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인근 쪽방촌 골목 찾아 1650그릇 나눠

지역 어르신에 여름나기 물품 지원도 열심

7월 말 하늘은 강한 햇볕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지랑이마저 피어오른 동자동 쪽방촌 골목. 그 사이로 대한교회 성도들은 쉴 새 없이 짜장면을 날랐다. 얼굴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얇은 옷감 위로 땀이 번지기도 했다. 이곳저곳에서 “아휴 덥다”라는 소리가 본능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쪽방촌 환경. 그리고 그 곳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쪽방촌 어른신의 모습은 무더위마저 잠시 잊게 만들었다. 고등부 나영 씨는 “이렇게 열악한 곳에서 어르신들이 사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한 그릇의 짜장면이지만 어르신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나영 씨만이 아니라, 함께 한 대한교회 성도 모두가 짜장면 안에 사랑과 위로라는 양념을 듬뿍 넣어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배달했다.

▲ “짜장면 배달갑니다!” 대한교회 학생들이 짜장면을 쟁반에 담아 쪽방촌으로 향하고 있다(

● 교회가 지역사회를 섬겨야 하는 까닭

‘사랑하고 섬기며 본질을 붙잡고 일어서는 교회’
대한교회의 표어다. 대한교회는 그들의 표어처럼 1972년 설립 이래 지역사회를 사랑하고 섬기는 교회로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해 예배당 리모델링 공사를 하며 마련한 카페 위드 덕에 나눔 사역을 더욱 폭넓게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카페 위드는 대한교회가 신정동 주민들을 위해 내놓은 공간이다. 원가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1층에 자리 잡아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주목할 점은 카페 위드의 수익금 전액을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한교회는 지역사회를 위해 내놓은 공간인 만큼 수익금 또한 지역사회를 위해 쓰자는 통 큰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대한교회가 운영하는 영상고등학교를 비롯해 신정고등학교 양목초등학교 등 인근 학교들이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전달받고 있다. 지역 어르신 병원비와 틀니 지원, 소외계층 쌀 전달, 여름나기·겨울나기 물품 지원 등도 카페 위드의 수익금으로 진행하고 있다.

담임 윤영민 목사는 “하나님이 신정동이라는 이 지역에 교회를 세워주신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선교활동도 열심히 하고 교단도 잘 섬겨야 하겠지만, 교회 가장 가까이 있는 주민들을 품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교회로서 사랑하고 섬기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이것의 교회의 할 일입니다”라며 자신의 목회철학을 드러냈다.

● 쪽방촌에서 벌인 나눔의 잔치

한 낮의 온도가 35도까지 치솟던 지난 7월 26일에도 대한교회는 소외된 이들을 돌아봤다.
시작은 윤영민 목사부터였다. 지역 사회보장협의체 회장을 3년째 맡고 있는 윤영민 목사는 아침 일찍 ‘저소득 어르신 여름나기 물품 지원 행사’차 신정4동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윤영민 목사는 선풍기 습기제거제 여름이불 포장삼계탕 등 여름나기 물품을 어르신들에게 전달했다.

원래 이날 행사는 20세대에 여름나기 물품을 전달하려 했다. 그런데 대한교회의 후원 덕분에 30세대를 더한 총 50세대의 저소득 가정에 여름나기 선물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연신 “감사하다. 고맙다”고 하는 어르신들을 윤영민 목사는 감싸 안았다.

▲ 지역 어르신들에게 여름나기 물품을 전달하고 있는 윤영민 목사

이어 성도들 차례. 오전 10시, 학생 37명 장년 15명 등 52명의 성도들이 교회 버스에 올라탔다. 이들이 향한 곳은 동자동 쪽방촌. ‘사랑의 짜장면 1500그릇 나눔의 잔치’에 대한교회 성도들이 배달부로 나선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모리아교회 윤요셉 목사에게 주의사항을 전달받은 후 곧바로 짜장면 배달이 시작됐다. 짜장면을 만드는 일은 주로 장년들이 도왔고, 배달은 학생들 몫. 2인 1조로 짜장면 6그릇을 담은 큼지막한 쟁반을 들고 쪽방촌으로 이동했다.

비좁은 쪽방건물 계단을 오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느닷없이 성질내는 어르신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더구나 올 여름 최고 기온을 경신한 이날의 날씨는 성도들을 녹초로 만들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대한교회 성도들은 쪽방건물에 올라 문이 열려 있는 방마다 “배달 왔습니다”라고 외치며 어르신들에게 짜장면을 전달했다. 동자동의 거의 모든 쪽방건물을 올랐을 뿐 아니라, 인근 공원과 모리아교회를 찾은 어르신에게도 사랑이 담긴 짜장면을 내밀었다.

쪽방촌에 처음 와봤다는 중등부 설아 씨는 “이렇게 열악한지 몰랐고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는 일이 있다면 앞장서겠다”고 했고, 한창 배달을 하던 고등부 창우 씨 또한 “예수님이 그랬듯이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대한교회 성도들이 배달한 짜장면은 목표치 1500그릇을 뛰어넘는 1650그릇에 달했다. 배달을 마친 성도들도 손에 짜장면 한 그릇씩 들었다. 땀을 한껏 흘리고 난 다음 먹는 짜장면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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