의 하늘에 별 따기였다. 그러나 전계헌 총회장과 이승희 부총회장의 배려로 재발언을 하게 된 것이다.

“기자 여러분들이 뒤쪽에 앉아서 마이크가 웅웅 거려서 잘못 들으셨을지 모르지만,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이중장부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이 사안은 정부와 종교가 불필요한 조세 마찰을 줄이고 재정운영을 더 투명하게 하며 종교인 과세를 더욱 명확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다시 기사를 바로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수정기사가 나가면서 다행히 오해는 불식시킬 수 있었다.

우리 교단이 장자교단이라면 대사회적, 대정부적인 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은 보고만 받지 말고, 더 많은 질문과 토론을 하며 의견을 집결해서 정부에 전달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우리 납세위원회는 한국교회 태스크포스팀과 함께 총회의 입장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리고 열심히 정부와 소통해서 유예가 되면 좋고, 안 되더라도 여기에 대비하기 위한 세부적인 사항을 잘 마련하여 교단 교회들에게 보낼 것이다.

예컨대, 종교인 과세 대처법, 사례비 장부를 투명하게 만드는 법 등을 총회 임원회의 허락을 받고 우편으로 보내든지, 여의치 않으면 각 지역별로 세미나나 보고회로 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종교인 과세 문제뿐만 아니라 교단과 교회를 옥죄어 오는 사회적 이슈와 문제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총회도 대정부적이고 대사회적인 사안에 대해 더 열심히 토론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국교회와 미국교회가 대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하다가 교회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시켜 버렸던 것을 기억하면서.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