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불쾌한 일이지만, 사회에서는 종종 교회를 기업과 비교하여 말한다. 교회의 조직이나 구조가 기업의 그것과 비슷하고,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기업이나 교회의 목적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때 교회 안에서도 상업주의와 실용주의가 팽배할 때에는 신학자 데이비드 웰스(David Wells)의 지적대로, 목사들은 기업의 CEO와 유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양 떼를 치고, 양 한 마리 한 마리를 보살피는 목자가 아니라,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자로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CEO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2015년 11월 소위 ‘김영란법’과 같이 대한민국을 흔든 판결이 대법원에서 나왔다. ‘대형마트 등의 영업 제한법’이다.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목적을 주(主)로 하여,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한 달에 1일 이상 2일 이내에서 의무휴업을 지방단체장에 의해서 집행할 수 있게 하는 법률이다. 1심과 고등법원의 판결이 달라 대법원까지 가는 논란 가운데 확정된 판결이었다. 이 법률이 확정되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법이 특정 계층만을 위해서 제정되었다는 것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위헌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고객을 빨아들이는 대형마트 때문에 골목상권과 영세상인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회적 정의와 공평성을 더욱 크게 생각한 판결이었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교회를 기업과 같은 부류로 생각하는 것을 심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입장에서 ‘대형마트 등의 영업 제한법’을 말하는 것은, 오늘날 대형교회와 미자립, 개척교회 사이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 교단의 의식 있는(?) 교회는 한 달에 한 번은 예배당의 문을 닫고, 주변 교회에 흩어져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교회가 마트인가?

지난 달 교회자립개발원에서 개최한 미자립교회 목회자부부 세미나에 참석하여 놀란 사실 두 가지 있었다. 첫째, 무료로 진행된 세미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이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목사님이나 사모님들이 목회 이외에 다른 일을 하시기 때문에 시간조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미자립교회 목회자 가정이 1박 2일의 시간을 내는 것이 힘들 정도로 여유롭지 못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둘째, 세미나에 참석한 한 목사님의 여장(旅裝)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 목사님의 가방은 요즘 홈쇼핑에서 그토록 많이 팔리는 하드케이스 캐리어가 아니었다. 오래되고 낡은 가방이었다. 또 그 가방에서 나온 목사님의 잠옷은 사모님의 몸빼였다. 흔한 트레이닝복을 기대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식들 교육과 어려운 성도들을 돌보기에 바쁜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그토록 힘주어 외치는 ‘초대교회’는 형제의 가난과 빈곤을 외면하지 않았다. 교회 안에 있는 형제자매 뿐 아니라, 마게도냐와 아가야 지방의 교회들은 형제교회인 예루살렘교회를 위하여 연보를 준비했다. 강력한 연대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우리가 진정한 종교개혁의 후예(後裔)이고, 교회가 기업의 아류(亞流)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우리는 교회의 전통적인 고백대로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인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 한 마디로 교회의 공교회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것은 구호만이 아니라, 실천이 있어야 한다.

먼저, 가능한 교회는 미자립 개척교회 대학생 자녀들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일에 동참하였으면 한다. 지난 2월 총회에서는 개교회가 기탁한 장학금으로 100명의 미자립교회 자녀 대학생들에게 각각 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였는데, 심사위원들은 서류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사연이 너무 절절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생하시는 아빠 엄마에게 장학금을 받아 힘이 되고 싶어요.” 200여 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절반을 떨어뜨려야 하는 일은 힘든 일이었다. 그들도 우리의 자녀들이다. 둘째, 전국 노회가 자립위원회를 결성하고, 총회적으로 정보를 공유하여, 균형있는 지원과 자립을 위한 정책 수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동참했으면 한다. 현재 전국 노회 중에서 자립위원회가 결성된 노회는 121개 노회이고, 교회 지원 현황이 보고된 노회는 30여 개에 불과하다. 파악된 상황을 바탕으로 먼저는 노회 안에서, 그리고 초대교회처럼 노회와 노회가 연합하여 어려운 교회를 돕고, 더 나아가 총회 차원에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교회 자립의 꿈도 요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가을 총회를 기점으로 121개 조직된 노회 자립위원회에서 100%의 현황파악이 이루어져, 지금은 막막한 현실을 극복하고, ‘거위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주간기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