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전 … 올해 수상자에 한국화가 오정자 화백 선정

작품마다 작가의 신앙의 고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을, 성도들과의 따뜻한 교제를, 성경 속 신앙의 선배들을 향한 존경을 붓 끝마다 손끝마다 담아낸 정성 덕분일 것이다. 제52회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전에는 97명의 작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97개의 간증들이 넘쳤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전이 9월 13~18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질그릇에 담긴 보배’를 주제로 서양화, 동양화, 서예, 조각, 공예,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13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제30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올해의 수상자는 한국화가 오정자 화백으로, 오 화백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깊이 있는 작가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세계를 담백한 수묵담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여러 번의 붓질을 통해 색채감과 재질감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기법이 일품이다.

이정수 심사위원장은 “오정자 화백의 작품은 표면적으로 종교적인 색채를 띄지는 않지만, 소외된 자들을 위로하는 그리스도의 마음이 드러난다”며 “빛이 필요한 존재에 서광을, 쉴 곳이 필요한 존재에게는 거처를 전하고 있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협회전에 출품한 <Voice of wind> 역시 한지에 은은하게 표현한 새와 꽃이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준다.

이밖에도 많은 작가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작품으로 협회전을 빛냈다. ‘푸른 산의 화가’로 불리며 미술계의 존경을 받는 원로 김영재 화백은 <설악산>으로 그 명성을 다시 알렸다. 89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중이다. 김 화백은 “산을 하도 많이 올라서 이제는 눈만 감아도 산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며 “사람들이 잊을까봐 쉬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다윗을 깨진 그릇으로 표현한 연작 시리즈를 그리고 있는 양미득 화백은 이번에는 그가 죄를 짓고 하나님의 꾸짖음을 받은 내용을 <깨어진 그릇-다윗 왕-나단의 경고>로 나타냈다. 양 화백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깨진 그릇을 나쁜 일이 일어날 의미, 볼품없고 필요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보면 깨지고 모자란 부분은 하나님 앞에서 더 단단하게 채워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다윗의 인생을 통해 부족한 우리를 새롭게 만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오브제로 화려하고도 특색 있는 작품을 그린 정두옥 화백은 깨진 전복 껍데기로 상처 입은 우리들의 모습을 의인화했다. <성도>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정 화백은 “깨진 우리의 마음들이 모여 하나의 꽃병이 되고, 그 꽃병에 아름다운 하나님나라를 담는다는 의미”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비둘기로 평화의 예수님을 표현한 장지원 화백의 <숨겨진 차원>, 강렬한 색채로 풍요로운 하나님의 은혜를 나타낸 정연경 화백의 <시냇가에 심은 나무>, 옥에 갇힌 바울의 입장에서 바라본 십자가를 그린 김정기 화백의 <로마감옥에서 본 새벽별> 등 한 작품 한 작품이 작가들의 간증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 기독교미술의 방향성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서성록 교수(안동대 미술학과)는 “신앙의 공동체 안에서 반세기 동안 기독교 미술의 궤적을 그려온 기독 작가들의 노고는 큰 수확”이라며 “하나님의 소명을 품고 진정한 기독 예술가로서 살아가길 권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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