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 그 청년 바보의사(안수현, 아름다운 사람들)

책은 더없이 건실했던 한 의사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다가 33세에 하나님의 품에 안기면서 남긴 자신과 이웃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1년 고려대 의학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후 내과 전문의로 일하며 하나님을 섬겼다. 저자는 생전에 사람들에게 ‘청년의사’라고 불렸으며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교회의 문턱을 낮추고 ‘예흔’이란 공동체를 만들어 지도자로서 활동하였다.

그 주인공인 안수현에 의하면, 우리 각자에게는 하나님께서 정해주신 자기만의 지정곡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일평생을 통해 우린 각자의 곡을 연주해 나갈 것이다. 하늘의 천군천사와 구름 같은 허다한 증인들이 그 연주회의 청중이 되어 줄 것이다. 주님께서 정하신 생의 마지막 날, 최선을 다한 나의 연주가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때 갈채를 받기에 부끄럼이 없을, 최선을 다한 연주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다.”

그는 자투리 시간을 아껴가며 독서하는 책벌레였다. 또한 1년에 300권 정도의 책을 환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각 사람에게 맞는 맞춤형 도서를 골라 주었고, 뿐만 아니라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사람에게 클래식음악 CD를 선물하기도 했다. 안수현은 쉽고 아름다운 클래식 곡들을 CD에 담아서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그 덕분에 많은 동료들이 클래식에 입문했다. 또 그의 선물을 계기로 하나님을 믿게 된 분들도 있었다.

의사란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때로는 생사의 갈림길이 촌각에 달린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 오기도 한다. 클래식음악은 그의 의사생활에 활력을 공급해 주었다. 그가 존경했던 지휘자 므라빈스키는 “음악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을 저버리는 일이다. 나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힘을 굳게 믿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안수현은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음악이 주는 행복을 누렸지만, 초월적인 힘은 결국 하나님께 올리는 찬양에서 찾았다.

그는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보통 새벽 2시쯤 되면 응급실도 안정을 되찾고 조용해진다. 정신없이 일하던 의사와 간호사들도 비로소 한 숨 돌린다. 안수현은 피곤하지만 이 시간을 활용해 큐티(QT) 책 한 권을 꺼내서 읽었다. 바로 오스왈드 챔버스의 <주님은 나의 최고봉>이었다. 응급실의 숨 가쁜 순간들 가운데 잠시 하나님을 묵상할 수 있는 싱그러움에 잠기게 해주었던 이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그는 의사라는 본분에 있어서도 역시 충실했다. 청년의사 안수현은 환자들에게 따뜻했고, 동료들에게는 친절했으며 설령 환자의 병이 더 이상 치료할 수 없을 만큼 위중하다고 해도 그저 그런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며 그들의 아픔을 헤아리는 의사였다.

인턴이 되어 본격적으로 환자를 돌보던 시절의 그에게는 ‘빛’이 났다고 한 의대 선배는 말했다. 그 청년이 레지던트 1년 차 때 돌봤던 어느 난소암 말기 할머니는 “이 어린 의사가 날 살렸다”라며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격려의 말을 해주며, 안아 주었다. 손을 꼭 잡아 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주거나, 더 이상 도울 능력이 없다는 말이라도 해주었다. 청년의사 안수현은 환자의 살이 베일 때 정말 자신의 살이 벤 것처럼 아파했다. 그는 하나님의 가르침에 따라 의술을 펼쳤다. 몸의 병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들의 마음까지 깊이 헤아릴 줄 아는 ‘참 의사’였다. 청년 의사 안수현은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위해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내어 놓았다. 한마디로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삶을 보여준 일생이었다.

 

■ 더 읽어볼 책

<벤 카슨의 싱크 빅>(벤 카슨, 솔라피데출판사)
<장기려, 그 사람>(지강유철, 홍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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