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역사관 개관 기점으로 소중한 역사적 자산 회복 관심 높아

다양한 유물·자료 기증 잇따라 … 역사 세우기 체계적 작업 중요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예로부터 커다란 부러움이었다. 그래서 족보가 있는 가문, 유서 깊은 집안은 아무리 빈한해도 누가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 국가와 민족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고증된 역사는 국경을 이동시키거나, 소중한 명예와 재산을 회복시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우리 교단의 ‘역사 찾기’가 수년 동안 이어지며 오랫동안 드러나지 못했던 소중한 역사적 자산들이 제 위상을 되찾고 있다. 큰 집안의 명성에 걸맞은 자랑거리들이 곳간 여기저기서 쌓인 먼지를 털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 총회역사관 건립은 새로운 백년시대에 돌입한 우리 총회 역사 찾기 작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총회역사관 건립이다. 올해 3월 30일 총회회관 1층에 개관한 총회역사관은 우리가 세상 앞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역사적·신학적 연대기의 총화라 할 수 있다. 그 뿌리를 100년 전 선교사들의 입국, 아니 그 이전의 종교개혁 시대, 그 보다 더 이전의 성경시대에까지 뻗치면서 과연 정통성과 명망 있는 장로교단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특별히 한국칼빈주의연구원(원장:정성구 목사)을 비롯한 여러 교회와 단체들에서 앞 다투어 기증한 유물들이 총회역사관에 품격을 더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을 고대 파피루스 성경으로부터, 종교개혁시대에 발간된 성경들, 장로교 정치가 한껏 꽃피운 시대의 서구 저작물들, 거기에 한국교회 및 이 땅의 장로교회 전체에 기념비적인 가치를 지닌 유물들이 대거 전시되고 있는 것이다.

총회순교사적지와 총회역사사적지로 출발해 지금은 한국교회순교사적지와 한국교회역사사적지라는 이름으로 그 품격을 높인 유적지 지정 또한 커다란 결실이다. 2015년 6월 1일 영광 염산교회가 제1호 순교사적지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금년 3월 16일과 5월 15일에는 김제 금산교회와 서울 승동교회에 대한 역사사적지 지정식이 각각 거행됐다.

▲ 총회에서 한국교회순교사적지와 역사사적지로 지정한 김제 금산교회, 서울 승동교회, 영광 염산교회(위에서부터).

특히 염산교회의 경우에는 사적지 지정에 이은 연계사업으로 6·25 당시 77명의 순교자들과 함께 사라졌던 옛 예배당 복원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순례자들의 배움터이자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예배당의 등장으로 염산교회의 국가사적지 지정작업은 더욱 활기를 띠게 됐으며, 총회역사관 건립에 이어 이 사업까지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총회와 전국교회의 역량이 한 데 결집될 때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승동교회는 1912년 건축한 예배당이 아직까지 보존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선교 초창기부터 WCC와의 대결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순수한 신앙을 지켜온 역사적 자취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교단의 상징적 존재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산교회는 오직 한국교회에서만 나타나는 ‘ㄱ’자 형태의 예배당이 보존된 희귀 사례일 뿐 아니라, 총회장을 3차례나 지낸 전무후무한 역사의 주인공 이자익 목사와 3대째 시무장로로 섬긴 조덕삼 장로의 가문 등 수많은 인물들과 감동적 스토리를 양산한 공동체로 명성을 지녔다.
이와 함께 오랜 기간 신중히 다루어져오던 총회 순교자명부는 불과 3년 사이에 그 규모를 배 이상 키웠다. 제98회 총회 당시까지 75명에 불과했던 순교자 명부는 제99회 총회에 87명의 이름이 한꺼번에 추가된 것을 계기로 계속 새로운 페이지를 작성하고 있다. 제101회 총회에서도 김제 만경교회 순교자 9명을 포함해 총 10명의 신규등재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총회 차원에서 역사를 발굴·복원하는 작업에 힘을 내자, 지역 교계와 노회들에서도 관련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북 의성 일대가 특히 활발하다. 경중노회가 주기철 목사의 수난 현장이었던 의성경찰서를 순교사적지로 지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고, 경신노회에서는 권중하 전도사의 순교자 명부 등재에 이어 그가 시무했던 중리교회(옛 빙계교회)의 사적지 지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옛 평양노회의 후예들은 순교자 주기철 목사의 복권 복직 작업을 마무리하고 총회와 함께 기념행사를 열었으며, 여수노회 내부에서도 관련 단체들과 함께 우학리교회 이기풍 목사와 여수제일교회 윤형숙 전도사 등 순교사적을 부각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101회기에 선출된 총회 임원들이 첫 공식행사로 양화진 선교사 묘역을 방문하고, 올해 6월 25일을 기해 순교자기념주일과 순교자기념주간이 제정되어 전국 교회에 실시된 것 또한 총회 안팎에서 일고 있는 역사 찾기 운동과 그 맥락이 이어진다.

하지만 관련 인사들은 아직까지는 시작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오랜 세월 방치되어온 역사와 인물들에 대한 조명과 평가작업을 제대로 완수하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산 초량교회, 고흥 소록도교회, 전주 서문교회, 광주 양림교회, 군산 구암교회, 영암 구림교회 등 자타가 인정하는 역사성과 유물들을 갖춘 교회들이 사적지 지정을 대기하고 있으며, 미처 빛을 보지 못한 전국의 순교자들도 등재를 기다리는 중이다. 또한 순교자와 별도로 총회의 지체로서 목숨 바쳐 헌신한 인물들에 대한 순직자 지정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총회역사위원회와 순교자기념사업부를 중심으로 학술세미나 개최, 사적지 후보 답사, 순직자 제도 도입연구 등 다양한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는 점은 그래서 퍽 고무적이다.

한국기독교사적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34개의 사적지를 지정한 예장통합의 사례나, 소속 교회들만으로 한반도를 종단하는 순교유적 순례코스를 지정한 성결교단의 사례처럼 더욱 체계적이면서 전국 교회를 망라하는 역사 찾기 작업의 결실이 우리 총회에서도 조만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총회 순교자 등재 명단

주기철, 손양원, 이기풍, 조만식, 박관준, 김정복, 최상림, 최원초, 허성,도 양동휘, 김길수, 이유택, 김수현, 박종해, 박석현, 박종협, 배춘근, 김대홍, 최광천, 김성원, 박용순, 최선순, 김응도, 김태환, 송관범, 최감은, 김성기, 오병길, 박병근, 박금규, 조상학, 김병엽, 엄주선, 이복만, 주삼식, 정용현, 임성근, 정치문, 이상태, 진학철, 임창섭, 김성녀, 안덕윤, 최남인, 김종한, 장장수, 장순, 이주선, 장종석, 김덕모, 조춘백, 유금식, 김희영, 최봉주, 김영옥, 조석훈, 송영길, 김용국, 유상덕, 이영선, 박복,수 김병조, 장규명, 최상은, 김남이, 정일선, 김예진, 강성진, 강춘길, 김상천, 김기엽, 이윤조, 오주환, 김현경, 유여대, 노홍균, 김선일, 김익두, 김방호, 김화순, 허상, 이순심, 김삼동, 노병재, 장일영, 김석산, 김현, 김정, 김전, 김완, 김선웅, 김연경, 정도례, 기삼도, 양정자, 김순님, 노순기, 노옥기, 노병인, 이선임, 노원례, 노용길, 박귀님, 이희연, 노준오, 노무곡, 노오차, 노육차, 노용남, 노정자, 노신자, 노옥순, 노일석, 노경남, 김조남, 김춘희, 김옥자, 김금자, 김신자, 김희자, 김부자, 장귀남, 최처녀, 최유삼, 최삼녀, 최이남, 최사녀, 최오녀, 최육,녀 김동춘, 노병규, 노상기, 김동열, 정도애, 김용환, 전유녀, 김군자, 양사차, 김부옥, 양처녀, 배길례, 장대일, 김순애, 장공삼, 김일순, 장인택, 전준채, 김길순, 전삼차, 전사차, 전오차, 최용진, 조생길, 서소단, 이마태, 김종인, 김순화, 박옥남, 송옥수, 김진복, 신기운, 이광년, 원창권, 이광연, 이정,순 곽병일, 송은숙, 송창호, 이남근, 최정렬, 이옥진, 고동순, 곽옥진, 권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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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유산 발굴과 기록 더울 힘쓸 터”

총회역사관 명예관장 정성구 목사 의미 있는 임무와 행보 ‘주목’

총회역사관 명예관장인 정성구 목사는 교회사에 큰 가치를 지닌 수많은 역사유산을 소장하고 있다. 그가 성남시 분당구에서 운영하는 한국칼빈주의연구원과 칼빈박물관에는 국내 주요 교단 인사들과 세계 각지의 교회 대표 및 신학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자료열람을 간청하곤 한다.

77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또한 총신대 대신대 칼빈대 등 총회 신하 신학교들의 수장으로 여러해 재임하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 문건과 각종 자료들이 오늘날 정성구 목사를 한국교회의 대표적 교회유물 보유자이자 전문가로 활약하게 해주었다.

▲ 총회역사관 명예관장으로 전시물을 해설하고 있는 정성구 목사(오른쪽).

하지만 많은 나이, 그리고 두 차례나 겪은 심각한 건강이상이 정 목사에게 새로운 사역방향을 모색하게 했다. 여생 동안 자신이 보유한 자료들을 한국교회 그리고 겨레 전체를 위해 의미 있게 사용해보자는 것이었다.

이 결심 덕분에 올해 3월 개관한 총회역사관에 장로교회의 오랜 역사가 담긴 수백여점의 유물을 아낌없이 기증할 수 있었다. 최근에도 자신의 수장고를 정리하던 중에 발견한 두 종류의 자료를 총회역사관에 추가로 기증했다.

하나는 대신대학교의 전신인 대한장로회신학교 제7회 졸업생의 졸업증서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예수교장로회총회 제29회 총회장을 지낸 곽진근 목사의 사진들이다.

1932년에 발행된 대한장로회신학교 졸업증서는 그 희귀성과 함께, 오랜 연도에도 불구하고 보관상태가 훌륭해 유물로서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목사의 총신 동기 이은익 목사가 기증한 장로회신학교 제1회 졸업사진도 총회역사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곽진근 목사의 경우는 40대의 나이에 작은 농촌교회 담임목사로서 총회장의 직위에 오른 흔치 않은 경력과 함께, 신사참배 결의를 주도하며 친일행적이 두드러진 인물이라는 어두운 면을 함께 지닌 인물이다. 정 목사는 “영광과 수치 모두 한국교회가 안고 가야 할 유산이라는 생각에서 곽 목사의 관련 자료를 특별히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정 목사는 총회 역사에 중요한 족적이 될 유물들이 발굴되는대로 추가 기증을 계속할 뜻을 밝히고 있다. 명예관장으로서 총회역사관에 대한 정 목사의 애정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총회역사관 개관식 당시 직접 전시유물들을 소개하는 해설사 역할을 맡은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정 목사는 사전 요청이 있을 경우 수시로 분당에서부터 총회회관까지 달려와 관람객들에게 역사관 구석구석을 설명하는 역할을 감당해왔다.

하지만 이 또한 건강문제로 발목을 잡히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래서 아직 건강이 유지되고 있을 때 총회역사관의 소장품 전반을 소개하는 영상물을 제작해보자고 관리 및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총회역사위원회에 제안했다.

총회역사위원회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총회 역사에 대한 전반적 지식이나 전시물들이 지닌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목사의 육성 해설기록을 남겨두는 일은 반드시 서둘러야 할 작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확보가 이루어지는 대로 영상물 제작은 금명간 추진될 예정이다. 완성품은 총회역사관에서 상설로 상영되며, 방문객들의 관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 목사도 이 작업을 위한 준비에 열심이다.

“지금도 전국을 다니며 강연을 하고, 매주일 설교를 두 차례씩 할 정도로 기력은 왕성합니다. 제게 총회를 위해 일할 기회가 허락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섬기며, 열심히 봉사하고 싶습니다.” 정 목사에게 정녕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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