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랑의 바자회 개최, 생명 불씨 살려간다

15년째 난치병 어린이 생명살리기 사역 진력

“작은 사랑이 모여 하나님나라의 큰 사랑을 만듭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질 않을 4개월 축복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옹알이도 시작할 때이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병상에 누워있다.

남들은 다 한다던 100일 잔치는 언감생심이다. 출생 후 바로 중환자실로 입원해 출생신고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이름도 생일도 없는 아이가 됐다.
축복이의 병명은 양대혈관우심실기시증. 대동맥과 폐동맥이 모두 우심실과 연결되어 있는 희귀난치성 심장기형 질환이다. 게다가 축복이는 다운증후군이라는 질환까지 앓고 있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엄마 아빠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것은 병원비. 직업 군인이라는 신분으로는 병원비를 충당하기가 버거웠다. 대출도 한계에 도달하고, 빚만 늘어가고 있었다.
그런 축복이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5월 바자회를 연 충정교회(옥성석 목사)가 수익금으로 축복이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축복이는 의료진과 충정교회의 도움으로 밝은 미소를 되찾아 가고 있다.

▲ 충정교회는 2003년부터 매년 5월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랑의 바자회를 개최하고 있다.

충정교회의 작은 사랑은 축복이 뿐만 아니라 국내외 19명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올해 13살인 이민지(가명)는 판코니빈혈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 혈액의 모든 부분이 부족해 심장과 신장, 골격계 어느 곳 하나 성한 데가 없다. 게다가 민지는 무연고 아동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어 의지할 사람도 없다.

하반신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죠이(케냐)는 9살 다른 친구들처럼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노는 것이 소원이다. 그러나 케냐의 낙후된 의료 시술과 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뇌종양 진단을 받은 9살 신자영(가명) 어린이는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이 준비되어 있지만 수천만원에 이르는 병원비 마련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급성 림프모구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15살 박지혜(가명)는 오랜 투병으로 웃음을 잃은 지 오래고, 가족들도 부채로 고통을 받고 있다.

▲ 바자회에서 나온 수익금 전액을 의료기관에 전달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아이들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돕고 있다. 7월 19일 연세세브란스병원에서 옥성석 목사(오른쪽)가 윤도흠 의료원장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희귀질환으로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충정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시 살려내고 있다. 충정교회는 2003년부터 매년 5월 ‘난치병 어린이 돕기 사랑의 바자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2억1100만원이 넘는 수익금 전액을 서울대학교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국립암센터, 해외 선교지에서 추천받은 19명의 생명을 위해 사용했다. 지난 15년간 한결같은 사랑으로 130여 명의 작은 불씨를 살려냈다.

옥성석 목사는 “어린 시절 네 살 터울의 여동생이 무슨 병인지 모르게 시름시름 앓다가 약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며 “그때부터 난치병이란 단어가 제 머리에 각인이 됐고, 충정교회 성도들과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일에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명의 불씨를 향한 충정교회의 순전함은 바자회 때 잘 드러난다. 충정교회는 바자회에 앞서 먼저 병원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난치병 환아 명단을 요청한다. 명단을 전해 받은 교회는 환아 명단을 교회 곳곳에 게재하고 기도와 함께 수개월 동안 준비했던 바자회를 연다.

▲ 올해도 5월 22일 바자회를 열고, 2억1100만원의 수익금 모았다.

5월 20일 충정교회 앞마당에서 열린 바자회에는 30개의 부스로 나뉘어 진행됐다. 부침개, 설렁탕, 잔치국수 등 먹거리부터 시작해, 도서, 의류, 학용품, 화장품 등이 판매됐다. 바자회에는 교인들은 물론 동네 주민들도 많이 참석해 교회에 대한 호감을 갖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바자회에 발맞춰 <요셉을 배우다>를 펴낸 옥성석 목사는 수익금 전액을 난치병 어린이 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그는 책에서 “하나님이 포기하지 않으면 아직 끝이 아니다”라며, 힘들어도 요셉처럼 코람데오의 신앙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에도 예상했던 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이 모금됐다. 옥성석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난치병 어린이들을 살리겠다는 작은 정성이 모였다”면서 “이 작은 사랑이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큰 사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충정교회는 최근 거룩한 욕심이 생겼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꺼져가는 작은 불씨를 살리는 일에 한국교회가 동참하길 소망하고 있다. 주변에는 도움이 절실한 난치병 어린이들이 많은데, 충정교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충정교회의 작은 섬김이 동기부여가 돼서 다른 교회들도 동참하면 좋겠다는 꿈이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도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기적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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