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윤리연구소 ‘교회와 세상문화’ 포럼

“문화 평가와 분별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
무분별한 이용 전 성경적 입장 고찰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회는 세상적인 문화를 악하게 생각하고, 성도들은 그것에 거리를 두어야 거룩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쏟아지는 세상문화 앞에서 성도들은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 스마트폰만 열면 각종 정보의 홍수다. 힙합을 통한 찬양,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신앙, SNS로 하는 전도 등 문화가 복음을 전파하거나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쓰임 받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세상문화에 배타적이어야 할까, 수용적이어야 할까? 목회윤리연구소(이사장:이상관 목사)가 8월 17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포럼을 열고 이 문제에 답했다.

▲ 목회윤리연구소가 개최한 ‘교회와 세상문화, 어떤 관계인가?’ 포럼에서 김진명 교수 김승호 교수 옥성삼 원장(왼쪽부터)이 발제하고 있다.

문화 판별의 기준은 ‘하나님 말씀’

김진명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는 성경에 나타난 문화의 배타성과 수용성을 통해 한국교회가 문화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성경 본문을 살펴보면 구약의 넓은 세계 안에 다양한 내용과 상황, 시각들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다양성의 공존’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며 “이 개념은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사랑의 계명과 내용적으로 연결되며, 구약은 그 당시 이방 종교와 문화 가운데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에 대한 신앙의 생명력과 균형감을 잃어버리지 않고 지켜왔던 과정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구약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대 소아시아 지역의 문화와 문명, 종교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기도 하고 때로는 투쟁하기도 하면서 신학적인 사고의 지평을 확장해 나갔다는 것이다. 또한 선교적인 사명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시대마다 나타나는 많은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그 절대적 기준과 근거는 하나님 말씀에 있었다며 “성경에서 보여주는 문화의 수용성과 배타성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평가와 분별의 기준은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분석했다.

세상문화 정복이 아닌 상호작용 해야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는 그간 한국교회는 문화선교를 ‘문화를 향한 선교’라기 보다 ‘문화를 통한 선교’로 사용해왔다며 이제 한국교회가 기독교 밖 일반문화 영역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차원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기독교에서 형성한 기독문화를 기독교 안팎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이런 식의 문화선교가 기존 성도들의 신앙을 고취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도들의 공감대 형성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이들의 문화 및 정서와 교감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문화목회나 문화선교 등이 ‘문화 정복’이라는 기치 아래 세상문화 변혁을 주창한 것에서 벗어나, 교회와 세상의 ‘상호변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사항으로 김승호 교수는 교회 밖 문화에 대한 관심, 한국적 문화신학 연구, 현대 문화 현상에 대한 심층적 의미 탐구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는 기독문화뿐 아니라 고급문화, 대중문화 및 전통문화 전반을 신학과 선교, 목회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대화하면서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며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으로 보이는 문화라 할지라도 표면적인 비판을 하기 전에 그것이 어떤 심층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문화에 대한 성경적 고찰해야

옥성삼 원장(크로스미디어랩)은 현재 한국교회가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발전했으면서도 디지털 문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를 짚었다. 문자 미디어, 라디오 매체를 비롯해 케이블TV, 인터넷, DMB, 스마트폰까지 미디어 환경의 급변은 한국교회에 새로운 도전과제로 다가왔다.

옥성삼 원장은 “한국교회는 디지털 문화를 충분한 이해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기술적 속성에 내재한 위험을 강조하고 반기독교적이라는 비판 정서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화에 대해 공부하거나 성경적인 성찰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특별히 한국교회는 일방향적 권위적 관료적 수직적인 데 반해 디지털 문화는 쌍방향적 상호작용적 수평적 탈중심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한국교회는 디지털 문화의 주체적 활용자이자 비판자라는 이율배반성을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옥 원장은 한국교회는 디지털 문화 사용에 대한 교회 차원의 성찰을 더 이상 회피하고 방치해서는 안 되며, 수용성과 배타성보다는 위험성과 가능성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디지털 문화 전문성과 신앙적 소명감을 겸비한 인재 육성, 신학교 전문 커리큘럼 개발, 지속적인 세미나와 포럼, 안정된 지원으로 운영하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으로 디지털 문화에 대한 실질적인 응전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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