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한국찬송가를 보면, 찬송에 ‘아멘’이 붙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 찬송가 2장 <찬양 성부 성자 성령>의 경우에는 현행 찬송가에서는 ‘아멘’이 붙어 있지만 이전 <통일찬송가>에서는 ‘아멘’이 붙어 있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는 ‘아멘’이 붙어 있지 않은 찬송에 편곡자나 연주자가 임의로 ‘아멘’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떠한 찬송가에 ‘아멘’을 붙이는 것일까?

‘아멘’이라는 용어는 현행 한글 개정개역판 성경에 50회 나타난다. 그 용례들을 정리해 보면, 말씀 선포나 찬양에 대한 응답으로, 그리고 찬양 또는 기도의 끝에 ‘아멘’이 사용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멘’이 응답으로 사용된 경우 대체로 노래가 아닌 말로 응답한 것으로 보이고, ‘아멘’이 항상 회중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회중들이 다 같이 노래하게 되는 찬송가의 ‘아멘’은 그 성격과 용법상 성경의 용례들과는 다소 구별되는 면들이 있다.
원어 성경 4복음서를 보면, ‘아멘’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신 분은 예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라는 어구로 말씀을 시작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 ‘진실로’에 해당하는 헬라어가 바로 ‘아멘’이다. 따라서 찬송가의 ‘아멘’을 부를 때에는 반드시 찬송한 내용에 대한 진정성과 확신을 가지고 노래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초기 기독교 시대에 시편을 노래할 때 그 끝에 영광송(Gloria Patri)을 붙이는 것이 하나의 관습이 되었는데, 그 영광송은 ‘아멘’으로 끝났다. 그리고 고대 암브로시안 찬트의 경우에도 ‘아멘’으로 끝나는 영광송으로 항상 찬트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 찬송들은 ‘아멘’을 포함하지 않았다. 마틴 루터의 코랄(chorale)도, 칼빈의 시편가도 ‘아멘’ 없이 노래되었다. 또한 아이작 와츠나 웨슬리 형제들의 찬송들, 그리고 18세기에 미국에서 일어난 대각성 운동 때의 찬송들에도 ‘아멘’은 없었다.

그 후 1833년 영국 국교회에서 옥스퍼드 운동(Oxford Movement)이 일어났는데, 당시 중세의 라틴어 찬트들을 영어로 번역, 소개하면서 ‘아멘’으로 끝나는 중세 찬트의 전통을 규범으로 삼아 다른 모든 찬송들에도 ‘아멘’을 붙이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운동의 중요한 산물인 <고금찬송가(Hymns Ancient and Modern)>(1861년)에서는 모든 찬송들이 ‘아멘’으로 끝나게 되었다. 이 관습은 다른 영국 찬송가들에도 퍼지게 되었고, 미국에도 전해지게 되었다.

그 후 1920년경 영국 국교회는 ‘아멘’을 기존 찬송가에 더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러한 관습을 폐기했다. 그 결과 1950년경까지는 영국에서 찬송가에 붙은 ‘아멘’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1975년 이후 미국의 주요 찬송가들에서도 원래 ‘아멘’을 포함하고 있는 일부 찬트 찬송 외에는 ‘아멘’이 없어지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응답’의 견지에서 볼 때 찬송하는 당사자인 회중이 응답 부분인 ‘아멘’까지 노래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초기 개신교 전통은 ‘아멘’을 붙이지 않았고, 그것이 또한 현재의 추세이다. 따라서 현행 찬송가 133장 <하나님의 말씀으로>처럼 원래 ‘아멘’이 붙어 있는 찬트 찬송 외에는 찬송가를 부를 때 ‘아멘’을 꼭 붙일 필요는 없다. 다만 암브로시안 찬트의 예에서 보듯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찬양하는 찬송에는 ‘아멘’을 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멘’을 부르기를 원한다면, 찬송하는 그 내용을 ‘진실로’ 동의하고 확신하는 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노래해야 한다.
<총신대 교회음악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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