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동 목사(구미상모교회)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은 어떤가? 특히 우리 교단을 살펴볼 때, 종교개혁의 정신과 영적 유산을 물려받은 것으로 부족함이 없는가? 이제 조용히 목회를 정리하고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교단을 위한 중요한 역할에 부름을 받았다. 그 소회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곳에서 종교개혁에 대한 세미나나 기도회 같은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잘하는 것이나, 그 정신을 이어받지 못하면 그저 500년 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한 확인으로 끝나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4세기 초에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왕과 귀족들이 크리스천이 되고, 국가의 도움을 받아 화려한 교회들이 세워지고, 감독(監督)과 주교의 자리는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된다. 이교도들의 사원은 문을 닫고, 유흥 행위와 각종 행사들은 주일에 할 수 없게 되고, 잔인한 검투사 경기도 폐지되고, 여성의 인권도 향상되었다. 교회는 고아와 과부, 죄수와 노예, 소외된 자들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그야말로 교회가 신앙 때문에 핍박받던 시대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교회가 정치와 결탁했다. 교회의 치리가 느슨해지고, 교인들은 희생과 헌신에서 멀어졌다. 성직자들은 기부금과 사례비를 받는 것에 익숙해졌고,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였다. 말씀과 기도보다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렸다. 5세기부터 15세기까지 1000년간 중세 교회는 걷잡을 수 없는 타락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영국의 존 위클리프, 체코의 얀 후스, 독일의 마르틴 루터, 스위스의 츠빙글리, 프랑스 출신의 존 칼빈, 스코틀랜드의 존 녹스와 같은 위대한 종교개혁가들이 나타나게 된다.
종교개혁은 그야말로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성경대로의 믿음, 성경대로의 실천을 주창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도 500년 전 종교개혁의 후예들로서 그 뜻과 정신을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종교개혁의 완성자라고 인정받는 존 칼빈의 경우는 말씀과 설교를 통하여 제네바 시 전체를 변화시키는 일을 완성시켰다. 그리하여 유럽의 모든 도시들의 모범이 되는 비전을 실행해 나갔다. 성도들이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평일에 자신들의 삶의 현장에서 예배가 되도록 가르친 것이다.
지금 우리 교단의 상황은 난마처럼 엉켜있고, 그 묶이고 꼬인 것들을 개혁의 칼날로 잘라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제102회 총회를 앞두고 교단 상황을 살펴보면 여러 현안들이 쌓여 있다. 총회와 총신과의 끝없는 불신과 갈등 문제, 은급재단의 납골당 문제, 운영이사회와 총회목회대학원에 대한 정비 문제, 해외 노회 복구와 함께 신학교 설치 문제 등이 그렇다.
비단 우리 교단만 난맥상인가. 한국교회를 둘러싼 어려운 문제들과 도전은 한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헌법 개정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불거지면서, ‘헌법 개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을 가름할 내용들이 들어 있고, 이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하고, 무분별하게 난민을 받아들여 우리 국가의 혼란과 질서를 무너트릴 내용들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 종교인 과세문제도 뜨거운 화두이다. 누가 이런 문제들에 대처할 것인가? 장자교단이라 하는 우리 교단이 앞장서야 되지만, 지금 우리 교단의 역량으로는 외부적 환경에 대하여 적절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어지러운 교단과 한국교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나님 앞에서 명예와 권력과 물질에 사로잡힌 욕심들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지만 종교개혁의 역사를 일으키신 하나님의 힘이 함께 하실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해에 열리는 제102회 총회를 실타래처럼 엮인 교회의 문제를 푸는 개혁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권에 빌붙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인사들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 정도가 아니라 정치 논리로 법과 상식을 파괴해 오히려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는 정치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지도자는 부패하고 타락한 다수가 아니라,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경건하고 거룩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성경에서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당한 소돔과 고모라성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국가와 한국교회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누란지위의 위기 앞에 우리 민족과 교회가 사는 길은 오로지 하나님의 긍휼과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가 필요하다. 교단 총회를 맞는 우리 지도자들이 먼저 욕심과 탐심을 버리자. 거룩하고 정결하자. 동맥경화처럼 쌓여 가는 적폐를 버리고 개혁의 깃발을 들고 대장되신 주님의 뒤를 따르는 그리스도의 정병으로 새로워지자. 그 시작점이 제102회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