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삼(한양대 명예교수.목사)

▲ 양창삼 교수(한양대 명예교수)

예수님은 등을 말 아래 두지 말고 등경 위에 두라 하시고, 맛을 잃은 소금이 되지 말라 하셨다. 언제나 세상을 밝게 비추고 정화하는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이다. 역사적으로 교회는 사회를 비추고 새롭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로 뒤바뀌고 있다. 빛과 소금으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할 교회가 그 영광을 가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사실 교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가 위기에 처해 있다. 오늘날 종교가 정치화되면서 종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대체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종교를 등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연에서 힐링을 찾고, 여행을 통해 쉼을 얻으려 하며, 운동을 통해 삶의 원기를 되찾으려 한다. 또한 도덕적 시민의 삶을 사는 것으로 만족하는 시민종교가 자리를 점점 확보해가고 있다. 그것이 궁극적인 치유가 되지 못하지만 대체물이 늘어나면 결국 신도 수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설교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옥한흠 목사는 설교만능주의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교회는 설교로 인해 평신도를 무력한 군중으로 변질시켰다고 주장했다. 설교가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한 도구로 변질 된 것에 대한 질타다.

그런데 요즘 설교자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고 있다. 종교기관에서 설교나 설법은 일상적이다. 하지만 설교자가 설교대로 살지 않으면 문제가 커진다. 유대교에서는 랍비의 말은 들어도 랍비의 행동은 본받지 말라고 하고, 이슬람에서도 이맘의 말은 들어도 그들의 행동은 본받지 말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교회의 설교자를 향해 “지금 당신이 설교 한 그대로 살라”고 말한다. 설교의 권위가 그만큼 실종되었다. 그것이 어디 설교자에만 국한되는 일인가.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교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교회의 동력을 다시 확보하는 일이다. 동력 확보는 구호에 있지 않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서 힘 있게 되살아나고, 교회가 교회다워지며, 설교자나 듣는 자 모두가 하나님의 말씀을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눈으로 보이고, 몸으로 체감될 때 사람들은 교회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지친 사역자들에게도 영적 회복이 필요하다. 특히 목사, 장로 등 교회 중진들이 지쳐있다. 섬기기만 하다 보니 영적으로 채워지지 못해 사역자로서의 긍지도 엷어지고 좀처럼 신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영적 동력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임영수는 모새골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모새골은 ‘모두가 새로워지는 골짜기’를 줄인 말이다. 지친 교회 지도자들을 영적으로 새롭게 충전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그는 <치유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책에서 하나님과 사랑의 교제를 하라고 말한다. 하나님 아버지에게 돌아가라는 말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는 상처 입은 나, 유혹에 잘 넘어가는 나,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나이다. 주님은 그런 나와 대면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인간중심의 교회에서 하나님 중심의 교회로 바꿀 수 있다.

선교의 방법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그 방법의 하나가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일이다. 인도 선교사였던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은 영국이 영적인 힘을 잃고 이교도로 점령되었음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해외 파송 중심의 ‘선교 중심적(Mission-focused)’ 교회라는 틀에서 벗어나 정작 선교가 필요한 곳은 영국이라는 것을 깨닫고 선교적 교회를 주장했다. 교회가 해외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가정선교사, 일터선교사가 되어 자기가 속한 가정과 직장,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고 말씀으로 회복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이 모두 하나님 나라의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시대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든 이 땅에서 주님을 힘차게 드러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빛과 소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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