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 목사(로뎀교회·국제신대 설교학 교수)

▲ 권호 목사(로뎀교회.국제신대 설교학 교수)

본문이 이끄는 설교를 하기 위해서는 설교자가 본문에 완전히 몰입해야 한다. 설교자가 본문에 몰입하지 않으면 절대 청중을 몰입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본문몰입을 설교학에서는 보통 ‘깊은 본문연구’라고 한다. 깊은 본문연구를 위해 설교자는 1)본문의 근접 및 전체문맥 확인 2)단어연구 3)문법연구 4)배경연구 5)본문해석 6)본문의 신학파악을 해야 한다. 이제 깊은 본문연구를 위한 단계를 하나씩 살펴보자.

본문의 근접 및 전체문맥을 확인

흔히 숲과 나무의 비유로, 전체 속에서 부분을 파악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제 자신이 선택한 본문이라는 나무가 문맥이라는 숲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 보라. 본문의 근접문맥(immediate context)은 본문이 속해 있는 바로 앞뒤의 성경문맥을 말한다. 전체문맥(broad context)은 본문이 그 책에 속해있는 위치나, 성경 전체에서의 위치를 말한다.

본문선택의 원칙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근접문맥을 가장 확실하게 확인하는 방법은 영어-히브리어, 영어-헬라어 성경의 표제어를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근접문맥과 더불어 전체문맥을 동시에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주석서 앞에 나와 있는 내용분석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다음 구절을 통해 실례를 살펴보자.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 10:25). 브루스(F. F. Bruce)에 따르면 이 구절은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하나님께 나아감’(히 10:19~25)이라는 주제에 속해 있다. 근접문맥을 살펴보자. 이 주제는 앞에는 ‘지극히 높으신 대제사장’(10:11~18)의 내용이 위치해 있다. 뒤에는 ‘배교의 죄’(10:26~31)란 내용이 있다.

전체문맥을 알아보자. 히브리서의 내용은 크게 여덟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10장 25절은 여섯 번째 구분인 ‘더욱 요구되는 예배, 믿음, 인내’(10:19~25)에 속해있다. 근접문맥과 전체문맥을 통해서 10장 25절이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를 생각하며, 핍박으로 배교가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성도는 끝까지 믿음과 인내로 함께 모여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본문의 중요 단어를 연구

본문의 근접 및 전체문맥을 살핀 후 이제 본문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처음 해야 할 것이 단어연구(word study)다. 본문을 읽으면서 의미가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았던 단어나,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표시해둔 단어들을 연구하라. 잠언 한 구절로 실례를 살펴보자. “은에서 찌꺼기를 제하라 그리하면 장색의 쓸 만한 그릇이 나올 것이요”(잠 25:4) 이 구절에서 익숙하지 않고, 뜻이 분명하지 않은 단어는 ‘장색’이다. 이 단어가 무슨 뜻인가. 모른다면 성경사전 등을 통해 찾아보아야 한다. 설교자가 모르는 단어를 청중들이 알기는 어렵다. ‘장색(차라프)’은 히브리어로 ‘금속세공인’이란 단어다. 그래서 영어로는 ‘제련업자(smelter)’나 ‘세공업자(smith)’로 번역했다. 한국말로는 ‘금속장인’으로 번역될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잠언 25장 4절을 풀어보면, ‘은에서 찌꺼기를 빼내십시오. 그러면 장인에게 쓸 만한 그릇이 나올 것입니다’가 된다. 본문을 읽으면서 명확하지 않은 단어들을 절대 그냥 넘기지 말고 단어연구를 통해 그 뜻을 분명하게 밝히라. 참고로 이 구절은 은같이 깨끗한 왕의 삶이 견고해지려면 찌꺼기 같은 악인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그림언어가 사용된 비유로 말한 것이다(25:5).

단어연구는 본문에 나타난 단어의 뜻을 알기 위함뿐 아니라 중심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단어를 연구하면 중심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사무엘하 9장 1~8절은 다윗과 므비보셋의 이야기다. 이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 번이나 ‘은총’이라는 단어가 반복된다(1,3,7절).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은총이라는 히브리어 단어는 ‘헷세드’다. 헷세드는 변치 않는 사랑(lovingkindness), 혹은 계약에 의한 신실한 사랑(covenantal love)이다. 단순히 인간적 호의나 친절함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며, 신실한 약속에 근거한 사랑이다. 이 단어의 반복을 통해 본문은 다윗이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에게 헷세드를 베풀기 원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단어의 반복을 통해 본문은 하나님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다윗이 신실함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본문이 이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설교자는 본문의 의도대로 다윗의 변치 않는 신실함을 설교에서 강조하고 오늘날로 연관시켜 적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본문몰입을 위한 근접, 전체문맥, 단어 연구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주에는 문법과 배경 연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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