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희 목사(예담교회)

제102회 총회임원과 총무와 상비부장 입후보자 등록이 마감됐다. 매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공약(公約)들은 눈부실 만큼 화려하여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고, 총대 그룹들이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모여 밀린 우정과 의리로 활기찬 결속을 다지는 모습은 생동감이 넘치는 분위기이다.

입후보자들은 싫든 좋든 모임마다 찾아가야 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해도 머쓱한 미소로 인사만 하고 다른 모임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이동해야 한다. 공고 후 약 3개월 정도는 어디에 사진 한 장 내지도 못하고 언론에 이름도 OOO 식으로 밝혀야 하는 상황에서 분주하게 연결고리를 찾으며 관계를 만들기에 매우 바쁘다. 모임이 많은 총대들은 후보들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두루두루 파악을 하고 있지만, 이런저런 모임도 없는 총대들은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우리는 어느새 이런 현상에 익숙해져 있고 이제는 하나의 선거문화로 받아들이며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그 결과로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원하는 서기관들’이 선출되지 않을까 염려하거나, ‘이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어 싫증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듣기도 한다.

선거에서는 후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정과 원칙을 지키는 일이다. 선거는 ‘일정한 조직이나 공동체의 구성원이 임원을 가려 뽑는 행위’로, 총대들의 순전한 고유 권한이고 역할이다. 선거는 임원을 선출하는 일이자, 당선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여 총회와 노회와 교회에 건강한 힘을 일으키는 근본이 되게 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선거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체의 건전한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선거의 방법에 있어서도 규정과 원칙 또한 분명해야 한다.

규정에서 방법을 찾고 원칙에 스스로 순응하면 가장 보편적인 평등이 된다. 그러나 사람에 잣대를 대어서 방법을 찾으면 규정을 어겨야 하고, 어긴 규정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특별한 수단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수단이 권한의 한계를 넘어 영향력을 발휘하면 불의한 권력이 된다.
권력을 사용하면 상황이 잘 돌아갈 것이라는 환상은 장기적으로 갈수록 부조화 현상이 생긴다. 왜냐하면 장기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나쁜 방법으로 수단을 정당화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카리스마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군주주의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목적을 이루었다고 해서 수단이 정당화 될 수 없고, 수단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해서 결과가 합리화 될 수 없다.

제102회 총회를 준비하는 노회와, 임원이 되고자 하는 입후보자나 노회의 대표로 선출된 총대들의 마음은 숭고한 차원을 넘어 경건에 이르기까지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제102회기에 풀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꼬이고 얽힌 문제가 많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끌어온 숙제도 많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상호관계와 상호의존에 보답하는 의리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위치와 역할을 분배하거나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영역표시 하는 것에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된다. 선거 후에는 이해관계나 목표의 대립, 목적의 불일치로 인하여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갈등의 후유증은 결코 긍정적일 수가 없다. 심지어 갈등으로 부정적인 대립각을 세우게 될지 모른다.

그러므로 순전한 총대들과 교회의 숭고한 기대에 실망이 생기지 않도록 질서와 순리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총회와 노회와 교회를 사랑하고 섬기며, 상호작용으로 인한 공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헌신하는 후보자가 되고, 그런 후보자가 정당하게 선출되는 선거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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