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야곱의 사닥다리-항해, 60.6x 72.7cm, 화선지 대나무 아크릴 물감, 한국화 물감, 2012년■김명희 작가는 군산대학교 미술학과와 뉴욕시립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30회, 국내외 그룹전 400여 회를 개최했다. 현재 군산예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한국미협, 아트미션, 지구촌전문인미술선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명희의 회화는 망망대해 같은 인생 여정에서 작은 섬 골방으로 들어가 창조자를 묵상하는 영성 깊은 작품이다. 사다리로 묘사한 영성의 의미는 야곱과 같은 절박한 심정의 구도자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인지 영성과 조형이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매력으로 강하게 시선을 집중시킨다. 화면은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도망치다 환상 중에 본 사다리를 주제로, 인간 내면의 깊은 욕망과 삶의 여정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꿈꾸는 것 같다. 또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하나님을 바라는 과정을 사다리라는 매개체로 풀어 낸 작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야곱의 사닥다리를 그리게 된 동기는 유학시절 묵상을 통해서다. 스스로 새벽을 깨우고 침잠하며 인간의 굴레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께 헌신을 드릴까 생각하다가 시작한 주제가 ‘사닥다리’였다고 한다. 이렇게 작가는 묵상을 하면서도 작업을 생각하고, 일상의 모든 삶과 환경 속에서도 늘 깨어 근신하는 마음으로 작품 아이디어에 촉각을 세우곤 한다.

화면은 단순한 구조지만 종교적 성향을 강하게 내포한 쉬르리얼리즘(Surrealism, 초현실주의) 경향의 작품으로 성서적 내용을 초현실의 영성으로 재해석한 추상회화 작품이다. 현대적 감각의 단색화 작업에 가깝게 보이는데, 색채의 단순화와 구도적 간결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오직 짙푸른 청색의 농담만으로 섬의 속살을 밀도 있게 그려 낸 재간이 놀랍다. 마치 마음속을 그려 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심장을 도려낸 것 같은 아픔과 절절함을 표출한 것 같기도 하다. 대조적으로 얇고 투명한 푸른 바다는 평온하게 설정되어 있고, 그 위로 대나무 사다리 오브제가 하늘을 향해 오르고 있다.

캔버스 위에 장지를 부착하고 한국화 물감을 붓으로 듬뿍 찍어서 사물을 강하게 묘사했다. 사다리는 대나무 두 개의 가지를 기둥으로 세우고, 6개의 가로장으로 만들었다. 완전수 7에 하나가 부족한 것은 하나님 은총의 몫으로 남겨 둔 채 사다리 오브제를 캔버스 위 낚시 줄로 고정시켜 마무리한다.

바다, 섬, 사다리 등 모든 부재가 청색을 띠고 있어서 일관성 있는 시각 이미지를 추구한다. 그러나 결코 지루한 반복이 아닌 미묘한 변화는 마치 청색조의 변주곡처럼 보인다. 시원함과 청명함의 색채 감성에 매료될 즈음, 어느 사이 영성의 오묘함까지 더해져 감상자를 흥분시킨다. 여기서 작은 섬을 바다 정중앙에 설정한 것은 감상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더 나아가 자아를 자각시키는 의미심장한 장치로 보인다. 바다와 그 위에 떠있는 섬, 그 섬 위의 하늘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사다리 매개체는 붓질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대나무 오브제로 평면 화면에서 입체 작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실험적 결합이다. 이 오브제는 작가의 주된 작업인 다매체(Multimedia Art) 작업의 한 수법으로, 적절한 때 실감나게 적용하여 작품에 대한 공감이 더 다채롭다.

현대인은 그야말로 다매체 미디어 세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소통의 단절 대문에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제 이 땅에서 하늘까지 길고도 든든한 사닥다리를 징검다리 삼아 하나님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대화를 풀어 갈 때다.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는 사닥다리로 하나님 나라를 보는 환상의 주인공이 되고, 시원한 작품 속에서 쉼과 여유를 찾으면 좋을 것이다.
<서양화가, 여류화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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