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목사의 사진에세이/순례자의 길] (1)길 위에 서서

사진❶ 길이 보인다. 사람이 가야 할 곳에는 어디나 길이 있다. 쭉 뻗은 평탄한 길도 있고 꾸불꾸불한 고갯길도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길을 간다. 자신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길을 가고,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그 길을 간다. 길은 곧 도(道)이며, 그것은 진리(眞理)와 통하고, 진리는 생명(生命)을 얻게 한다. 예수님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고 하셨다. 예수님은 바로 그 길이시며, 그 진리이시며 그 생명이시라고 하셨다. 그러므로 인생들이 아버지 하나님께로 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시다.

 

사진 한 노인이 장작불 위에 찻물을 올려놓고 앉아있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하염없이 응시하고 있는 그는 무엇을 그토록 깊이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때때로 가던 길을 멈추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또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내다보기도 한다.

 

길 위에 서서

나는 길 위에 서 있다/출발 선상에 던져졌던 그 때/이유도 목적도 모르는 채/붉은 몸뚱이로 던져졌던 그 때/나는 마냥 울기만 했었다
어느 날/내가 길 위에 있음을/그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음을/알아버린 그날에/나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얼어붙은 발걸음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침내/가야 할 길을 찾았을 때/어느 귀한 분의 손길을 따라/선물처럼 그 길을 만났을 때/나는 날아오를 듯 기뻤다/온 몸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길을/감사로 걷고 기쁨으로 달려왔다/지나온 길을 돌아본다/참 행복했던 나날이었다/남은 길을 내다본다/또 다른 행복이 펼쳐지리라/나는 길 위에 서 있다

 

사람은 누구나 길 위에 서 있는 존재다. 이 땅에 태어나는 그날에 우리는 길 위에 던져졌다. 알몸뚱이 하나로 대책 없이 시작한 인생길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길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까? 그러지 않아도 붉은 얼굴이 더욱 빨개지도록 목 놓아 울면서 출발한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자의 손길에 의해 길 위에 던져진 채로 나그네 인생길을 시작했다.

우리는 길 가는 나그네로 호흡을 시작하던 그날부터 극진한 사랑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다. 나그네 인생길을 걸어가기에는 아직 절대적으로 무능하여 홀로서기가 불가능할 때 자신을 사랑하고 보살펴 주는 이들의 품 안에서 일단 안심을 한다. 차츰 힘을 얻어 걸을만할 때가 되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곧 친해지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간다. 때때로 행복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또 때로는 크나큰 아픔을 온 몸으로 견뎌내야만 한다. 오순도순 사랑을 나누기도 하며 아웅다웅 싸우기도 한다. ‘그것이 삶이겠거니, 그것이 인생이겠거니’하면서 자신들이 길 가는 나그네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하루 또 하루 걸어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길 위에 서 있음을 그리고 어디론가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불안이 엄습해 온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어디쯤 도달했는가?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제부터 나는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온갖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쉽사리 답을 얻지 못한다. 자신이 가고 있는 길, 또 걸어가야 할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이 증폭된다. 눈앞에 펼쳐진 일들에 바쁘게 움직이다가도 문득문득 깊은 상념에 빠진다.

마침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은혜였다. 어느 귀한 분의 손길을 따라서 선물처럼 만난 길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선택받은 자들의 복이다. 그 길에 들어선 자들은 하늘을 날듯이 기뻐한다. 자신이 그 길에 서 있음을 생각하며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불안의 안개가 걷히고 평안이 내려앉는다.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노래하는 나그네가 된다.

나그네 인생이 걸어가야 할 참된 길을 찾은 자들은 날마다 행복을 노래한다. 일상의 일들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전에는 힘들게 느껴졌던 일들도 이제는 감사로 다가온다. 전에는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아름다운 모습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피어난 작은 풀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울창한 숲길에서 햇빛을 받은 나뭇잎을 보며 환호한다. 쏟아지는 폭포수 앞에서나 잔잔한 호숫가에서나 탄성을 지르며 즐거워한다. 이전엔 무심코 지나쳤던 작은 벌레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며 창조주의 지혜와 손길을 찬양한다.

그렇게 지나온 길은 행복이었다. 기쁨이었다. 감사와 찬양이었다. 눈을 들어 남은 길을 내다본다. 얼마나 더 가야 할지 모르지만 불안하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다. 이미 정해진 목적지를 향하여 걸어가는 길이기에 방황할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이 행복이었듯이 앞으로 걸어갈 길도 역시 행복이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길에 또 어떤 행복이 펼쳐지게 될지 살짝 궁금해지며 기대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나그네다. 길 위에 있는 존재다. 노래하는 나그네, 행복한 나그네가 되게 하심을 감사한다.

김종우 목사(대구 나눔과섬김의교회)

1960년에 태어나서 1980년에 예수님을 만났다. 1992년 가을에 목사로 세움 받고 1994년 봄에 대구광역시 수성구 시지에서 개척사역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나눔과섬김의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최근 들어 목회사역을 후임목사에게 물려주고 선교사역에 집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2003년도부터 시작했으나 만만치 않은 목회일정으로 인해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틈틈이 찍은 것들과 선교지 사진들이 있을 뿐이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