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동대 ‘뚜벅이 전도팀’ 조직, 제주 일대 무교회 마을에 파송 복음 전해

▲ 낙도선교회 여름단기선교기간 화은교회선교팀이 고흥 거금도 금진교회를 찾아가 예배당 보수작업에 한창이다.

낙도선교회 대표 박원희 목사에게는 아픈 이름 하나가 있다. ‘배형규’라는 이름이다. 제주 출신 목사로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샘물교회 단기선교팀을 이끌고 갔다가 순교한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소중한 친구를 그리워하며 2014년에는 <내 친구, 배형규>(우리가만드는책)라는 이름의 책을 내기도 했던 박원희 목사는 친구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제주순례길에 나섰다. 거기서 제주 복음화율이 3%에도 못 미친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고민 끝에 박 목사는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기로 했다. 낙도선교회가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전국의 낙도와 오지를 대상으로 전개하는 단기선교사역에 ‘뚜벅이전도팀’이라는 이름의 별동대를 조직해 제주 일대 64개 무교회 마을에 파송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뚜벅이전도팀은 지난 3년 동안 총 28개 마을을 순회하며 복음을 전했다. 다른 낙도 오지사역에 비해 훨씬 많은 재정과 인력이 필요했지만, 무슨 결과나 대가를 바라고 수고한 것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받은 복음 그대로 사람들에게 전했고, 결신자가 생기면 현지 교회들에 연결해주었다.

박원희 목사는 “배형규 목사의 사역 지론 중 하나가 ‘나룻배 정신’이었습니다. 나그네를 태워주고 빈 배로 돌아오는 사공처럼 세상 사람들을 예수께로 인도하고 텅 빈 인생으로 돌아오는 종이 되자는 뜻이었죠. 뚜벅이전도팀은 그 정신으로 섬겨왔습니다”라고 소개한다.

▲ 낙도선교회 뚜벅이전도팀이 제주 무교회 마을을 순회하며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7월 2일부터 7일까지 전개된 낙도선교회의 제62차 단기선교사역에서도 뚜벅이전도팀은 다시 제주를 찾았다. 교회가 한 번도 존재해 본 적이 없는 마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직접 소개받아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한다는 게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신학생들일지라도 결코 쉬운 사역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단단한 벽들이 무너지고, 외부인 혹은 다른 종교에 대한 적의가 호의로 바뀌는 기적들을 목격한 전도팀원들에게는 이번 단기선교사역이 단지 사역의 열매들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의 신앙이 더욱 성숙해지는 경험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됐다.

뚜벅이전도팀 일원으로 참여한 총신대 1학년 최유진 씨의 경우도 그랬다. 이번 사역에 참여하기 전까지 그는 가까운 친구나 주변사람들에게조차 복음 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제주 사역에 참여하면서 전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믿음은 나 하나만 잘 믿어 천국 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수많은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공동체를 이 땅에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제주도 뚜벅이전도를 통해 내 삶 전체를 하나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선교적 삶으로 드리게 됐습니다.”

최 씨의 경우처럼 이번 여름단기사역에 동참한 전국의 신학생과 청년 80여 명은 각자의 사역지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그분께 자신의 삶을 드리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당사도를 찾아간 팀원들은 교회당 터를 닦는 작업을 돕던 중에 연쇄적으로 발생한 사건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특별한 방식을 깨우쳤다. 당사도는 복음에 대해 적대적인 주민들이 많았고, 특히 마을 이장의 박해는 더욱 심했다. 그런데 하필 그 이장이 지켜보는 앞에서 당사도교회 목사가 손수 작업하던 포크레인이 전복되고 말았다.

‘저것 봐라, 이제 죽었다’며 혀를 끌끌 차던 이장의 예감과는 달리 목사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빠져나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반전이 일어났다. 이번에는 이장이 몰고 가던 사륜구동 오토바이가 그만 밭으로 나뒹굴고 만 것이다. 쏜살같이 달려가 이장을 위기에서 구해낸 사람은 다름 아닌 목사였다.

“이장님이 나중에 저희들에게 ‘목사님 만나면 꼭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단 한 번도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인사한 적이 없으셨다 하네요. 하나님의 사랑이 당사도에, 이장님께 어떻게 임하는 지를 발견하면서 그 일에 저희도 도구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김정우 씨(백석대학교)에게도 사역기간 내내 폭염과 폭우에 번갈아 시달렸던 이번 여름은 고단했던 기억 대신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전남 완도와 진도, 경남 통영의 여러 섬들에 그런 승리의 고백들이 울려 퍼졌다.

신학생들 중심의 단기선교사역이 마친 후에도 교회 중심의 낙도사역은 여름 내내 이어진다. 섬으로 향하는 500여명의 사명자들이 이루는 행렬은 천국에서도 장관이 될 것이다. 그 행진을 먼저 하늘에 간 배형규 목사 또한 기쁨으로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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