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 목사(로뎀교회)

▲ 권호 목사(로뎀교회)

고민을 멈추는 순간 설교의 발전도 멈춘다

20년 이상 설교를 해온 소위 설교베테랑도 설교에 대해 고민을 할까? 얼마 전 한국에서 최고의 설교자로 꼽히는 분을 만났다. 설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의 두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첫째 고민은 한 교회에서 15년 이상을 설교하다보니 더 이상 설교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해도 신선감이 없다고 했다.

두 번째 고민은 더 본질적이었다. 종종 설교를 마치고 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설교를 듣고 눈물도 흘리고, 은혜도 받았다고 말하는데 정작 자신은 설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오늘 정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것일까? 혹시 내 생각이나 감정을 전한 것은 아닐까?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이 아닌 사람들을 이끌기 원하는 방향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힘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분의 이야기를 들은 필자는 ‘설교자들이 고민 없이 설교할 때가 많은데 이런 고민을 아직 하는 것을 보니 이 분은 설교자로서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분이구나. 계속 발전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기억해야 한다. 고민을 멈춘 순간 설교의 발전도 멈춘다는 것을.

설교의 다양성, 진정성 텍스트가 답이다

필자가 만난 설교자의 첫 고민은 ‘설교의 다양성과 신선함(homiletical variety and vividness)’에 관한 문제다. 설교학의 역사 초기부터 메시지의 다양성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고전 수사학,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꾸준히 접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론에만 치우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생겨났다. 최근 미국복음주의 설교자들 중심으로 진정한 설교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설교본문, 즉 텍스트 자체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정한 설교의 다양성과 신선함을 발견하기 원한다면 텍스트 안에 내재된 힘을 설교자들이 주목해야 한다. 텍스트의 여러 내용이 어떻게 각각 다른 형식(성경장르)으로 전해지면서 메시지의 다양성이 강화되는지를 연구하고 활용할 때 설교자는 강단의 새로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만난 설교자의 두 번째 고민은 ‘설교의 진정성(homiletical authenticity)’에 관한 문제다. 설교는 정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설교의 진정성이란 설교본문, 텍스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실하게 전하는 것을 말한다.

슬프게도 빈번하게 한국교회 강단에 ‘본문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 현재 한국교회 설교의 위기는 하나님의 말씀, 그 불변의 텍스트를 떠난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시 텍스트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교회 강단을 살리기 위해 설교자들이 ‘텍스트가 왕이다(Textus Rex)’라는 것을 믿고, 고백하고, 이것을 영혼에 새기며 설교를 준비해야한다. 그럴 때 설교의 진정성이 살아나고, 하나님의 말씀이 혼잡함 없이 선포될 것이다.

본문이 이끄는 설교란 무엇인가

설교자가 설교의 다양성과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이를 위한 적합한 설교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 필자가 확신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론은 바로 ‘본문이 이끄는 설교(Text-Driven Preaching)’다. 본문이 이끄는 설교는 2011년부터 미국 설교학회에서 활발히 논의 및 적용되고 있는 설교방법론이다. 본문이 이끄는 설교는 ‘본문이 왕이다’라는 전통적 강해설교의 철학을 확고히 하면서 설교의 내용과 형태, 적용을 성경본문 자체에서 도출하는 노력이다. 특별히 본문이 이끄는 설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설교의 형태와 적용부분이다. 본문이 이끄는 설교는 전통적 강해설교와 같은 맥락을 추구하면서도 기존 강해설교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교의 형태와 적용 또한 성경본문에서 효과적으로 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교회 강단이 살아나고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말씀, 텍스트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주신 텍스트, 성경본문은 깊고 마르지 않아 온 땅을 적시는 영적인 강과 같다. 설교자가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서 퍼 올리는 우물과는 비교할 수 없다. 개인적인 자질과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 텍스트 앞에 겸손히 내려놓아지고, 뿌리내려지고, 그 속에서 자라나가,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음 시간 성경이 말하는 진짜 설교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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