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보수·진보 할 것 없이 한국교회가 하나 된다는 명분아래 기구 통합에 박차를 가했던 한국기독교연합(이하 한기연)이 8월 16일 창립했다. 교단장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을 아우르며 통합을 모색했던 한기연은 벌써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교단장협의회는 올 초 활발한 모임을 가지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더군다나 대형교단은 물론 중소교단도 포함하는 기독교계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염려했던 부분들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출범만 시킨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들이 들끓고 있다.

대표회장을 없애고 공동회장 제도를 한다고 해놓고, 현 대형교단 교단장들이 자리를 꿰찬 것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거기다 한교연 현 대표회장까지 포함하여 4명의 인사가 공동대표를 맡는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동회장 조건에 3년 이내 총회장(교단장)을 역임한 인사에게 자격을 부여하겠다니 바람직한 조직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한 한기총도 포함하는 범 기구로 통합하겠다는 약속이 호언으로 끝날 것으로 보여 한기연에 무한신뢰를 보내는 것은 어려운 형편이다. 한기총은 지난 8월 24일 기독교하나님의성회 엄기호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엄기호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 출마 당시 한기총을 중심으로 교회기구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한기연 보다는 한기총 정체성 회복에 신경을 쓰겠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한기연은 범 교단 통합을 선언했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이나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이미 통합을 보류하거나 참여치 않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물론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다. 한기연은 9월에 열리는 장로교 각 교단총회에서 인준을 받고, 종교개혁 500주년 즈음에 한국교회의 일치를 선언하겠다는 ‘선한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리하게 창립을 앞당겨 가면서까지 조직을 서두를 필요가 있냐는 점이다. 항간에서는 이미 각 교단장들과 총회총무(사무총장)의 임기는 끝나가는 시점에서 자리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여론이 높다.

아무튼 예장합동의 경우 한기총을 배제하고 한기연에 가입한다는 것은 정서상으로 맞지도 않는다는 지적에 귀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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