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국 목사(미래군선교네트워크 사무총장, 남서울우리교회)

▲ 윤병국 목사(미래군선교네트워크 사무총장, 남서울우리교회)

거의 두 주간이 지나도록 육군대장 박찬주 부부의 갑질 논란 뉴스로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공관병들에 대한 박 장군의 갑질 논란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있다. 그가 기독교 신자로서 장병 선교를 언급한 내용까지 알려지면서, 언론과 군인권센터는 박 장군의 개인의 문제를 한국교회의 선교 문제와 연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박찬주 대장 부부는 열성이 있는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군인교회에서 중직을 맡아 섬겨왔다. 어느 언론은 박 대장이 초코파이로 장병들에게 예수를 믿게 해서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가 되게 할 수 있다는 논조로 얘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박 장군 부인은 공관병 중에 종교가 다른 병사를 강요하다시피 해서 교회로 데려가려 했다고 한다. 박 장군 부인은 참고인 조사에서 공관병들을 아들같이 여겼다고 말했지만, 문제는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사랑을 받아본 병사들은 상급자의 언행이 사랑에서 나온 것인지, 학대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직감으로 안다. 정말 아들처럼 대했다면, 그 사랑을 경험한 젊은이가 믿음을 가지라는 얘기를 문제 삼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찬주 대장은 군대 최고 지휘권자이다. 지휘권을 가진 사람은 강하게 권면했다고 생각해도, 명령을 받은 하급자들은 부당한 지시와 강요로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진정서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에게 행한 갑질은 기독교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고,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으로도 비인격적인 행위였다.

박 장군 부부는 지휘권을 이용해서 집단적으로 장병들을 쉽게 개종시킬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하급자들에게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단지 교회로 데리고 가는 것을 군선교로 생각했다면 크게 오판한 것이다. 인격적으로 접근해서 장병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얻는 일을 했어야 했다.

현재 군대는 ‘개인의 인권’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종교를 권장하는 것도 인권보장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과도한 포교행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종교의 자유도 있지만 반종교의 자유도 있기에, 지휘권을 이용해서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군선교에 가장 힘써 온 기독교가 도드라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타종교는 물론 인권을 강조하는 단체들은 기독교의 군선교 방법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조심스럽지만 필자는 이번 박찬주 대장의 갑질 사건이 이렇게 확대되는 것에 의문점이 있다. 사실 군대에서 박 대장 부부와 같은 사건은 비슷한 사례가 너무 많다. 군대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사건은 사실조회를 해서 군검찰에서 조사하고 절차를 밟아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이번에는 마치 특종을 터뜨리는 것처럼, 관련 보도들이 쏟아졌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박 대장 부부의 갑질 행동을 옹호할 생각이 없지만, 지금과 같은 비판의 분위기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박 대장 사건으로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먼저 기독 지휘관들은 인격을 갖춰 사랑과 엄격함으로 재무장을 해야 한다. 또한 현재 인권을 강조하는 군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군선교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휘관들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아래 계급의 병사들을 개종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선교를 계급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든지 군선교의 현장을 훼손하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도자의 마음으로 장병 한 영혼에게 다가가서 복음을 이해시키고 인격으로 감동을 줄 때, 진정으로 잃어버린 한 영혼을 얻게 된다. 신자 숫자에 연연해서 무리수를 두는 일은 금해야 한다.

20년 넘게 군대에 있었던 필자는 인격적으로 귀한 지휘관들을 많이 만났다. 당당히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조국의 안보와 복음의 귀한 일꾼으로 복무하는 분이었다. 박 대장 사건처럼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기독 장병과 지휘관들을 추락시키고, 군선교에 장애가 되는 일이 재연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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