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회 총회특집] 주요결의 - 최대 이슈
지난해 연말부터 대한민국을 휘감던 적폐청산의 바람이 102회 총회에서도 불어 닥쳤다.
102회 총회 전부터 전국의 총대들 사이에서 정치권 적폐 인물들의 총회현장 입성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졌다. 곧이어 교단 정치실세 허활민 목사를 비롯해 그 측근 김상윤 윤익세 목사가 총대 부적격자라는 문서가 천서검사위원회에 접수됐다. 이에 천서검사위원회는 총회헌법과 총회규칙에 따라 이들에 대한 회원 자격 검토에 돌입했다.
특히 허활민 목사가 천서에서 계속 유보가 되자 허 목사를 지지하는 측에서 총회서기이자 천서검사위원장인 서현수 목사를 압박했다. 허활민 목사의 산서노회와 김상윤 목사의 황동노회 등 4개 노회가 서기 직무정지 청원을 올리면서 반격을 가한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총회총무 김창수 목사마저 허 목사측에 힘을 보탰다.
그럼에도 유보 상황이 계속되자 허 목사 측은 부총회장 후보로 나선 김정훈 목사와 서기 후보인 권순웅 목사의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러 정황상 총회임원 후보군을 압박하면서 자신의 천서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왔다.
이렇게 총회를 앞두고 천서 문제는 총신 문제를 뛰어넘는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제102회 총회가 개회됐다.
개회 직후 천서검사위원회 보고에서 허활민 목사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핵심은 허 목사가 과거 재판국원으로 활동할 때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고, 법원으로부터 500만원 반환 판결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전북노회가 제기한 이 문제는 총회규칙상 총회총대 영구제명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산서노회원들을 비롯한 허 목사측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김창수 총무가 서기 서현수 목사를 넘어뜨리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일부 총대들이 강단을 점거하자 김선규 총회장이 정회를 선포했다.
저녁회무에서 다시 허활민 목사의 천서 문제를 다뤘다. 천서검사위원회는 허 목사에 대해 △102회 총회 총대 잠정 중지 및 조사위원에 맡겨 조사처리 △102회 총회 한해서만 총대 자격 상실 △총회규칙대로, 3개안을 상정했다. 3번안인 총회규칙대로는 총회규칙 제3장 제9조 제3항 제23호를 말하는 것으로, “재판국을 위시하여 모든 상비부서에서 상호이권을 위한 부정한 금권거래에 참여한 자는 총회총대에서 영구제명하기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거수투표 결과, 총대 절대다수가 세 번째 안에 동의해 허활민 목사의 ‘총대 영구제명’이 결의됐다. 적폐청산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어 정회원 자격 논란에 휩싸인 김상윤 목사와 이중직 의혹이 있는 윤익세 목사의 천서 문제도 총회에 상정됐다. 이 또한 극렬한 찬반논쟁 끝에, 김상윤 윤익세 목사에게 총대권을 주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9월 21일 총회 넷째 날까지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3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총회 넷째 날 저녁회무 말미에 김상윤 윤익세 목사 관련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신규식 목사)의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조사위원회는 먼저 윤익세 목사에 대해 “이중직 금지라는 총회결의를 위반한 자”라며 총대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윤익세 목사와 일부 총대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찬반으로 나눠 장시간 논쟁이 이어지면서 저녁회무 종료시간마저 넘기고 말았다. 그러자 직전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총대들 중에도 이중직이 있다. 교수하면서 목회를 하는 분도 있다. 따라서 103회 총회 천서 전까지 교수를 할 것인지, 목회를 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직전총회장의 제안이 받아들여졌고, 윤익세 목사의 총대 자격은 유효하게 됐다. 그때가 밤 10시경, 다수의 총대들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하며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윤 목사의 총대 자격 유지는 김상윤 목사에 대한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위원회는 김상윤 목사에 대해 “제92회 총회결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본 교단 정회원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발언권을 얻은 총대들은 “만으로 치면 5년이 됐다” 혹은 “좀 봐주자”며 김상윤 목사 옹호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김상윤 목사가 앞으로 공직을 자제하는 것으로 총대권을 인정하자”는 남태섭 목사의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개혁노선에 섰던 총대들 다수가 이미 퇴장한 후라서, 김상윤 목사는 윤익세 목사보다 수월하게 총대 자격을 유지했다.
이로써 허활민 목사 총대 영구제명으로 출발한 적폐청산의 바람은 총회가 파회하기도 전에 잠잠해지고 말았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미완성에 그치고 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2회 총회는 개혁의 열망이 컸던 총회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총대들은 올바른 총회를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다만 정치권에 오랜 기간 몸담은 노회한 정치꾼들에 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전략도 부족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내년 103회 총회에서도, 그 다음 총회에서도 공의를 부르짖는 총대들의 일치된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분명 제2 제3의 적폐세력이 출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폐세력의 등장은 특정인물, 특정세력에 권력과 권한이 쏠리면 생기는 현상이다. 따라서 총회 운영에 있어 교단 구성원들을 골고루 등용시켜 권력집중화를 막는 지혜가 필요하며, 끊임없는 감시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