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누군가에게는 전쟁터였을 것입니다. 총회가 조용히 개회된 적이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로 해마다 온갖 불안요소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곤 했습니다. 올해에는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듯 했습니다. 용역 동원설, 회의장 점거설 등 심심찮은 소문들이 난무했고 그 중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총대 천서문제가 벽두부터 진행의 발목을 잡았고, 개회시간을 넘기고서도 임원 후보는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못했습니다. 돌발상황으로 정회가 선포되는가하면,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위험천만하게도 아래층을 향해 물병을 집어던졌습니다. 회의장 바깥의 통제위원들은 바짝 긴장했고, 장내의 흠석사찰위원들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움직여야만 했습니다.

유난히 투표가 많았고, 개인 신상처리문제도 자주 다루어졌던 이번 총회는 당사자들뿐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모든 이들에게 ‘긴장의 연속’이라는 특별한 인상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둡고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불의라고 여겨지는 대목에서는 두려움 없이 온 몸을 던져 항거하는 모습, 궤변과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무엇이 공의인지를 침착하게 판단하는 모습, 마지막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소임을 다하는 모습. 수많은 총대들이 발휘해 주신 성숙한 모습들 속에서 현장의 기자들은 희망을 봅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는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적폐가 다시 쌓이는 일이 없도록 계속 주시해야 하며, 해마다 총회를 공포분위기로 만들어가는 흐름들을 단절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내부적인 다툼에 에너지를 소모할 게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위기와 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가는 혜안을 찾는 총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될 때 우리의 수고는 결국 헛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일 년 후 더욱 성숙해진 총회, 그 총회의 가슴 벅찬 한 장면 한 장면들을 새롭게 이루어가는 여러분들의 아름답고 보람 있는 땀방울을 저희들은 다시 기쁨으로 지켜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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